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에네스 칸터의 소신 발언(Enes Kanter Protes to Nike and China)
NBA 보스턴 셀틱스 소속의 농구선수 에네스 칸터(Enes Kanter)가 10월 25일, 샬럿 호니츠와의 경기에 중국과 나이키를 비판(Enes Kanter Protes to Nike and China)하는 농구화를 신고 뛰었다.
중국의 소수민족 학대(위구르족, 티벳, 카자흐스타인, 이슬람 소수민족 등)을 공개적으로 비판해온 에네스 칸터는 이번에 직접 신발에 ‘강제 노예로 만들어졌다(Made with Slave Labor)’, ‘더 이상의 변명은 그만(No More Excuses)’, ‘위선자 나이키(Hypocrite NIKE)’, ‘현대판 노예제(Modern Day Slavery)’라는 문구를 적었다.
상당히 자극적인 발언을 했는데, 당사자인 나이키는 어떠한 논평도 내지 않았다. 당연히 중국은 에네스 칸터의 소속 팀 보스턴 셀틱의 경기는 생중계를 포함해 지난 영상까지 볼 수 없게 막았다. 농구는 중국에서 국민 스포츠 급이고 당연히 NBA 경기는 인기가 좋은데 이를 막아버리니, NBA 측에서는 좀 답답한 상황이 연출되었다.
또, 지난 10월 20일에는 잔혹한 독재자 시진핑, 티베트에 자유를(Brutal Dictator Xi Jinping, FreeTibet)이라는 트윗을 남겼다. 끝이 아니다. 중국 중화인민공화국 주석 시진핑(习近平/Xi Jinping)에 대한 비판 발언과 시진핑의 별명인 푸우(Pooh)를 그린 신발 XinnieThePooh을 공개해서 중국 심기를 강하게 건드렸다.
시진핑의 별명 푸우(Pooh)와 천안문 사태를 겨냥한 듯한 전차 그림을 그렸고, FreeChina라는 문구까지 적었던지라 생각보다 강하게 나갔다. 당연하게도 이 신발이 공개된 이후, 중국의 트위터 웨이보(Weibo)에서는 에네스 칸터의 검색이 불가능해졌다. 아마 중국에서 이런 일을 벌였다면 그는 바로 조용히 사라졌을거다.
에네스 칸터(@eneskanter)의 소신 발언은 이미 여러 차례 있었다. 터키 출신인 에네스 카터는 총리부터 대통령까지 18년째 장기 집권 중이고 언론과 인권 탄압 등 많은 논란이 있는 터키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Recep Tayyip Erdoğan)를 비판했다. 덕분에 터키 여권이 무효가 되어 스스로 무국적 상태이며, 미국을 떠나면 암살 시도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다행히 망명 신청이 받아들여져 2021년 6월에 미국 시민권을 얻어 정식 미국인이 되어 테러 걱정은 덜었다.
이뿐인가. 종교적 이유로 코로나 19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NBA 선수들에게는 “사람 목숨을 구하는 것보다 중요한 게 무엇인가?“라며 다그치기도 했다. 그러니까 할 말은 하고, 깔건 까는 사람이다. 그리고 은퇴 후 WWE에 진출해 프로레슬러가 되는 꿈을 갖고 있다.
나이키의 침묵(Nike’s Silence)
NBA 농구선수 에네스 칸터는 위선자 나이키(Hypocrite NIKE)라는 문구를 적은 조던 11 로우를 신어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나이키는 어떠한 공식 논평도 내지 않았는데, 나이키는 지난 3월, H&M 등의 브랜드와 함께 신장 생산 면화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공개선언을 했기 때문에 더욱 의아하다.
나이키(Nike)는 지난 3월, H&M, 아디다스(adidas), 캘빈클라인(Calvin Klein), 퓨마(PUMA) 등의 브랜드와 함께 신장 생산 면화(Xinjiang cotton)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물론, 바로 중국 내에서 불매운동에 휩싸였다. 나이키 신발을 불태우는 영상도 있었고(과연 중국에서 진짜를 태웠겠냐는 반응이 더 공감되었지만), 많은 연예인이 일제히 다국적 기업들과의 계약 해지를 선언했다(정말 놀랍게도 모두가 한 순간에!).
뭐, 불매 운동이 그리 오래가지는 않았다. 나이키의 할인 이벤트와 신상 발매에 사람들이 몰렸으니까. 최근 국내에도 유니클로 & 화이트 마운티니어링(UNIQLO & White Mountaineering) 발매에 불매운동이 잠시 사그라진 것과 마찬가지일지 모르겠다.
