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 2021 리포트(KREAM Report 2021)
2021년 12월 30일, 국내 리셀 플랫폼 1위 사업자인 크림(KREAM)이 2021년 한 해의 거래 데이터를 분석한 크림 2021 리포트(KREAM Report 2021)를 공개했다.
2020년 3월, 아주 조용히 시장에 등장해 불과 몇 개월 만에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한 크림은 네이버의 자회사 스노우(SNOW)에서 시작했지만, 별도의 회사 크림(KREAM Corp.)으로 독립해서 자기만의 길을 걷고 있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큰 거래액과 시장 점유율을 점령한 서비스는 전무후무하다. 그리고 거침없다.
2021년 12월의 마지막 바로 전날에 공개한 크림 2021 리포트(KREAM Report 2021)는 국내 리셀 플랫폼 사업자가 처음 공개하는 공식적인 리포트라는 것. 국내 시장 점유율 1위의 사업자가 자신들의 플랫폼 내에서 거래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제작된 점. 국내 리셀 시장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고, 국내 스니커 씬의 일부겠지만 실제 데이터로 만든 거의 유일한 자료이기 때문에(각 브랜드 사들이 판매량을 공개하지 않으니까…), 의미 있다.
그런데, 99%의 뉴스/언론 매체들은 이번에 크림이 리포트 2021 결과물과 함께 배포한 보도자료를 복사 & 붙여넣기로 포스팅을 해서 상당히 답답하고 짜증 났다. 언론 매체야 메일함 가득하게 차는 수많은 보도자료 중 하나이지만, 스니커즈를 좋아하고, 신발을 사랑하고, 관련 비즈니스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는(적어도 내게는) 이런 의미 있는 자료를 그냥 하나의 흘러가는 기삿거리로 치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2021년 크림 리포트를 다시 살펴보았다. 국내의 2021년 트렌드를 살펴볼 수 있는 상당히 좋은 자료로, 국내에서 압도적인 리셀 플랫폼 시장 점유율 1위 플랫폼인 만큼 판매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결과물은 재미있다.
베스트 오브 킥스(Best of Kicks)
크림은 베스트 오브 킥스로 2020년과 2021년의 데이터를 보여주고 있다. 2020년에는 조던류의 신발이 강세였다면, 2021년에는 덩크, 뉴발란스 327, 뉴발란스 992, 에어포스 등으로 종류가 늘어났다. 2020년에 컨버스 런스타 하이크 신발이 가장 거래가 많았는데, 2022년 1월 11일 기준 날짜로 크림에서 누적 3.6만 건의 거래(즉시 구매 최저가 8.9만 원)가 이루어졌다.
거래 가격은 수시로 변동되어서 평균값을 내기가 참 어렵지만, 현재 시세로 대략 10만 원 선에서 거래가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면 약 36억 원어치의 거래량을 만들어낸 것이다. 실제로는 그 이상일 수도, 이하일 수도 있지만 간단하게 본다면 말이다.
2021년에는 단연 ‘범고래’라고 불리는 나이키 덩크 로우 ‘블랙/화이트’가 1위에 랭크되었다. 역시나 2022년 1월 11일 기준으로 범고래를 살펴보면 누적 거래 남자 모델 9.4만 건, 여성 모델 4.8만 건, 키즈 1.3만 건의 거래량을 기록 중이다. 범고래 시리즈 세가지 모델의 거래 건수를 합하면 약 15.5만 건, 평균거래가격 약 30만 원으로 어림잡아 계산해보자면 약 465억 원의 거래액을 만들어냈다.
나이키 오프라인 스토어에서 게릴라식으로 래플이 진행되어서, 열심히 구글 응모폼에 도전했지만, 나에게는 연락이 없는 그 범고래… 과연, 2022년에는 내게도 범고래가 찾아올지, 누적 기록 20만 건을 달성할지 매우 궁금하다.
남성 vs. 여성 신발(Mens vs. Womens Shoe)
2021년 남성과 여성이 선호한 신발은 역시나 범고래 덩크로 각 1위에 랭크되었다. 남성과 여성 최고 인기 스니커즈 Top 5 모두 무채색 계열의 신발들로 소비자들은 무난한 코디에 적합한 제품들이 선호 됨을 알 수 있다.
