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w. 비디오메이커 나이니스트 Interview with Nineist
2022년의 첫 인터뷰 프로젝트는 비디오메이커, 모션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나이니스트(@Nineist)와의 인터뷰 Interview with Nineist다. 축구와 축구 저지를 무척 사랑하는 아티스트로 무척 바쁜 일정을 쪼개 축구 클럽 활동도 병행 중이다.
모션그래픽이라는 그의 업(業/Work)은 언제나 빡빡한 일정과 낮과 밤이 쉽게 뒤바뀌는 생활, 마감에 대한 압박, 클라이언트의 등살에 휘둘리고 쉽게 지치기 마련인 직업군 중 하나다. 작업 결과물의 화려함 뒤에는 작업자의 피땀이 서려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나이니스트는 그가 모션그래픽 디자이너로 다양한 작업을 소화하면서 열정과 센스, 유머 코드가 돋보여 흥미로웠다. 그리고 그 꾸준함이라는 게 생활과 사고방식이 일치해야 얻는 거라 호기심이 일었다.
나이니스트라는 사람이 궁금했고, 인터뷰를 요청했다(Interview with Nineist). 다행히도 인터뷰이로 흔쾌히 나서준 나이니스트는 상당히 더디고, 다소 귀찮은 인터뷰 진행을 군소리없이 도와줬다. 그리고 이 사람… 붙임성이 상당하다.
이번 인터뷰 Interview with Nineist를 위해 새로이 프로필 사진까지 촬영했으니 생각지도 못한 빚을 졌다. 실로 스튜디오 촬영 준비라는게 어마어마한 일이다. 아마 숫자 9를 보면 인터뷰이 나이니스트가 자연스레 떠오를 테다.
나이니스트 SNS : @nineist
나이니스트 포트폴리오 https://readymag.com/nineist/official2021/
사진 촬영 : @baechu.me
Interview with Nineist about 나이니스트
–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는 서울에서 비디오 메이커로 활동하고 있는 나이니스트 이진웅입니다.
– 나이니스트 닉네임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군대에 있을 때 다들 그랬겠지만, 생각할 시간이 엄청 많았습니다. 밖에 나가서 무슨 활동을 하든 본명보다는 뭔가 멋진 이름이 하나 있어서 그걸로 활동하면 좋겠다 싶어 작명을 했습니다.
-Ist 는 ‘-에 익숙한 전문가’라는 의미고, 거기다가 숫자 9가 좋아서 단순히 nine+ist를 붙여서 만들었죠. 독창성도 있었고, 나이니스트 어감이 좋아서 활동명으로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어릴 때부터 9라는 숫자에 인연이 많았습니다(1학년 9반 9번 19번 이런 식…). 축구에서도 좋아하는 백넘버 또한 9 였고…
또, 어릴때 왠지 모르겠는데 순정 만화를 많이 챙겨봤습니다. 그때 당시 ‘나인(NINE)’이라는 순정만화잡지가 있었는데, 커버 상단에 고정으로 ‘9번째 예술 만화’라는 서브 타이틀이 굉장히 멋져 보였습니다.
그래서 요런 요상 망측한 이름이 만들어졌는데, 본명보다는 나인형, 나이니스트형이라는 이름이 더 익숙하게 되었습니다. 일본에서는 ‘나인쿤, 큐상’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 음, 카와이 스웨트라는 이름의 샵도 운영하신거 같은데, 지금은?
지금의 아내님과 결혼전, 마지막 일탈(?)이었던 추억의 편집샵입니다. 가게를 열어보자!라는 생각보다는 사람들과 좋아하는 것을 공유할 수 있는, 접근성이 좋은 사무실 정도를 생각하고 연남동 일대의 부동산 매물을 찾다가 어찌저찌 정신차려보니 개구진 편집샵이 되어버렸죠.
아내와 저는 일본의 어떤 것-이게 참 구체적으로는 말할 수 없는데, 정말 어떤 것이라는 표현이 맞는거 같아요-에 대한 굉장한 관심과 애정이 있어 일본에서 들여온 빈티지 소품과 옷, 바이닐, 자체제작한 상품을 판매했습니다.
