뷔욤 골든, 영웅의 귀환 Return of the Hero
지난 3월 9일 아디다스 실적 발표에서 새로운 CEO인 Bjorn Gulden(뷔욤 굴든)이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등장했다(Return of the Hero). 작년 11월 아디다스 CEO로 부임한다는 뉴스 이후로, 처음으로 공식적인 자리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뷔욤 굴든의 정확한 시장 판단, 브랜드에 대한 자신감과 열정, 그리고 당면한 문제에 대한 솔직한 발언을 보면서 아디다스에 ‘룸멜(FM Erwin Rommel’)이 등장하지 않았나?하는 조심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영웅을 기다리는 어려운 브랜드, 아디다스
뷔욤 굴든이 아디다스에 들어오기 전의 아디다스를 살펴보자. 아래 그래프(Global revenue of Adidas, Nike and Puma from 2006 to 2021)의 검정색 선은 아디다스(adidas)고, 파랑색 선은 나이키(Nike)다. 나이키는 코로나 사태를 돌파하면서 매출의 신기록을 매년 경신하고 있지만, 아디다스는 코로나 여파로 인한 회복 여파가 완만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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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시장에서의 성장이 좋지만, 중국 시장에서의 고전이 지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뿐만아니라, 전략의 변화와 진행에 매우 더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코로나 때 NFT 비즈니스에 관한 것 부분이 있다.
나이키는 RTFKT(이하 “알티팩트”)를 인수하여서, NFT 비즈니스에 대해서 공급과 유통망을 한 번에 확보했지만 아디다스는 급급하게 따라 하다가 최근에야 WEB3.0 조직을 갖추고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NFT 시장에 대응하기에는 좋은 시절은 아닌 것 같다.
다음으로 아쉬운 부분은 YEEZY(이하 ‘이지’)에 대한 대응이다. 카니에 웨스트(KANYE WEST)와 협업으로 탄생한 YEEZY에 대한 위험은 작년 10월에 터졌다. 브랜드적으로는 YE와의 관계 청산으로 손절하는 듯 했지만, 그와 관계를 끊는다고 해서 관련된 비즈니스가 다 정리되는 것은 아니다.
이 문제를 성급하게 처리한 것, 그리고 재고 관련된 이슈를 6개월이 지난 아직도 끌어오고 있다는 것은 아디다스 리더십에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지 재고로 인한 매출 손실은 5억 달러 수준으로 알려졌는데, 칸예와 관계 정리 전에 처리 방안을 생각 못한 건 아쉬운 부분이다.
참고로, 스포츠 브랜드는 프로리그 스포츠 스타들의 저지 생산을 매우 보수적으로 하는 경향이 있다. 스포츠 선수가 언제 다른 팀으로 이적할지 모르는 리스크 때문이다. 미국 아울렛에 가면 마이애미 히트의 르브론 저지를 80% 할인된 가격에 볼 수 있는 이유다.
하지만, 이는 규모가 작고, 이지는 정말 다른 문제이다. 2017년 실적 발표할 때마다 이지 비즈니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증권사의 지적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의존도를 줄이지 않았고, 결국 이런 결과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리더십 이야기를 이어가면, 카스퍼 로스테드(Kasper Rørsted)의 문제로 귀결될 것 같다. 아디다스 직원과의 만남에서 종종 듣는 이야기가 카스퍼가 아디다스를 망치고 있다는것이다. 스포츠에는 관심 없이 리테일과 파이낸스 숫자에만 관심을 가지니 회사 내부는 점점 경직화되고 내부 인원들의 사기는 떨어지고 있다고 한다.
링크의 기사를 보면, 아디다스코리아뿐만 아니라 아디다스 본사에서도 카스퍼에 대한 신뢰가 얼마나 크게 무너졌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뷔욤 굴든은 아디다스의 영웅이 될 수 있을까?
일단, 시장은 뷔욤 굴든을 난세의 영웅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그의 발표 이후에 주식은 +4% 이상 상승했다. 3월 9일 실적발표에서 그의 이야기를 하나씩 살펴보자.