중국 내 불매운동 3개월 후인 지난 6월 23일, 나이키 CEO 존 도나호(John Donaho)는 나이키 2021년 4분기 실적(Nike 2021 Q4 Report) 발표에서 Nike is a brand that is of China and for China(나이키는 중국의, 중국을 위한 브랜드)라는 아부성 립서비스 멘트를 해서 달래기에 나섰다.
중국은 나이키의 주요 매출 국가 중 하나이며 많은 파트너사가 있는 공급처다. 나이키 CEO도 한 수 접고 들어가는데 다른 곳들은 오죽하랴? 아마도 나이키는 그리고 많은 브랜드(국내 기업을 포함한 다국적 기업 모두)가 신장 지역의 면 원자재를 대처할만한 곳을 찾지 못한듯하다.
사실, 패션업에 종사하는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중국 신장에서 생산되는 면화를 안 쓰는 업체(브랜드)가 거의 없을 정도라고 한다. 여기에 나이키와 파트너로 있는 협력 업체들과 2차, 3차 협력 업체까지 정확히 따져보자면 나이키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적어도 현재로서는. 그러니까 나이키의 침묵에는 이유가 있다.
적어도 나는 기억한다…
에네스 칸터(@EnesKanter)가 나이키에 대해 정면으로 날 세운 비난(Enes Kanter Protes to Nike and China)은 중국에서 벌어지는 불의, 아니 기본적인 인권(Human Rights/人權/인간으로서 당연히 가지는 기본적 권리)에 침묵하는 항의다.
우리가 모두 알듯이 나이키는 제품이 아닌 메시지를 던지는 스토리텔링으로 이슈를 던지며, 이를 마케팅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그리고 그게 바로 우리가 나이키를 사랑하는 이유 중 하나다. 업계 1등이지만 그렇지 않은 모습을 보이는 꿈을 심어주는 회사.
적어도 나는 기억한다. 1988년에 등장한 전설적인 저스트 두 잇 캠페인(Just Do It)과 최근의 캠페인들. 미국 흑인에 대한 공권력 남용에 대한 항의였던 BLM(Black Lives Matter) 운동 시기에 등장해 많은 이들에게 힘을 주었던 For once, Don’t Do It 캠페인, 아시아인에 대한 증오를 멈추라는 Stop Asian Hate, LGBTQ 커뮤니티에 대한 나이키의 태도와 관심, 지원 등을 말이다.
2016년 미국 경찰의 흑인 과잉 진압에 항의해 국가 제창을 거부하고 무릎을 끓었던 NFL 선수 콜린 캐퍼닉(Colin Kaepernick)을 기용했던 나이키의 선택. 콜린 캐퍼닉의 행동은 애국심과 프로 선수로서 자질 등 많은 논란을 일으켰고 트럼프 대통령의 디스(diss)까지 받았지만, 또 하나의 성공적인 캠페인으로 기록되며 역시 나이키라는 평을 받았다.
한국 나이키가 진행했던 심석희와의 Play New 캠페인(아… 이건 잠깐 접어두자)…
왕관을 쓰려는자, 그 무게를 견뎌라(Uneasy is the head that wears a crown)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는 희곡 헨리 4세에서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uneasy is the head that wears a crown)고 했다. 왕관을 쓴 자는 권력과 명예를 얻은 만큼 막중한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는 뜻인데, 나이키는 어떨까? 글로벌 1위의 스포츠 브랜드로서 왕관의 무게를 잘 견디고 있는가?
나이키가 비록 일개 기업이라지만, 이미 나이키 브랜드가 차지하는 위상은 이미 견줄 수 있는 브랜드가 없다는 것에 모두가 동의하는 의견이다. 나이키는 2021년 11월 2일 기준으로 시가총액 2,632.70억 USD(약 308조 원)로 명실상부한 글로벌 No. 1 스포츠 기업이다. 2위인 아디다스가 시가총액 567.78억 EUR(약 77조 원)이니 그 격차가 4배를 넘어섰다.
마주할 경쟁자가 없다.