정말 신기하게도 오픈하자마자 대기업과의 협업, 매거진 인터뷰, 화보 촬영 등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많았고, 알음알음 알고 찾아와주시는 분도 많았습니다. 여행차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 관광객, 한일 부부, 근처 어학당을 다니는 일본 학생 등, 의외로 일본 분들이 엄청 많이 찾아주시고 즐겨주셨습니다. 같은 일본이라도 자기가 몰랐던 제품에 대한 관심이 있으면 물어보고 구매하는 상황이 신기하고 즐거웠습니다.
그때의 인연으로 지금까지 인스타그램을 통해 안부를 묻는 사람들이 있으니, 꽤나 좋은 추억을 남겨준 프로젝트였습니다. 하지만 저희 부부가 처음해보는 영업이라 실수도 많았고, 아! 이건 내 길이 아니구나!라고 생각이 들자마자 바로 정리하고 결혼 준비를 했습니다.
몇몇 지인들이 카와이 스웨트를 다시 열었으면 좋겠다라고 말씀해주시지만, ‘오프라인은 정말 어려운것을 알기 때문에 몽글몽글한 추억 정도로 남겨두면 좋겠다’라고 답합니다.
Interview with Nineist about 스니커즈
– 나이니스트만의 스니커즈 컬렉팅 기준은 어떻게 되나요?
컬렉팅이라는 단어를 붙이기도 민망할 정도지만, 풀어나가자면, 이 스니커즈를 신었을 때 나를 돋보일 수 있는 에너지를 가진 것이면 오케이입니다. 그게 프리미엄이 붙은 고가의 신발이 될 수도 있고, 아는 사람만 아는 희소성있는 제품이 될 수도 있으며, 구제 가게 한 구석에 처박혀 있는 먼지 쌓인 제품일 수도 있습니다. 말이 길었네요. 내가 신으면 멋지겠다!하는 기준입니다.
– 가장 좋아하는 스니커즈 브랜드는 어떤 것인지, 그 이유도 궁금합니다
애초에 스니커의 처음 관심을 가진 계기도 축구, 축구화로 시작하였고, 2002년 월드컵 시절의 아디다스에서 출시한 프레데터 매니아는 아직도 저의 올타임 넘버원입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유니폼까지 파게되면서 다른 브랜드에서는 없는 아디다스 고유의 삼선 라인이 유니폼 곳곳에 녹아든 모습이 제 마음을 사로 잡았습니다.
– 가장 좋아하는 스니커즈 top 3는?
아디다스 프레데터 매니아 TR 재팬 블루, 아디다스 울트라 부스트 19 x 네이버후드, 아디다스 NMD R1 팩커
– 음, 아디다스 말고 다른 브랜드 이야기해도됩니다
사실 요즈음 나이키의 주요 스니커 제품군들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습니다. 우연한 기회로 언더커버와 함께한 에어맥스 720을 얻게된 것을 시작으로 베이퍼맥스, 에어포스원, 프레스토, 데이브레이크 등등 점점 신발장에 나이키가 쌓여져가는데요.
주로 협업을 통해 등장한 제품에 큰 관심이 가서 모으고 있는중입니다. 아무래도 협업이 가지고 있는 의외성이나 이슈 등이 저한테 매력적으로 다가오지않나 생각합니다.
– 그렇다면, 본인만의 스니커즈 구매 팁이 있다면?
이 인터뷰를 보시는 분들과 똑같은 방법으로 구매를 합니다. 특이점이라면 중고에 대한 예민함이 딱히 없어서, 서울 근교의 창고형 빈티지샵을 자주 디깅하며(물론 원하는 걸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지만, 그래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기대없이 갔다가 ‘이게 왜 여기서 나와?’하는 것들이 심심치않게 나오기 때문입니다), 특정 제품이 눈에 밟힌다면 번개장터나 주변에 스니커 고수 지인들에게 수소문해서 구하는 편입니다.
– 저도 중고에 대한 예민함이 없는 편인데, 서울 근교의 창고형 빈티지샵? 전 잘 모르는데 추천 좀 해주신다면?
대표적으로 집에서 제일 가까운 고양시 식사동 구제거리가 있습니다. 겉으로만 봤을땐 여기에 뭐가 있겠나 싶지만, 은근히 상태도 괜찮은 신기한제품이 여럿 있었습니다.
