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스니커즈 리셀 마켓 시장이 한창 주목받고 있습니다. 국내 스니커즈 씬에 활기참을 주고 있는 가운데 이를 바탕으로 Bondnote(@countzero_seoul)님이 작성한 포스팅 Inside 스니커즈 리셀 마켓(Inside Sneakers Resell Market)을 소개합니다. Bondnote의 동의하에 옮겨온 글 입니다.
리셀(Re-Sell)
‘리셀(Resell)’, 즉 상품 되팔이는 사실 우리에게 익숙하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손을 잡고 따라갔던 야구장 한켠에 항상 보이던 암표상 아저씨들, 검정치마 콘서트 티켓을 중고나라에서 웃돈을 얹어 샀던 기억들, 소위 ‘샤테크(샤넬+재테크)’라 불리며 한정판 명품을 가격 인상 전에 구매해서 비싸게 파는 행위들 등이 모두 리셀이다.
정식 판매자와 구매자간이 아닌 1차 구매자와 2차 구매자 간의 2차 거래인 것이다. 이는 너무나도 보편적이고 간단한 ‘수요-공급’ 기본 법칙을 철저하게 따르고 있다. 공급자가 한정된 수량의 재화를 공급하고 이를 원하는 수요자가 공급량보다 많으면 가격은 상승한다. 이 재화를 선점한 2차 공급자는 웃돈이라도 주고 사려는 2차 구매자를 만나 리셀이 이루어진다.
다만 리셀(Resell)의 일부는 시장교란과 불공정거래 문제 때문에 불법 행위로 인식된다.
스니커즈 리셀 가격이 엄청난 상승률을 보여주더라도, 이는 극소수 상품의 경우고 기회 또한 제한되어 있으며 초기 투자자산이 워낙 소액이라 자산가치로서의 스니커즈를 평가절하했고 시장의 성장가능성도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Bondnote
Inside 스니커즈 리셀 마켓(Inside Sneakers Resell Market)
그동안 수집 욕구를 불러일으키던 한정판 앨범, 가구, 기계, 귀금속, 시계 등이 리셀의 대상이였다면 지금은 스니커즈, 즉 운동화가 리셀의 주류로 떠오르며 시장에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원래도 마니아 층 사이에서는 희귀한 아이템들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2차 거래가 이루어졌으나, 최근에는 카니예 웨스트(Kanye West)의 이지부스트(YEEZY BOOST), 버질 아블로와 나이키의 더텐 시리즈(Virgil Abloh and NIKE The Ten Project), 제리 로렌조의 피어 오브 갓과 나이키 협업(Jerry Lorenzo, Nike Air Fear of God), 트레비스 스캇 x 나이키(Travis Scott x Nike) 시리즈 등 유명 아티스트와의 콜라보 제품은 물론 최근 에어 디올(Air Dior)까지 한정판 스니커즈가 출시되기도 전에 일반 대중들이 엄청난 관심을 보내고 있다.
특히 올해 초 국내 아티스트로서 처음으로 지드래곤(G-Dragon/@xxxibgdrgn)이 나이키와 협업하여 선보인 파라노이즈 에어포스원(Nike Air Force 1 Para Noise)의 출시는 대중 인지도의 척도라는 네이버 검색어를 석권하며 국내 스니커즈 시장이 처음으로 대중들에게 광범위한 주목을 받기 시작한 사건이였다.
그럼에도 필자는 아무리 스니커즈 리셀 가격이 엄청난 상승률을 보여주더라도, 이는 극소수 상품의 경우고 기회 또한 제한되어 있으며 초기 투자자산이 워낙 소액이라 자산가치로서의 스니커즈를 평가절하했고 시장의 성장가능성도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네이버의 크림 KREAM(정확히는 그 자회사인 스노우)와 무신사(MUSINSA)가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지금까지 개인간 거래나 중소거래업체가 대부분인 스니커 리셀시장에 대기업이 등장해서 떡하니 스니커즈 거래앱을 각각 출시하며 시장의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미국 중고 의류 중개 거래 업체인 스레드업(Thredup)은 전 세계 스니커즈 리셀 시장은 지난해 20억 달러(2조 4,600억 원)였고 2025년까지 60억 달러(7조 6,000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중고 의류 중개 거래 업체 스레드업(THREDUP)의 레포트
도대체 시장 규모가 얼만데?
관련 자료가 많지 않은지 매체들이 거의 동일하게 미국 중고 의류 중개 거래 업체인 스레드업(Thredup)이 제시한 2020 리셀 리포트(2020 Resell Report by Thredup)를 인용하고 있다. 이 업체에 따르면 전 세계 스니커즈 리셀 시장(Sneakers Resell Market)은 지난해 20억 달러(2조 4,600억 원)였고 2025년까지 60억 달러(7조 6,000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해외 주요 스니커즈 리셀 플랫폼으로는 미국의 StockX, GOAT, 중국의 NICE, POIZON 등이 있다. 특히 선두주자인 ‘StockX’는 주식과 같이 스니커즈 매물의 가격 데이터를 차트화했고 입찰 형식의 구매방법, 편리한 결제수단 등을 구축하며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 창업 3년 만에 기업가치 1조 원을 인정받아 유니콘에 등극했다. 중국에서도 사용자가 가장 많은 ‘Poison(두앱)’이 작년 상반기에만 거래액 3,400억 원을 기록하며 초고속 성장 중이다.
