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도 아직 못 가 본 이탈리아의 휠라 뮤지엄 Fondazione Fila Museo
2010년 휠라(FILA)는 브랜드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휠라 브랜드의 탄생이 이루어진 이탈리아 섬유단지이자 소도시인 비엘라에 휠라 뮤지엄 Fondazione Fila Museo을 오픈했다. 그리고 2022년 4월, 휠라 뮤지엄의 리노베이션을 발표한다.
이탈리아 소도시 비엘라(Biella)는 북서부 피에몬테주의 도시로, 면적은 46.69km², 인구는 4.5만 명이다. 면적으로 비교했을 때는 경기도 오산시(42.7km²), 인구수는 강원도 철원(4.4만 명)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음, 쉽게 말해 작은 지방의 소도시다.
휠라 뮤지엄은 비엘라 시청 그리고 시청 옆의 1천 년 된 성당과 함께 이탈리아 소도시 비엘라를 대표하는 건물이라고 한다. 휠라 뮤지엄도 300년 넘은 건물에 자리 잡고 있다니 이것도 참 대단한 기록이다.
휠라 뮤지엄 Fondazione Fila Museo에는 브랜드의 110주년의 역사를 마주하고 그 자체로 살아있는 수많은 아이템이 보관 되어있다. 아카이브 자료로 신발 4.5만 종, 의류 1.5만 종, 액세사리 2천 종 등 그 수량과 다양함은 매우 놀랍다.
휠라의 메인 모델 방탄소년단/BTS(@bts.bighitofficial)은 이탈리아 휠라 뮤지엄을 가봤을까? 흐음.
아카이브는 중요하다 Archive
휠라는 우리나라 브랜드/기업이고 코스피에 휠라홀딩스(FILA Holdings Corp.)가 상장되어 있다(스포츠/신발 관련 기업이 국내 증시에 상장된건 몇 개 없다, 그중 화승이 큰 업체 중 하나고).
국내 패션 브랜드 중 아카이브를 갖추고 별도의 시설에 돈을 투자하고 관리하는 곳이 얼마나 있을까? 없을 거다. 나도 그렇고, 당신도 그렇고 대부분의 직장인과 자영업자가 하루하루 살아가기 벅찬 터라, 아카이브에 신경 쓴다는 것은 쉽지 않을 일이다.
기업이라면 자금적 여유도 필요하고 전문 인력과 업무 부서에 따른 조직 개편까지 다양한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CEO의 강한 의지와 그룹 차원에서 진행해야 하는데-직장 생활해보면 그렇더라, 오너의 의지가 제일 중요하다-, 아마도 휠라는 이 부분을 잘 해결하고 진행 중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국내는 아카이브 시스템이 매우 취약하다. 이는, 대한민국이 빠른 산업화와 도시화로 우리의 것들을 빠르게 제거해나간 것에서 기인한다.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고 눈부신 성장을 만들었지만, 그만큼 또 많은 것을 잃었는데… 현대사는 나중에 짚어보기로 하고, 아카이브의 부재(不在)는 우리 사회의 큰 손실 중 하나다.
좀 과장을 덧붙여서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고 하지 않던가. 당장 돈이 되지 않는 사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룹 차원에서 브랜드 가치에 돈을 쓰는 건 상당히 멋진 일이다. 이건 어디 가서 살 수 없는 것들이니까.
시간과 수많은 일꾼이 만들어낸 멋진 결과물이다. 충분히 자랑할만하다.
캬~! 주모! 여기 국뽕 한 사발 더!
새로운 희망 New Hope
다행히 휠라가 브랜드의 풍부한 아카이브를 잘 정리하고 있는 터라 매우 바람직한 모습이다. 휠라 뮤지엄 Fondazione Fila Museo의 아카이브는 그 자체로 브랜드에 힘이 실리고 스토리가 붙어서 새로운 활력이 된다. 그리고 브랜드의 인사이트가 되어 새로운 방향성이 담긴 제품으로 돌아온다.
자기네 문화유산과 아카이브로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아디다스 스페지알 컬렉션(adidas Originals by SPEZIAL), 지금은 잠시 멈춘 70~80년대 제품의 복각에 초점을 두었던 나이키 VNTG 컬렉션과 같은 선례가 있다.
여기에, 아디다스나 나이키의 상품 설명 글에는 ‘풍부한 아카이브’, ‘70/80년대 문화유산’, ‘아이코닉’ 등 시적인 말이 자주 붙는데, 휠라도… 잘 활용하면 되니까…
참고로, 휠라 뮤지엄에서는 과거 휠라 제품을 기증 받고 있다. ACHIEVE THE ARCHIVE라는 프로젝트며, 2010년 이전 제품을 기증할 시 특별한 선물을 제공한다고 한다.