작년 2월에 방문했다가 컨디션 좋은 아디다스 EQT 신발을 단돈 5천원에 구입한적도 있고, 아디다스 가젤, 캠퍼스 80, 스탠 스미스도 다수 발견 할 수 있습니다. 카테고리 정리가 되있는 친절한 곳은 아니기 때문에, 특정 제품을 구한다는 생각보다는 가볍게 보물찾기하는 마음으로 여유롭게 들리시면 정말 재미있게 즐기실 수 있습니다.
Interview with Nineist about 축구 러버
– 축구화와 축구 유니폼에 관심이 많으시잖아요. 축구화랑 유니폼이 몇 개나 소유하고 계신거에요?
축구 관련 스니커즈는 총 7개!라고 정확히 셀수가 있는데. ㅋㅋ 유니폼은 대략 100장 정도 인거 같습니다. 특정 팀을 시즌별로 모으지는 않고, 아디다스 로고를 달고 있는 스토리있는 제품이면 샀던게 이렇게 되었습니다.
요즈음 손이 자주 가는 제품은 재작년 발매한 퍼렐 윌리암스 x 아디다스 x 휴먼 레이스(Pharrell x adidas x Humanrace) 이름으로 나온 레알 마드리드 져지입니다. 14~15 시즌에 나온 Y-3와 협업한 져지를 위트있게 리메이크한 제품인데, 검은색의 반팔 져지라 운동하거나 데일리에 잘 어울려 자주 입습니다.
– 소속 축구 팀 소개 좀 해주세요
니벨크랙 Nivelcrack이라는 이름의 팀인데, 축구 팀의 이름이기도 하고 축구 브랜드 이름이기도 합니다. 마포구에 오프라인 샵이 있는데 저의 사랑방입니다. 니벨크랙이라는 축구 브랜드로 다른 스포츠 브랜드와의 협업도 진행하는,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인지도가 있는 브랜드이지요.
이런 니벨크랙과의 특별한 인연으로 인해 2020년에는 EA 스포츠의 프랜차이즈 FIFA 21 게임의 글로벌 광고도 출연하기도 하였습니다(아래 영상에서 47~48초 단독 샷, 무려 2초 동안).
– 니벨크랙에 대한 소개 좀 더 부탁드려요. 제가 이해하기로는, 하나의 축구 관련된 브랜드인데.
축구팀도 운영하는데 일반인들도 참여가 가능한 클럽이라는거지요? 니벨크랙은 다양한 브랜드랑 협업도 하고
축구 문화를 기반으로 설립하였고, 여러 축구관련 오브젝트를 활용해 스트릿웨어 제품 컬렉션을 전개하는 브랜드입니다. 엄브로, 리복, 뉴발란스 등 다양한 스포츠웨어 브랜드와의 협업도 왕성하게 진행중입니다. 그리고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를 운영하여 스포츠 시장을 타켓으로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좋은 기회로 제주 유나이티드 FC의 새 시즌 리브랜딩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기도 하였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팬으로 브랜드를 접하다가, 브랜드의 디렉터 이신재 대표의 제안으로 축구도 함께하게 되었고, 여러 브랜드 및 축구 관련 프로젝트에서 그래픽 영상 제작을 하며 니벨크랙과 길고 끈끈한 인연을 이어나가게 되었습니다.
축구팀으로서의 니벨크랙은 또 주위의 축구를 좋아하는 다양한 직업군의 친구들과 모여 함께 몸을 비비며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일반인들의 참여가 가능한 팀은 아니고, 지인들끼리 자연스럽게 구성된 축구팀이라고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Interview with Nineist about 축구 저지
– 이번 인터뷰 Interview with Nineist를 위해 공을 들여 사진을 찍어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보통 일이 아니라서 너무나 감사해요. 몇 개 소개해주세요
맞습니다. 제가 이번 인터뷰 Interview with Nineist를 위해 시간을 내서 사진 촬영을 별도로 진행했습니다. 사진 촬영은 @baechu.me가 도와주었습니다. 아하하하. 몇 개 소개해볼게요.
