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피터 무어 Goodbye Peter Moore
나이키 재직 시절 에어 조던 1과 조던 점프맨 로고, 윙스 로고의 디자인, 그리고 아디다스로 이직 후 EQT 시리즈를 탄생시킨 피터 무어(Goodbye Peter Moore)가 지난주 금요일인 4월 29일에 만 7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디자이너 피터 무어(Peter Moore/1944-2022)는 신발 업계에서 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활동하며 무수히 많은 업적을 남겼는데, 한 인간으로서 그리고 한 분야의 종사자로서 그와 같은 흔적을 남기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피터 무어는 나이키 Nike의 첫 글로벌 아트 디렉터로서의 활동, 아디다스 adidas에서 EQT의 탄생과 지금의 아디다스 퍼포먼스 로고 정립, 아디다스 아메리카 adidas America 설립의 중추적 역할과 디렉터로서의 임무를 수행했다.
그 이후 실무의 최전선에서 한발 물러섰지만, 자신의 회사 What’a Ya Think Inc?를 이끌며 아트 디렉터로서의 활동을 이어갔고, 아디다스 그룹 내에서 대부(Godfather)로 불리며 후학 양성에도 힘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올해 하반기 아디다스의 또 다른 레전드 디자이너 자퀴 샤상 Jacques Chassaing의 모노그래프 서적 From Soul to Sole: The Adidas Sneakers of Jacques Chassaing이 발매될 예정인데, 이 책의 아트 디렉터와 서문을 담당했다.
어쩌면 From Soul to Sole은 피터 무어 생전의 마지막 작업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큰 책이 되었다. 책 제목이 일생을 신발과 함께 온 그와 참 어울린다. 참고로, 아디다스 그룹이 제작한 책에서 그의 이름은 아트 디렉터로서 항상 등장한다.
공교롭게도 피터 무어가 우리 곁을 떠난 이틀 뒤인, 5월 1일은 나이키 창립 50주년을 맞이하는 날이다. 나이키 창업주 필 나이트 회장은 2005년 USA Today와의 인터뷰에서 피터 무어와 랍 슈트라서(Rob Strasser)가 조던 브랜드 신화를 만들어낸 계약의 1등 공신이라고 밝혔다. 그의 일생 자체가 나이키며 아디다스다.
사회 경험을 조금 해본다면 실무자로서 교육자로서 능력은 상당히 다른데, 이 둘의 균형을 유지하며 커리어를 이어가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그러고보면 피터 무어는 분명 흔치 않은 능력을 지닌 이 중 하나다. 물론, 그의 작업물을 보면 당연한 결론이지만.
조용히 우리 곁을 떠난 피터 무어의 별세 소식에 나이키와 조던, 아디다스 그리고 신발 업계의 모든 이들이 성명을 발표하며 슬픔을 나누고 있다. 한 시대를 풍미하고 큰 흔적을 남긴 그지만, 결국 그도 우리와 같은 한 인간이고 그 끝을 향해 열심히 달렸을 뿐이다.
Peter Moore,
You took a chance on us.
You always believed in possibilities.
You changed us forever.Thank you for showing us the future.
We are forever grateful.
You’ll be missed by all of us.Love,
adidas Originals statement
Your adidas family
호사유피 인사유명(虎死留皮 人死留名) :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우리는 가까운 사람이 세상을 떠났을 때 비로소 삶과 죽음의 가벼운 경계선과 허망함, 그리고 지금까지의 나의 인생을 둘러보고, 앞으로의 여생을 살펴보게 마련이다. 비록, 찰나일지 몰라도 잠시나마 숙연함의 시간을 가지며 삶에 대해 생각한다.
스니커 라이프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그가 참여한 조던 1이나 덩크, EQT 신발이 1개라도 없지는 않을 테다. 지금 바로 거리에서, 지하철에서, 교실이나 직장에서, 옆자리의 짝궁을 통해 피터 무어가 디자인한 신발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그의 작업은 마스터피스로 남아 영원히 존재하리라. 신발 산업에서 큰 족적을 남긴 디자이너이자 아트 디렉터, 대부로서 큰 산이었던 피터 무어의 명성은 영원히 변치 않을 테고, 그 누구도 함부로 넘어설 수 없으리라.
피터 무어는 가족들과 함께하는 마지막 시간, 영면하기 직전까지 새로운 신발을 생각하고 후배들을 생각했을 테다. 수고하셨습니다, 영면하소서. Goodbye Peter Moore.
굿바이, 피터 무어 Goodbye Peter Mo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