가장 먼저 이지에 관련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루머로 돌고 있는 YE와의 재결합설에 대해서는 일축하고, 일어난 일에 대해서 처리에 집중하겠다고 하였다. 신기하게 이 발언 이후로 루머는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기부 등의 옵션은 스포츠 업계 종사자지만, 매니저먼트로서의 고뇌가 있다라는 점에 대해서도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하는 제스쳐로 보인다.
제품에 대해서는 지금 삼바, 가젤의 트렌드가 매우 좋은 점을 언급하면서 트렌드가 좋다고 물량을 푸는 것이 아니라, 잘 관리하고 지속해서 더 많은 수량을 판매할 수 있게 만들어 보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었다. 아디다스 특유의 단기적으로 물량 풀어서 제품을 죽이는 멍청한 짓을 더 이상 반복 안하겠다는 것이다(소비자로서는 이제는 정가로만 삼바와 가젤을 사야할지 모르겠다…).
그리고 로렌조를 언급하면서,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프로젝트에 확실하게 드라이브하려는 생각을 내비추었다. 풋락커가 나이키와 협업해서 만들었던 HOUSE OF HOOPS(SHOP IN SHOP 형태)를 전부 로렌조로 바꾸겠다라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이제 기대해보자.
마지막으로는 시장 전략에 대해 매우 정확하게 판단했다고 생각한다. 소비자 수요가 넘칠 때는 DTC와 같은 직영 중심의 전략이 먹혀들어 갈 수 있지만, 소비자 수요가 줄어들 때는 홀세일 중심으로 여러 곳에 물건을 침투시키면서 시장 곳곳에 제품을 보여줘야 하는데, 뷔욤 굴든을 이 부분을 정확하게 알고 있다.
ABC마트, 풋락커와 같은 오프라인 멀티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공홈 뿐만 아니라 신세계 닷컴, W컨셉 등 다양하게 확장해서 외연 확장도 포함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뷔욤 굴든은 스포츠 선수 출신으로 스포츠 브랜드에서 홀세일이 가지는 가치에 대해서 알고 있기에 나이키는 구시대 전략으로 치부하는 홀세일 비즈니스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보여준 것 같다.
뷔욤 굴든은 누구?
뷔욤 굴든(Bjorn Gulde)은 스위스에서 태어나 아버지로 인해서 노르웨이 국적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특이사항으로 프로 축구선수 출신이다. 아버지도 축구선수, 아들들도 축구선수를 하고 있다. 선수 출신이기에 필드를 누려본 야수로서 현장을 중요시 할 수 밖에 없다.
그는 부상으로 축구 선수를 은퇴하고 MBA를 취득하러 미국행 비행기를 탄다. 그 이후에 아디다스에 입사 후 승승장구해서, 의류와 용품 최고의 자리까지 오르고 그 이후에는 하인리히 다이히만 슈헤(DEICHMANN) CEO로 자리를 옮겼다.
이 커리어가 매우 인상적인데, DEICHMANN은 한국으로 비교하면 신발 제조업체인 태광이나 화승과 같은 업체인데, 유통까지 함께 담당하고 있다. 여기서 굴든은 브랜드와 리테일에 제조까지 역량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DEICHMANN 이후에는 잠시 보석 브랜드로 자리를 옮기는데, 여기서는 고객 관리에 대한 개념을 배울 기회였을 것이다. 그리고 대망의 푸마(PUMA) CEO로 2013년에 합류한다. 만약 이 모든 커리어가 아디다스 CEO를 향한 것이었다면, 아디다스는 영혼을 바쳐서라도 그를 합류 시키는 게 맞다.
푸마의 메시아, 뷔욤 굴든
푸마(PUMA)의 주식은 코로나 전 대비해서 2배 정도(?!)밖에 못 올랐지만, 매출은 3배가 커졌다. 종종 푸마를 스포츠 업계의 멸종 위기 동물이라고 놀린다. 하지만, 굴든 이후의 푸마는 더 이상 멸종 위기 종이 아니었다.