– 아디다스 90-92 리메이크 아스날 90-92(adidas 90-92 Remake Asenal Jersey)
딱히 아스널 팀을 좋아한다 라기보다 아디다스에서 전개하는 아스널의 브랜딩이 정말 생각없다가도 손이 가게 만드는 조합이라고 생각합니다. 크리스마스 전후로 발매소식은 들었는데 실물은 그 이후 김포의 아울렛(?)에서 만나게 되어 구매하였습니다. 세일이라 구매해야지! 해놓고 집에 모셔놓고 보니, 90-92 시즌의 노스텔지아를 느끼게 해줘서 좋았습니다.
– 아디다스 프레데터 매니아 TR 2002 월드컵 기념(adidas Predator Mania TR 2002 World Cup Celebration)
2002년 월드컵을 경험한 세대라 2002 이름만 들어가도 환장하는 타입입니다. 축구를 좋아한건 98년 프랑스월드컵때 부터고, 축구의 에너지에 압도된건 2002년이고 제가 고3 때였죠.
시간은 흘러 경제력이란게 생겨난 이후부터 2002 월드컵의 흔적이 느껴지는 것들에 관심을 가지고 조금씩 모으게 되었습니다. 그중 최근에 정말 우연히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민트급 이녀석을 만나 바로 입양을 했지요.
물론 2002년도에 발매된 제품은 아니고, 그때 발매된 프레데터 매니아의 리메이크 트레이닝 버젼으로 2020년 3월에 출시된 제품입니다. 부스트폼 또한 좋아하는 저를 200% 만족시켜주는 저의 최애 스니커중 하나입니다.
– 아디다스 레알 마드리드 휴먼 레이스(adidas Real Madrid Human Race Jersey)
14~15 레알 마드리드와 Y-3의 협업으로 발매된 기념 져지를 HUMAN RACE에서 리메이크하여 발매한 제품입니다. 그 당시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Y-3 기념 저지의 가격은 어마무시하기 때문에 손가락만 빨고 있다가(전면부의 웅장한 용 디테일은 지금봐도 감동이지요), 2020년에 HUMAN RACE 이름으로 리메이크 제작해 발매 했을 때 바로 구매했습니다.
붓 터치의 느낌과 묘하게 개구진 느낌이 저에게는 오리지널에 준하는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이상하게도 국내에서는 큰 인기가 없었는지 카시나에서 세일하고 있는걸 보고 가슴 한켠이…
– 아디다스 레드스타 FC 17-18 홈(adidas Red Star fc 17-18 Home Jersey)
제가 몸담고 있는 축구팀 니벨크랙의 스토어에서 구매한, 현재 프랑스 리그 2에 소속된 레드 스타 FC의 17-18 홈 져지입니다. 이 져지를 리스트에 뽑은 이유중 하나는 축구가 축구로써의 키워드로만 활용되는게 아닌, 패션과 문화로도 소비될 수도 있구나하는 인식을 심어준 져지이기 때문입니다.
당시 기존의 프로 축구팀에서 머천다이징을 전개하는 무드나 방식에서 벗어나, 유스 컬쳐와 인터넷 문화등을 적절히 배합한 디렉션으로 전개한 프로모션들은 저에게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세상에 메인스폰서가 VICE라니, 입고 다닐만 하죠.
– 아디다스 베갈타 센다이 25주년(adidas Vegalta Sendai 25 Anniversary Jersey)
축구가 취미에서 자연스럽게 일로 넘어갈 때즈음 만나게 된 일본 센다이 출신의 그래픽 디자이너 KEISUKE YAMADA와 자연스럽게 친구가 되면서, 그 친구가 직접 디자인에 참여한 이 져지를 선물 받았습니다.
친구의 고향 센다이를 연고로 하는 VEGALTA SENDAI 팀의 25주년 기념 저지이고, 이 선물을 시작으로 일본에서의 여러 축구관련 재밌는 작업들을 시작하게 되었죠.
