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알아야할 SB 덩크 로우 샌디 보데커의 모든 것(Everything you need to know about SB Dunk low Sandy Bodecker)
나이키 SB 덩크 로우 ‘샌디’ NIKE SB DUNK LOW ‘SANDY’
알록달록한 색상에 반짝거리는 에나멜 소재뿐만 아니라 투명한 소재로 덕지덕지 연결한 이상한 외형의 SB 덩크가 발매됐다. 그리고 별명은 샌디라고 한다. 샌디가 뭐길래 이런 특이한 외관의 신발을 내놓은 것일까? 나이키 SB와 관련된 아주 중요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 이 신발에 관해 이야기해 본다( Everything you need to know about SB Dunk low Sandy Bodecker).
샌디가 뭐야?
20년 전 나이키는 3번의 스케이트보드 시장 진출 시도 끝에 나이키 SB를 런칭하였고, 지금까지 스케이트보드와 운동화 시장에 크고 작은 업적을 세웠다. 그리고 그 뒤엔 샌디 보데커(Alexander Sandy Bodecker/@problemsolver8)라는 인물이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축구를 비롯한 여러 스포츠에 관심이 많았던 샌디 보데커는 뉴햄프셔 대학교에서 신체 역학을 전공하며 달리기팀의 주자로 활약하였고, 나이키 제품 테스터로써 신발을 받았다. 테스터로서의 능력을 인정받은 샌디는 1982년에 나이키에 정식 입사했고, 이후 여러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디자인 부사장까지 승진하였다.
이후 1994년 미국 월드컵 개최에 맞춰 축구 카테고리의 런칭을 주도하였고, 시작은 미약했지만 오랜 라이벌이자 축구 시장을 선점하고 있던 월드컵 공식 파트너 아디다스에 위협적인 존재로 성장시켰다.
SB: Sandy Bodecker
나이키는 1997년 처음 스케이트보드 신발들을 내놓았지만, 돈 냄새를 맡은 거대기업이 진출했다고 생각한 스케이트보드 커뮤니티는 냉랭한 반응이었다. 이후 진보적인 스케이트보드화를 만들던 스타트업 사비어(Savier)와 제휴를 맺고 제품 개발을 했지만 큰 성과는 없었다.
이후 나이키는 스케이트보드를 향한 마지막 도전을 준비하게 되는데, 이때 샌디 보데커가 선봉장으로 가담하게 된다. 나이키 재팬에서 지역 한정 제품 CO.JP(Concept Japan)을 기획한 마커스 타유이(Marcus Tyui)와 Transworld Stance Magazine의 케빈 이마무라(Kevin Imamura) 그리고 프로스케이터 커뮤니티와 깊은 관계를 형성하고 있던 스투시의 로비 제퍼스(Robbie Jeffers) 등으로 구성된 나이키 SB팀은 스케이트 샵과 보더들을 중심으로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면서도 이전에 없던 신선한 마케팅을 펼치며 서서히 인기를 얻기 시작하였다.
곧 나이키 SB의 신발들은 스케이트 보더들과 운동화 팬들 모두를 열광하게 만들었고, 샌디와 나이키 SB팀은 운동화 역사에서 빠질 수 없는 장면들을 만들어 나갔다. 나이키 SB의 리더로서 유명해진 샌디 보데커는 SB가 샌디 보데커의 약자라는 루머를 만들어내기까지 했다.
전설의 덩크
2003년 나이키 SB와 샌디 보데커는 25세의 나이에 심장마비로 요절한 스케이트보더 팀 브라우치(Tim Brauch)와 나이키 본사가 위치한 오레곤 포틀랜드 스케이트파크의 기부 모금을 위해서 자선 경매 행사에 참여한다.
행사는 경매사이트 이베이(eBay)를 통해 진행되었고, 나이키 덩크 로우 1개(Nike Dunk Low SB x eBay Sandy Bodecker)가 등록되었다. 이베이 로고의 색상을 활용해 나이키 SB 디자이너였던 존 마틴(John Martin)이 디자인한 신발은 오직 1족만이 발매되었고 계속되는 입찰 끝에 결국 3만 달러에 낙찰되었다.
어마어마한 가격과 오직 1족이라는 수량, 게다가 판매를 위해 제작한 샘플을 톱으로 썰어버린 행위는 현재보다 훨씬 작았던 당시의 운동화 문화계에서 엄청난 화제였고, 이후 운동화 팬들에게 전설이 되었다.
이베이 덩크는 미래의 고객인 아이들에게 꿈과 기회 그리고 미래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샌디 보데커의 신념이 바탕이 된 프로젝트이자 기부 경매를 통해 판매한 첫 번째 운동화였다.
이후 기부 경매로 발매되는 에어맥스 1 에미넴, 에어포스 1 HTM 등과 함께 오레곤 건강 과학 대학교 소속 도언베커 아동 병원(OHSU Doernbecher Children’s Hospital)의 어린이 환자들이 만든 신발을 판매하여 기부하는 프로그램까지 영향을 주었다. 그는 2017년 아버지 NM Bodecker를 기리며 보데커 재단(N M Bodecker Foundation)을 설립하며 신념을 이어 나갔다.