푸마는 2007년 케어링 그룹(Kering Group)에 인수되고 나서 브랜드가 더욱 안 좋아지고 있었는데, 매출 규모 보다는 수익을 중요시하는 케어링 그룹의 전략 때문에 마진이 높은 의류 사업에 집중하면서 스포츠 브랜드로서의 의미가 옅어져 가고 있었다.
이때, 굴든은 CEO로 부임하면서 푸마는 라이프 스타일이 아닌 스포츠로 승부하겠다라고 하면서, 스포츠 선수에 대한 적극적인 후원, 제품 개발 등을 통해서 푸마의 스포츠 정신을 찾아서 스포츠 선수와 팬들이 찾는 브랜드로 만들고자 했다.
그뿐만 아니라, 라이프 스타일에서는 리한나와 협업을 통해서 브랜드를 레벨업 할 수 있었다. 정통 스포츠를 통해서 브랜드의 기반을 다지고 라이프 스타일로 브랜드의 버즈를 일으키면서 브랜드를 다시 정상의 괘도로 올려놨다. 케어링 그룹이 호시탐탐 푸마를 매각하려고 기회를 노려봤던 것도 굴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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뷔욤 굴든과 아디다스가 넘어야할 고개들
가장 먼저 이지의 재고 처리가 관건일 것 같다. 5억 달러 정도를 한 번에 정리할 수는 없겠지만 방향은 정확하게 하고 가야한다. 개인적으로는 매니지먼트로서의 고뇌를 비춰보는 것을 봐서는 아마도 판매 후 수익을 기부하는 방향으로 할 것 같다.
이걸 그냥 소각하면 최소 1천억 원 이상의 비용을 장부에 손실로 처리해야 하는데, 그 비용을 감당하는 것보다 판매하고 수익금으로 좋은 일하는 게 지구를 위해서라도 브랜드를 위해서라도 좋은 일로 보인다.
다음으로는 중국 시장을 단기에 회복시키는 것이 당면한 최우선 과제로 보인다. 나이키는 적극적으로 중국 시장에 러브콜을 보내면서 중국 위구르 면화 사태로 인한 냉냉한 관계를 회복하려고 많은 노력과 정성을 쏟고 있는데, 반해서 아디다스는 아직 뭔가 뚜렷한 대책들이 보이지 않는다.
마지막으로는 스포츠 브랜드로서 다시 자리매김 하는 것이다. 역시 여기서 돌파구는 축구가 될 것 인데, 축구를 피벗으로 해서 어떻게 카테고리를 확장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이전에 러닝화 아디쿨 같은 경우에는 축구화를 모티브로 러닝화를 전개했었는데 이런 아이디어가 지속해서 나오면 좋다.
특히, 축구는 나이키가 전선에서 일 보 후퇴한 곳이고 아디의 강점이라서 기회가 있을수 있다. 그 외에는 가장 큰 시장인 러닝(Running) 카테고리에서 어떻게 경쟁할 것인지, 테렉스(adidas TERREX)와 같은 트레일을 어떻게 레버리지 할건지 고민이 많을 것 같다. 이지(YEEZY)의 그늘과 라이프 스타일의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이 기대된다.
양과 호랑이 이야기
양 100마리와 호랑이 100마리가 싸워서 누가 이길까 물으면, 모든 사람이 호랑이 100마리가 이긴다고 할 것 같다. 그런데 조건을 하나만 추가하자. 양 100마리를 이끄는 두목은 용맹한 호랑이 1마리고, 호랑이 100마리를 이끄는 두목이 우유부단하고 무능력한 양 1마리면, 누가 이길까?
전부 호랑이 100마리가 이긴다고 생각한다고 자신할 수 없을 것 같다. 우리는 역사에서 수많은 언더독의 승리를 봤기 때문이다. 아디디스가 언더독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용맹한 호랑이가 보스가 된 것은 같다. 지금까지 나이키의 독주 체제에 금이 갈지 안 갈지 팝콘 먹으면서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