Interview with Nineist about Works
– 모션그래픽 작업 스타일이 다양해요. 하나의 스타일링을 고집하는게 아니라서 보기 좋아요.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그게 참 쉽지가 않은데 말이죠
우선, 저의 성격도 막 그렇게 고집있는 성격이 아닙니다. ㅎㅎ 제가 자주쓰는 말이 ‘아 맞네~ 그럴수도 있겠네~, 그게 좋겠네~’거든요. 활동의 시작을 클라이언트를 두고 하는 작업이었다보니 자연스럽게 거기에 맞게 프로세스가 만들어졌는데, 이게 의외로 여러가지 의미로 공부가 되더라구요.
상대방의 머릿속에 있는 그림을 끄집어 내어 구체화하고, 상호간에 만족할만한 아웃풋으로 이끌어 내는 상황 자체가 재미있었습니다.그 과정에서 필수로 따라오는 리서치 과정들이 저에게는 ‘와 이런게 있네~ 이렇게도 되네~’식의 지식과 감동이 저에겐 굉장한 공부가 되죠.
그래서 아직까지는 아티스트, 디자이너의 스탠스보다는 제작자의 역할이 저에게 맞는것 같습니다. 물론 저도 저만의 어떤 것을 가지고 여러 줄기에서 활동하는 것이 최종 목표이기도 하고, 주변의 많은 아티스트 친구들을 부러워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더 많이 배워야한다라는 생각이 강해서, 이것저것 다 맛보고 싶은 욕심쟁이가 어울리는거 같습니다.
– 제일 중요한건, 유머가 있어요. 유머와 여유를 잃지 않는 방법이 있는지?
아- 오늘은 유-우머 충전을 좀 해야겠어!라는 자세로 들여다보는건 인터넷 세상입니다. 2017년 5월을 끝으로 운영을 하지않고 있는 북마킹 웹사이트 ffffound가 아직까지도 저의 베스트 놀이터였고,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위트있는 글이나 이미지를 즐겨 찾는편입니다.
제 작업에 직접적으로 반영되지는 않아도 이렇게 쌓인 무드들이 어느정도는 향을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여담이지만, 저의 아내님은 제 개그 코드를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
– ffffound 망했군요, 몰랐네요. 영감은 어디에서 받는지?
위의 대답과 연결될 수 있겠네요. 인터넷 세상을 주로 탐험하며 아이디어나 영감을 줍줍하는 편입니다. 개인작업에 한해서는, 그전까지는 이미지가 주는 힘에 대해 탐구를 하는 편이였는데, 요즈음은 사회적인 이슈나 메세지를 담는데 조금은 더 관심이 있어 그쪽으로 작업을 해보는 편입니다.
– 작업 프로세스는 어떻게 되는지?
클라이언트의 컨택으로 진행되는 프로젝트는 특별할만한게 없는 프로세스인거 같습니다. 아마 모든 디렉터나 디자이너들이 진행하는 흐름과 결을 같이 하는것 같습니다. 요즈음의 개인작업의 경우는 그전에 관심있던 이미지나 이슈 등 갈무리 해뒀던 것들을 뒤적거리다가 느낌이 온다 싶으면 바로 그자리에서 뚝딱거려보는 편입니다. 가이드 작업정도로 나오게 되면, 여기에 맞는 주위의 도움을 줄 수 있는 다른 장르의 작업자들과 협업을 해본다던가, 아니면 조금 더 다듬어 개인작업으로 공개하는 흐름입니다.
– 클라이언트들이 정말 많아요. 그만큼 다양한 작업을 했네요. 뮤직비디오, 공연, 프로모션, 전시 등
꽤나 다양한 카테고리의 요청을 주셔서 신기하고 또 감개무량할 따름입니다. 아마도 다양한 형태의 작업물들이 있다보니, 교집합이 될수 있는 여지가 많은거 같습니다. 계획된 미팅 자리건, 우연한 자리이건, 입버릇 처럼 이야기합니다. 저 많이 열려있는 사람이니 언제든 연락주세요!
– 개인적으로 『はぐれ町旅情 REMIX – COLTECO』 : 8비트 게임 그래픽 요소의 활용이라, 아이디어도 좋고 재미있어요. 요 작업에 대한 에피소드나 추가 설명 부탁드려요.
후쿠오카 출신의 10년지기 친구이자 뮤지션인 sato shogo가 프론트맨으로 있는 밴드 COLTECO의 はぐれ町旅情 REMIX(힘내라 고에몬 OP) REMIX 음악을 프로모션하기 위해 만든 비디오입니다.
