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익숙한, 그러나 처음이야. 이세이 미야케 x 뉴발란스 MT10O(Issey Miyake x New Balance MT10O)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세상을 떠난 디자이너 이세이 미야케(Issey Miyake, 三宅一生)는 패션 업계에서 큰 획을 그은 디자이너 중 하나다. 하이패션 디자이너로의 활약이 대단했지만, 구김이 가지 않는 주름 옷 플리츠 플리즈(Pleats Please)와 삼각형 패턴을 활용한 바오바오(BAO BAO) 백은 우리 동네는 물론 전 세계의 여성으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다.
한 장의 천을 사용한 옷의 형태에 자연스러운 구김을 입혔고 그 덕분에 여성은 체형과 사이즈에 크게 구애받지 않아도 되었다. 때로는 비즈니스 룩으로 충분히 괜찮았기에 그야말로 인간 중심의 유니버셜 패션 디자인 사례로 언급된다. 삼각형 패턴의 가방은 물건에 따라 평면에서 기하학적인 형태로 변신했고, 가볍고 접어서 보관이 되니 실용성이 높다. 특히나 장바구니로도.
애플의 전 CEO이자 21세기 혁신의 아이콘 스티브 잡스(Steve Jobs)는 공식 프레젠테이션 때마다 이세이 미야케에게 주문한 검정색 터틀넥과 리바이스 청바지 그리고 뉴발란스 992 스니커즈를 입었다. 그래서인지 이세이 미야케와 뉴발란스의 협업은 그리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왠지 익숙하지만 이세이 미야케 x 뉴발란스 MT10O(Issey Miyake x New Balance MT10O)은 이 둘의 첫 번째 협업이다. 지난 9월 2024SS 이세이 미야케 컬렉션에서 미리 선보였지만 정식 발매는 이번 달 중순이었다.
이세이 미야케와 뉴발란스는 과거 발매된 뉴발란스 미니무스 트레일(Minimus Trail, 협업 신발의 MT는 이를 줄인 것)을 기본으로 했다. 자연스러운 형태의 발(Bare Foot)의 디자인 컨셉-얇지만 착용감 좋은 가죽 외피와 메쉬 소재의 사용, 이를 둘러싼 가죽 패널, 든든한 비브람 솔의 활용으로 상당히 가볍고 편안해 보이는 신발로 꾸몄다. 바닥의 충격을 흡수해 주는 러닝화가 아닌 발바닥의 작은 알갱이까지 그대로 느껴질 밀착감, 비로소 신발 안에서 모든 발가락이 자유로이 움직일 수 있는 해방감까지 느껴진다.
이 신발에는 이세이 미야케의 로고나 글씨 하나 없는 게 그의 철학과 비슷하다. 멋의 최우선이 아닌 착용자의 매력을 돋보이게 해주는 디자인 말이다. 그저 흉내 내기가 아닌 실물 구현을 위해서는 높은 기술력과 디테일이 필수인데 뉴발란스는 그런 최적의 파트너 중 하나다.
1970년 미야케 디자인 스튜디오(MDS)를 오픈하면서 추구한 콘셉트 중 하나가 진(Jeans)과 티셔츠만큼이나 ‘민주적이고 편안한’ 디자인이었다. 민주적이고 편안한 디자인이라면 바로 우리가 좋아하는 스니커즈 아니겠는가? 가격까지 편하지는 않다만.
참고로, 우리 장모님이 이세이 미야케 옷을 상당히 좋아하신다. 그래서 이 신발을 보여드렸는데 이쁘다는 평을 남기셨다. 이세이 미야케 스타일의 착장에도 잘 어울릴 거라고 하셨다. 으음, 조만간 선물로 하나 드려야 할까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