오직 1족의 주인
2003년 이베이 덩크(Nike Dunk Low SB x eBay Sandy Bodecker)의 경매가 종료된 후 낙찰자와 신발의 행방은 오랜 기간 알 수 없었고 시간이 지나며 조금씩 사람들의 기억에서 흐려지기 시작했다. 간혹 오래된 운동화 팬들 사이에서 전설로 회자 될 뿐이었다.
그러던 중 2018년 샌디 보데커가 본인이 소유한 온전한 이베이 덩크 1족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며 화제가 되었고 결국 그가 최종 낙찰자였던 것이 알려졌다. 나이키 관계자들에 따르면, 2013년 SB 카테고리 은퇴 및 특별 프로젝트 부사장 취임 기념행사 때 샌디가 이베이 덩크를 처음 신었다고 한다.
이후 마라톤 2시간의 벽을 깨는 Breaking 2 프로젝트 등 끝없는 도전 정신으로 선수와 신발의 발전을 위해 힘쓰던 그는 지역 예술가와 스포츠 선수들을 위해 개방한 포틀랜드의 자기 집에서 고양이들과 휴식을 즐기고 주말 밤에는 지인들과의 파티를 촬영하는 등의 일상을 보내던 중, 2018년 10월 2일 지병이던 후두암과 인생의 약 1/3인 20년간의 투병 끝에 숨을 거두고 말았다.
되돌아온 전설
덩크 SB의 20주년을 맞이해 이베이 덩크(Nike Dunk Low SB x eBay Sandy Bodecker)가 재발매 된다는 소식이 들려왔고 큰 화제가 되었다. 공개된 신발은 첫 발매 당시 톱으로 잘라버린 샘플을 오마주하여 투명한 소재로 갑피를 이어 붙였고, 신발창 또한 절단된 부분을 반투명한 소재를 사용하였다.
깔창에는 샌디 보데커가 아기를 안고 있는 사진과 2003년 당시 잘라버린 샘플을 신고 있는 사진이 있는데, 왓더덩크(What the Dunk)와 줌 스테판 야노스키(Zoom Stephan Janoski) 등을 디자인한 나이키 SB 팀의 중요 인물인 제임스 아리즈미(James Arizumi)의 사진이며, 샌디가 안고 있는 아이는 제임스의 아들이다.
여기에 나이키SB의 초기 나이키 신발 혀의 로고 아래에는 #NIKESBFOREVER라는 문구를 넣어 나이키SB의 20주년과 샌디 보데커를 추모하고 있다. 나이키와 이베이는 SB 덩크 로우 샌디의 스페셜 패키지 10족을 20여 년 만에 기부 경매에 올렸고 총수익금 약 40만 달러가 보데커 재단에 기부되었다.
일반 판으로 발매된 덩크 로우 샌디는 파격적인 외관은 호불호가 크게 갈리며 소위 ‘실착’이 가능한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다. 운동화에 관심을 가진 지 얼마 되지 않아 신발의 배경을 몰랐던 사람들에게는 그저 기괴한 외관의 신발이다.
하지만 일부 오래된 운동화 팬들은 전설의 신발이 돌아왔다며 흥분했다. 발매 후 잠깐 올랐던 리셀가는 발매 가격 정도로 내려왔다. 예전에 어떤 신발이었고, 어떤 배경이 있든 간에 현재 스니커 시장에서 고려되는 여러 인기 사항들을 충족시키지 못한 것이다.
의미와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
이 글은 사실 2022 베스트 스니커를 꼽는 글에서 시작되었다. 글을 쓰다 보니 하고 싶은 말이 길어져 결국 따로 한 편을 쓰게 되었다. 이 신발을 통해 어찌 됐든 샌디(보데커까지 알아주면 좋겠다)라는 인물이 많이 알려졌고, 그 사람과 이 신발에 대해 궁금한 사람들이 그나마 좀 더 정리가 쉽게(한글로 된) 내용들을 접하길 바랐다.
지난 20여 년간 운동화 시장과 문화도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여전히 멋진 신발을 신거나 소장하기 위해 구매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투자 목적으로 구매하는 이들도 많아졌다. 한정 제품의 발매 주기와 발매처, 그리고 2차 시장에서의 거래 방법도 완전히 달라졌다.
나이키가 최근 들어 “협업 모델은 레트로 되지 않는다”라는 과거의 불문율을 깨고 과거의 명작 제품들을 재발매하고 있지만 대부분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 아니 리셀가만 놓고 보면 망작들이 많다. 덩크 로우 샌디 또한 마찬가지다.
오랜 시간이 흐른 만큼 많은 것들이 바뀌었고, 과거의 영광이 현재에서는 외면당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들이 가지고 있는 의미와 가치는 변치 않는다. 문화의 발전을 위해서는 대중들의 참여와 역할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들의 시작이 없었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여러분이 지금 운동화에 관심을 가지고 즐기고 있는 데에는 과거에 누군가가 만든 신발이 크고 작게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거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 SB 덩크 로우 샌디(Nike Dunk Low SB x eBay Sandy Bodecker)에 대해 깊게 이해하고 공감하며 진정으로 추모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출처 및 참고
https://www.complex.com/sneakers/ebay-nike-sb-dunk-sandy-bodecker-charity-auction
https://solesavy.com/nike-sb-hype-as-told-by-skaters/
https://kickstothepitch.com/tag/sandy-bodecker/
https://www.sneakerfreaker.com/features/game-changer-our-final-interview-with-sandy-bodecker
https://www.complex.com/style/2012/12/the-oral-history-of-stussy-part-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