앰네스티가 밝힌 중국 신장 보고서(Amnesty Report about Xinjang)
인권단체 앰네스티(Amnesty)는 2021년 6월, 160페이지 분량의 충격적인 보고서 ‘Like We Were Enemies in a War’: China’s Mass Internment, Torture, and Persecution of Muslims in Xinjiang를 공개하며 중국이 신장 지역에서 반인륜적 범죄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앰네스티의 신장 지역에 관한 보고서 Like We Were Enemies in a War는 보기 힘든 내용들이 많다. 그래도 한번은 보도록 하자. ㅠㅠ
아녜스 칼라마르(Agnès Callamard) 앰네스티 사무총장은 “지옥과도 같은 엄청난 규모의 지형을 만들었다(The Chinese authorities have created a dystopian hellscape on a staggering scale in Xinjiang)”고 말했다.
The Chinese authorities have created a dystopian hellscape on a staggering scale in Xinjiang. Uyghurs, Kazakhs and other Muslim minorities face crimes against humanity and other serious human rights violations that threaten to erase their religious and cultural identities.
Agnès Callamard, Amnesty International’s Secretary General
China must immediately dismantle the internment camps, release the people arbitrarily detained in them and in prisons, and end the systematic attacks against Muslims in Xinjiang.
Agnès Callamard, Amnesty International’s Secretary General
에네스 칸터가 나이키와 필 나이트에게(Enes Kanter to Nike, Phil Knight)
에네스 칸터는 필 나이트(Phil Knight) 나이키 이사회 명예회장에게 이번 이슈를 함께 해결해보자고 트윗을 날렸다. 나이키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지만, 결국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기업은 아이러니하게도 나이키니까 말이다.
에네스 칸터의 소신 발언(Enes Kanter Protes to Nike and China)은 정치적인 이슈로 논란이 일 수 있지만, NBA라는 세계 최고의 농구 프로 선수가 자신의 위치에서 직접 보여주는 행동은, 더 많은 이들에게 중국의 소수민족 탄압과 다국적 기업들의 어두운 이윤 창출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한다. 지금 글을 정리하는 나처럼 말이다.
한 농구선수의 발언이지만, 먼 이국땅의 사람들에게도 충분히 울림이 전해진다. 뭐, 당장 세상이 달라지지는 않겠지마는, 이런 이슈로 인해 하나씩 되돌아보고 관심을 가져야, 그래야 좀 더 나은 세상이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한다.
나이키는 콜린 캐퍼닉과 함께한 저스트 두 잇 30주년 캠페인(Just Do It 30th Anniversary Campain)에서 Belive in Something, Even If It Means Sacrificing Everything(신념을 가져라. 그것이 모든 것을 희생한다고 할지라도)라고 멋진 멘트를 날렸다.
적어도 소신 발언을 한 아끼지 않은 에네스 칸터는 나이키가 요구한 롤모델이 되지 않았나? 나이키는 에네스 칸터에게 어떤 답변을 준비하고 있을까? 과연, 나이키의 침묵은 계속 될까? 또, 모른다. 콜린 캐퍼닉처럼 몇 년 후에 에네스 칸터와 함께 같이 캠페인을 펼칠지도…
2018년 4월, 콜린 캐퍼닉의 행동에 대해 앰네스티가 양심대사상의 수상을 알렸다. 이때, 살릴 셰티(Salil Shetty)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중략)세계적인 풋볼선수인 캐퍼닉은 인종차별을 더 이상 용인하거나 방관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드러냈고, 이제는 그의 활동으로 또 한 번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되었다. 양심대사상의 역대 수상자들과 마찬가지로, 콜린 캐퍼닉은 자신의 선수 생활과 신변에 위험이 닥칠 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길을 선택했다. 캐퍼닉과 같은 유명인이 인권을 지지하고 나서면, 불의와 맞서 싸우고 있는 수많은 사람은 그를 통해 용기를 얻는다. 권력자들은 캐퍼닉의 행동에 충격적일 정도로 맹렬한 비난을 퍼부었고, 그렇기에 캐퍼닉이 보여준 헌신은 더욱 대단한 것이었다”
Don’t forget, every time you put those shoes on your feet, or you put that T-shirt on your back, there are so many tears and so much oppression and so much blood behind it all.
에네스 칸터(Enes Kanter)
콜린 캐퍼닉은 자신의 선수 생활과 신변에 위험이 닥칠 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길을 선택했다. 캐퍼닉과 같은 유명인이 인권을 지지하고 나서면, 불의와 맞서 싸우고 있는 수많은 사람은 그를 통해 용기를 얻는다.
살릴 셰티(Salil Shetty)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 콜린 캐퍼닉 앰네스티 양심대사상의 수상을 발표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