우리나라는 작년부터 켓은 프로그(Frog), 엑스엑스블루(XXBLUE) 등등 업체가 스니커즈 리셀 서비스를 출시했지만 시장 규모는 아직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 지금까지 개인간 거래가 대다수를 차지했고 리셀 플랫폼도 아직 서비스 초기 단계라 관련 통계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거대 플랫폼들이 사용자를 흡수하고 일정 수준의 거래량이 나오는 내년 정도에는 국내 스니커즈 리셀시장 규모도 어느정도 추정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나이키와 아디다스 같은 글로벌 기업들의 한국시장에 대한 태도를 보면 국내도 스니커즈 시장이 작지는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
어떤 신발이 가격이 오르는데?
일단 한정판이다.
간혹 일반 모델 중에도 정말 미모가 뛰어나 입소문을 타서 품절되며 리셀 가격이 오르는 경우가 있으나 가격상승에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 결국은 수량 앞에 장사없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한정판 스니커즈를 출시하며 홍보 효과를 노린다. 한정된 수량을 공급하여 줄세우기를 유도하거나 바이럴 마케팅을 일으키며 브랜드 가치를 상승시킨다. 신발을 만들고 스토리를 입혀 공급을 제한하면 가격은 상승한다.
그러면 스토리는 어떻게 만드냐고? 대표적으로 두가지다.
첫번째는 콜라보레이션를 통한 스토리텔링이다.
그동안 스포츠 스타와의 협업에만 국한되어왔던 브랜드들이 유명 아티스트 혹은 특정 브랜드와 콜라보하여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그 역사는 꽤 오래되었는데 대표적으로 RUN DMC라는 힙합 아티스트가 아디다스의 슈퍼스타(adidas Superstar)를 신고나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정확히는 콜라보 제품은 아니지만), 그후 요지 야마모토(Yohji Yamamoto), 후지와라 히로시(Fujuwara Hiroshi), 버질 아블로(Virgil Abloh), 카니예 웨스트(Kanye West), 트레비스 스캇(Travis Scott), 제리 로렌조(Jerry Lorenzo) 등이 나이키, 아디다스 등과 협업하여 스니커를 출시했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이들이 그동안 구축해온 힙하고 아름다운 이미지와 창조적인 디자인 등을 그대로 흡수 할 수 있고 셀럽들은 글로벌 기업의 이름값을 통해 자신의 상품성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킨다. 소비자는 설사 한정판 제품은 구매를 못하더라도 이런 콜라보레이션 소식을 한 두번씩 접하면 브랜드 자체가 쿨하다고 인식되어 어느 순간 그 브랜드의 제품을 사게되는 것이다. 셀럽 외 다른 브랜드와의 콜라보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아이스크림 가게, 스케이드보드 편집샵, 스트릿 브랜드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이 있는데, 콜라보를 통해 MZ 세대에게 어필하는 한편 본인들의 인지도를 순식간에 높인다.
대표적으로 성공한 브랜드 간 콜라보는 루이비통 x 슈프림(Louis Vuitton x Supreme)과 최근 디올 x 에어 조던(Air Dior)을 꼽을 수 있다. 이런 전통적인 명품 기업과 스트릿 브랜드와의 콜라보레이션은 명품 브랜드에게 그동안 값 비싸고 지루하고 따분했던 이미지에서 벗어나 MZ 세대에도 어필할 수 있는 힙한 이미지를 선사한다.
두 번째는 추억팔이다.
주로 나이키 제품에서 자주 보이는 스토리텔링으로 예전에 발매했던 제품을 리스탁하는 형식이다. 조던이 신고 플레이하던 농구화를 동경하던 세대나 학창시절 돈이 없어 에어맥스 제품들을 못산 스니커즈 꿈나무들이 성장해서 회사원이 된 지금, OG(오리지널) 이름을 달고 해당 제품이 재출시되면 너도나도 추억에 잠겨 저절로 지갑을 열게되는 것이다(그래그래~ 그때 동네 잘나가던 형이 이거 신고 다녔었지~).
내 신발만 사는게 아니다. 아이들 신발까지 사게 된다. 그러면 아이들은 또 자라나 어른이 되고 아버지가 사준 신발을 보며 어린 시절을 추억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나이키는 영원히 신발을 팔 수 있다! 사람은 추억을 먹고 사는 동물이니까.
기사만 보면 마치 모든 신발을 구하기만 하면 8~15배 저절로 오르는 마법이 펼쳐지는 것 같이 묘사하지만 그런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하고 그런 신발이 내 손에 들어올리도 사실 만무하다.