혹시, 아직 오래전 휠라 제품을 갖고 있다면 링크에서 정보를 다시 확인하고, 이메일을 보내보시라. 특별한 선물이 뭔지는 모르겠다. 받아보시는 분이 계시다면 이메일로 알려주시길.
휠라 뮤제오: 리플레이 1911(FILA MUSEO:Re-PLAY 1911)
2019년 5월 17일부터 26일까지 9일간, 서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8층에서 <휠라 뮤제오: 리플레이 1911(FILA MUSEO:Re-PLAY 1911)> 전시회가 진행되었다. 휠라 뮤지엄의 아카이브를 활용한 전 세계 순회 전시였는데, 첫 시작이 서울이었고 전시 기간 동안 2만 명이 넘는 방문객이 다녀갔다고 한다.
음, 난 몰라서 못 갔었는데… 이탈리아에서 공수해 온 자료들을 바탕으로 진행된 전시였을 텐데, 상당히 아쉽다. 다행히 2만 명이 다녀간 덕에 전시회 후기가 상당히 많아서 간접으로 경험할 수 있다.
참고로, 한국에서 휠라 뮤지엄을 방문 목적으로 이탈리아를 방문할 수는 없다, 그래서 휠라 뮤지엄 웹사이트에서는 버추어 투어 메뉴를 만들었다. 그냥 영상을 올려둔 형태지만 이런 배려는 좋다.
휠라 재직자와의 인터뷰
– 안녕하세요, 현직자로서 휠라 뮤지엄을 간단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현재 휠라에 재직 중인 F입니다. 휠라 뮤지엄(Fondazione Fila Museo)은 말 그대로 휠라의 오랜 역사와 전통을 기록하여 휠라의 유산을 잇고 이를 통해 새로운 영감을 얻어가기 위해 설립된 휠라 박물관입니다.
휠라그룹은 2000년대 중반 경영 위기를 겪으면서 경영 주체가 여러번 바뀌는 불상사를 겪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아카이브가 사라졌는데요, 다행히 ‘휠라(FILA)’ 사업권을 인수하신 윤윤수 현재 휠라홀딩스 회장님께서 이 부분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껴, 2007년 글로벌 사업권 인수 직후 휠라가 탄생한 이태리의 작은 도시 ‘비엘라’에 브랜드의 유산을 한곳으로 모으는 박물관 건립을 구상하셨습니다.
그 결과 2010년도에 뮤지엄을 오픈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휠라 박물관에는 단순 아카이빙 작업을 하는 직원들 외에도, 글로벌 마케팅 조직이 일부 근무하고 있습니다. 애써 글로벌 마케팅 조직을 본사가 있는 서울이나, 세계의 중심이자 미국 지사가 있는 뉴욕에 두지 않고 비엘라에 둔 이유는 휠라 브랜드의 출발점이기 때문입니다.
휠라 뮤지엄은 1911년 브랜드를 창립한 휠라 형제에 대한 소개부터,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로 성장시킨 역사적 인물, 휠라 로고의 변천사, 상징적인 여러 제품, 8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의 아카이브 책, 마케팅 광고물 등이 있어 휠라 역사를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는 장소입니다.
80~90년대 출시되었던 실제 제품들이 전시되어 있어서, 전 세계 휠라의 직원들이 새로운 제품을 기획하기 전에 이곳을 방문해서 과거의 디자인을 살펴보고 새로운 영감을 찾고 있습니다.
– 음, 역시 CEO의 의지가 가장 강했군요. 너무 깊은 답변을 주셔서 살짝 당황… 휠라 직원에게 있어 그곳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패션업에 종사하면서, 풍부한 헤리티지를 가진 브랜드에서 일한다는 것은 단순히 직장으로서의 회사를 떠나 매우 흥미로운 일입니다. 내가 몸담고 있는 브랜드에서 일했던 과거 선배들에게 이 브랜드가 어떤 의미가 있을지, 또 나에게는 어떤 존재인지, 소비자에게는 어떤 가치를 줄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또한, 브랜드가 지나온 길들을 쳐다보고 있으면 100년이 넘는 역사 속에서 어떻게 성장해왔는지를 발견하게 됩니다. 브랜드는 단순한 트레이드 마크가 아니라 살아있는 생명체라고 느낄 정도로 흥미롭고, 흥망성쇠(興亡盛衰)와 희노애락(喜怒愛樂)이 각 시대의 제품 속에 녹아들어 있습니다. 제품을 통해 과거를 재해석하고, 또 그것을 현대화하는 과정은 희열을 느끼게 합니다.