음원 공개 전, 저에게 먼저 들려주었는데, 게임 오프닝 곡을 리믹스했다는 말을 듣고, 게임 영상을 검색해보다가 메인 타이틀을 패러디해서 만들어보면 재미있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음원 공개날을 하루 뒤로 미뤄달라고 부탁하고 바로 그자리에서 만들어버렸습니다.
사실 작업이라 하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간단하게, 이미 있는 오프닝 타이틀을 수정해 곡 타이틀로 만들고, 영상속 환경을 날씨 변화로 재작업해 만들었는데, 친구는 너무 마음에 들어해서 개인적으로도 만족도가 높습니다. 이때 당시 8비트 혹은 레트로 그래픽이 꽤 인기였던 시기였어서 의도치않게 트랜드를 따라가버린 프로젝트입니다.
– 『술탄 오브 더 디스코 – 통배권(feat. 뱃사공)』, 요 작업도 만만치 않았을텐데, 그래픽디자인부터 모션까지 다 하신거에요? 요런 B급 감성 좋아요, 감각 어떻게 유지하시는지?
제 작업 인생 최고의 밀도 x 최고의 시간투자 x 최고의 스트레스로 기억남는 작업입니다. 술탄 오브 더 디스코(Sultan of the Disco)의 보컬 나잠수(@nahzamsue)는 동갑내기 친구인데, 이 곡을 작업할 때 80~90년대 홍콩 액션 영화의 무드를 생각하고 만들었고, 메인 아트워크를 담당해준 타투이스트이자 드로잉 아티스트 화로(@bongchillpark)와 저를 뮤직비디오 제작으로 아예 염두했다고 합니다.
전체적인 구성은 화로와 제가 담당을 하고, 메인 아트워크 및 작화는 화로, 애니메이션 및 후반작업을 제가 하는 분업 형태로 진행했습니다. 요즈음에야 이런것들이 B급 감성이라는 단어로 정리가 되지만, 80~90년대의 문화 황금기를 겪어온 저로써는 노스텔지아 물씬 느껴지는 A+++ 급이지요.
뮤직비디오 공개후 정확히 반응이 반/반 이였습니다. 졸라 재미있다와 이상하다. 그래도 작업의 노고를 알아주시고, 2019년 코리아 힙합 어워즈 뮤직비디오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는 영광을 얻었습니다. 물론 수상은 못했지만, 기라성 같은 분들 사이에서 작품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는 것만으로도 가문의 영광이라 뜻깊은 경험이었습니다.
– 『술탄 오브 더 디스코 – 슈퍼 디스코』, 뮤직 비디오 작업도 재미있어요. 이것도 작업량이 만만치 않았을텐데…
전체의 스토리 라인이 필수였던 작업이었습니다. 아예 A to Z까지 다 요청을 받은 상태에서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차에, 술탄 맴버중 드러머 김간지의 팔뚝에 새겨진 게임 CAPTAIN COMMANDO 타투를 보고, 이 게임의 스테이지를 모티브로 접근해 빌드업하는 형태로 제작했습니다.
술탄 멤버들을 각각 스테이지에 적용해 캐릭터화하고 이야기의 마지막에는 다 함께 모여 연주를 한다라는 식의 스토리 라인이였고, 메인 오브제였던 종이 인형도 멤버들의 익살스러운 모습들과 잘 어울렸습니다.
영상 전체를 감싸는 빈티지한 무드 또한 전부터 해보고 싶었고, 이 모든게 어느하나 어색함없이 잘 버무려진 만족도가 높은 프로젝트였습니다. 멤버들과 친분이 높아도 이렇게 뮤직비디오 하나를 온전히 맡기는게 큰 결심이었을텐데, 믿고 맡겨주고(무엇보다 잔소리도 안해서) 고마웠습니다.
작업량은 사실 계획만 잘 갖춰진다면 크게 부담스러워하는 편이 아니라, 재미있게 작업한 기억 뿐입니다.
P.S 스니커즈 입문에 도움을 지금도 많이 주고 있는 친구 나잠수(@nahzamsue)와 최석 aka 석석박사에게 고맙다는 말씀 끝으로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