자, 그럼 주식대신 신발을 사재끼면 되는거지?
아니, 리셀은 그냥 취미로만 하자.
예전에는 한정판 제품들을 선착순으로 발매하여 알바를 고용하는 등 사재기하는 것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시장 교란 방지를 위해 브랜드들이 무작위 추첨 방식을 채택하여 발매하고 있다. 기사만 보면 마치 모든 신발을 구하기만 하면 8~15배 저절로 오르는 마법이 펼쳐지는 것 같이 묘사하지만 그런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하고 그런 신발이 내 손에 들어올리도 사실 만무하다.
또한 상품의 가치를 볼 줄 아는 안목이 필요한데, 내 눈에 예쁘다고 그 신발이 시장가치가 높은 건 절대 아니다. 모든 사람의 심미안은 다르고 스니커즈의 경우 꼭 미모가 가치 판단의 절대 기준이 아님을 명심하자. 특히 스니커즈 시장은 자체적인 독특한 문화가 있어 이를 깊이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물론 다른 사람이 유명하다고 하면 대부분 그 상품의 가격이 올라가긴 하더라. 명심해라. 유명해지면 똥을 싸도 박수 갈채를 받는다).
물론, 여러 루트를 거쳐 제법 싼값에 상품을 구하거나 밤을 지새가며 상품을 구해 재판매와 재재판매를 통해 일정 수익을 확보할 수는 있다. 하지만 취미가 아니고서는 이런 지난한 과정을 버티기 힘들고 스니커즈에 대한 관심 또한 지속하기 어렵다. 수익도 노력에 비해 혹은 다른 재테크 수단에 비해 작아보일 수 있다.
혹시 나중에 세금을 걷지 않을까?
상품을 되팔아 차익을 실현하면 불로 소득이고, 사재기해 폭리를 취한다면 실정법 위반에 해당한다. 아무리 재화가 신발이라 하더라도 이를 매점매석 행위로 해석하면 물가 안정을 해치고 부당한 수익을 올렸다고 판단하여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이론상으로는.
스니커즈를 리셀하여 소득이 1,200만원 이상이면 부가세 대상이다. 원칙상 아무리 작은 금액이여도 차익이 발생하면 국세청에 기타 소득을 신고해야하는 것이다. 하지만 앞서 말한대로 시장 규모가 작거나 아직까지 통계가 잡히지 않아 이런 경우를 국세청에서 일일이 확인할 수는 없다. 따라서 일정 수준 미만의 개인 간 거래 소득은 세금을 걷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해외에서 직접 구매한 면세품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이 경우, 해외에서 ‘면세’를 받아 구매한 뒤 국내에서 재판매를 한다면 관세법 위반에 해당될 수 있다. 설령 관세를 냈다고 해도, 수입업자 신고를 하지 않은 사람이 해외 직구 상품을 대량으로 국내에 들여와 재판매하고 소득신고를 하지 않으면 일종의 탈세범이 될 수 있다.
리셀을 주 사업으로 영위하는 업체의 경우, 그리고 플랫폼을 운영하는 사업자 혹은 법인의 경우 아직 명확한 근거나 사례는 없으나 다수의 리셀 거래에 대해 부가세, 법인세, 양도세, 거래세 등 어떤 명목으로든 별도의 과세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 : 스니커즈 리셀의 매력 포인트
이제 신발은 생활 필수품인 동시에 자신의 개성을 돋보이게 하는 사치품으로 거듭났다. 비합리적인 소비 패턴과 인정받는 투자가치, 시장의 정보 비대칭성 등이 사치품과 닮아 있다. 하지만 다른 점도 분명하다. 스니커즈 만의 매력 포인트가 있다.
일단 진입장벽이 낮다.
신발은 누구나 신고 언제든지 접근 가능한 상품이다. 한정판의 경우 직접 신어볼 수는 없지만 본인의 발사이즈와 ID만 알고 있으면 쉽게 응모할 수 있고, 발매가격도 대부분 몇 십만원대로 기타 투자 가능한 상품보다는 훨씬 접근성이 뛰어나다. 당첨의 기쁨은 덤이다.
또한 스니커즈 리셀은 패션산업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스니커즈가 대중적으로 사랑을 받고 이런 문화가 자리를 잡는다면 큰 규모의 투자도 이루어져 산업 전반의 파이가 커질 수 있고, 이런 문화를 보고 자란 청소년 중에는 훌륭한 디자이너가 탄생할 수도 있다. 그런 아이들이 나이키 부럽지 않은 자국 브랜드를 만들어 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서브 컬쳐에서도 다양한 재밌는 시도들이 일어날 것이다. 그러니 너무 수익만을 쫓아 투자라는 이름에 몰두해서 스니커즈 시장을 바라보지는 말자. 그러기에 이 시장은 다양한 문화를 기반으로 더욱 멋진 시장으로 성장 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다들 건강한 스니커즈 생활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