휠라 직원으로서 휠라 뮤지엄은 거대한 상업적 소용돌이 속에서 오르고 내리고를 거듭할 수밖에 없는 브랜드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기준점을 잡아주는 코어이자, 탄탄한 기반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뿐 아니라 함께 동료들도 뮤지엄을 다녀오면 브랜드에 대한 충성심이 급상승합니다.
직원들끼리는 농담 삼아 휠라 뮤지엄 Fondazione Fila Museo에 다녀오면 근속연수 ‘+2년 추가’라고 하거든요. 다녀오면 확실히 브랜드가 가진 저력을 다시 한번 상기하고, 또 그 에너지를 바탕으로 더욱 열심히 하게 됩니다.
– 최소 5번은 다녀오신 것 같은 답변을 주시네요. 그만큼 자부심이 생긴다는 것이고, 실제 아카이브 자료로 현대화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는거고. 흠. 휠라 직원이면 한번씩 이탈리아 보내주나요? 여기 다녀오라고… 아니겠죠?
아쉽게도 전 직원을 다 보내주지는 않더라고요. 직원 로열티 프로그램으로 근속연수 좀 채우면 보내주면 좋겠는데… 언젠가 회사가 도입해주길 바랍니다. 한번 다녀오면 애사심이 충전된다고욧!(보고 계시나요? 윤회장님)
다만 업무상 니즈가 있는 상품기획, 마케팅 쪽 직원들은 해외 시장조사 등 유럽지역 출장 시 꼭 들르는 장소입니다. 회사 내부에서도 꼭 휠라 뮤지엄(Fondazione Fila Museo) 방문 만을 위해 출장을 가진 않더라도 주변 지역을 지날 때는 관련 담당자들의 방문을 추천하는 분위기입니다.
– 2019년 서울에서의 전시는 어땠나요?
휠라 뮤지엄 Fondazione Fila Museo의 국내 전시 기획 <휠라 뮤제오: 리플레이 1911(FILA MUSEO:Re-PLAY 1911)> 전시회는 개인적으로 너무 뜻깊은 이벤트였습니다. 개인적으로 브랜드 비즈니스는 결국 브랜드가 어떻게 보여지는지의 싸움인데, 휠라코리아에서 진행하는 마케팅은 세일즈에 무게 중심이 잡혀 있습니다.
휠라의 글로벌 스토리를 보여주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생각했었던 차에 진행된 전시였습니다. 다행히 시장에서 휠라 브랜드가 좋은 신선도를 유지하고 있었고, 코로나가 터지기 전이어서 그런지 매우 성공적으로 잘 치러진 행사가 되었습니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약 열흘 간 2만 명 이상이 다녀갔다고 들었습니다. 물론 백화점 공간이 아닌 성수동 같은 핫플레이스였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있지만요.
– 기타 관련 에피소드가 있다면?
몇 가지 에피소드가 있지만 제 정체가 탄로 나기 때문에 밝히지 않겠습니다. 후후후 😎
– 저… 휠라 메인 모델 BTS는 이탈리아 휠라 뮤지엄을 가봤나요?
BTS… 방탄소년단… 그 분들은 워낙 바쁘신 분들이라… BTS 아미(@bts_army), 사랑합니다.
정리 Final
휠라(FILA)가 이탈리아의 소도시 비엘라에서 니트와 속옷을 판매하면서 시작한 만큼, 그 뿌리를 찾고 지켜가는 과정이 휠라 뮤지엄 Fondazione Fila Museo에 담겨있다. 휠라 직원들의 필수 방문 코스이자 성지라고 한다(국뽕에 차오른다고…).
이제 코로나가 잠잠해지는 추세이니 나중에라도 이탈리아를 가본다면 꼭 둘러보자. 다행히, 난 유럽행 비행기를 타보지 않았기에 갈 명분이 하나 더 추가되었다, 아디다스의 고향 독일 헤르초게나우라흐와 함께. 뭐, 언젠가는 가보지 않겠습니까?
참고로, 휠라 뮤지엄 Fondazione Fila Museo의 리노베이션은 2023년 하반기로 예정되어 있다. 이로써 휠라는 1911년 처음 기지개를 켠 발상지로 완벽하게 돌아간다.
아직 휠라의 메인 모델 방탄소년단/BTS(@bts.bighitofficial)는 못 가봤다. 당연하다, 직원들도 못 가봤는데…
Fondazione FILA Museum
Address: Via Seminari, 4/A, 13900 Biella BI, Italia
Web: https://www.fondazionefila.com/
Instagram : @fondazione_fila_museum
Tel: +390150997011
참고/이미지 출처 : 휠라 뮤지엄 Fondazione Fila Museo(https://www.fondazionefi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