어디든 매칭이 쉽고 튀지 않고 유행을 따라주는 신발들은 언제나 인기가 좋다. 그런데, 너무나 순위권을 도배해버린 나머지 상당히 재미없는, 밋밋한 결과가 나왔다. 이점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나이키 에어포스 1 올백(Nike Airforce 1 White)은 시대를 막론한 베이직 아이템인데, 아디다스 슈퍼스타(adidas Superstar)와 함께 국민 신발이 아닐까 싶다. 셀럽 지드래곤(G-Dragon)도 나이키와의 첫 협업 에어포스 파라노이즈(Nike Air Force 1 Low G-Dragon Peaceminusone Para-Noise)를 에어포스를 베이스로 한만큼, 에어포스의 위엄은 영원할지 모르겠다.
농구화로 탄생한 에어포스가 스트릿 씬에서 일상화로 자리잡으며 긴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괜히, 닥터 드레(Dr. Dre)가 매일 새로운 에어포스원을 신고 버린다는 이야기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베스트 오브 프리미엄 킥스(Best of Premium Kicks)
크림은 베스트 오브 프리미엄 킥스(Best of Premium Kicks)이라는 페이지를 별도로 할애했다. 과연, 크림의 프리미엄 킥스의 기준은 잘모르겠지만, 크림 거래 기준 대략 2~3백만 원 이상의 가격대의 신발로 보면 될 것 같다.
총 5개의 신발을 선정했는데, 단건 거래액으로 리테일가 대비 1,762~2,137%까지 수직 상승(안드로메다행)을 기록한 것들이다. 이 신발들은 매우 소량의 거래 건수만으로도 최고의 리셀가를 만들어낸 아주 귀한 신발이다.
아래의 캡쳐 이미지는 모두 2022년 1월 11일 기준이다. 아마도 자신의 사이즈로 고르거나, 평균적인 260~280 사이즈로 선택한다면 가격이 훌쩍 뛰어버린다. 워낙 높은 가격의 제품들이라 2021년의 거래로 봐도 무방할 듯.
작년 말, 우리의 곁을 떠난 버질 아블로(Virgil Abloh)의 명작 조던 1 x 오프화이트 더 텐 레트로 하이 시카고(Jordan 1 x Off-White Retro High Chicago The Ten)는 비보가 전해짐과 동시에 가격이 급상승했다.
- 나이키 x 톰삭스 마스야드 2.0(Nike x Tom Sachs Mars Yard Shoe 2.0 Space Camp) : 누적거래 33건, 즉시 구매 최저가 8,350,000원(2022년 1월 11일 기준)
- 에어 조던 1 x 프라그먼트 레트로 하이(Jordan 1 x Fragment Retro High OG) : 누적거래 28건, 즉시 구매 최저가 4,950,000원(2022년 1월 11일 기준)
- 조던 1 x 오프화이트 더 텐 레트로 하이 시카고(Jordan 1 x Off-White Retro High Chicago The Ten) : 누적 거래 45건, 즉시 구매 최저가 7,990,000원(2022년 1월 11일 기준)
- 에어 조던 1 하이 낫 포 리세일(Jordan 1 Retro High Not for Resale Varsity Maize) : 누적거래 56건(2022년 1월 11일기준)
- 나이키 x 트래비스 스캇 SB 덩크 로우(Nike x Travis Scott SB Dunk Low) : 누적거래 1,870건, 즉시 구매 최저가 2,500,000원(2022년 1월 11일 기준)
베스트 오브 콜라보(Best of Collab)
크림이 선정한 베스트 오브 콜라보(Best of Collab) 첫 번째는 트래비스 스캇과 프라그먼트 디자인, 나이키가 3자 협업으로 진행한 조던 1 로우가 선정되었다.
나이키와 트래비스 스캇(Travis Scott), 스트릿 신의 대부 후지와라 히로시(Fujiwara Hiroshi)가 참여한 대협업이기 때문에 주목을 받았지만. 콘서트에서 불미의 사고로 트래비스 스캇과 나이키의 협업이 모두 중단된터라, 다시 이런 프로젝트가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그래서 더 주목을 받을지도, 물론 제품 자체만으로 이쁘다.
2위는 지드래곤(G-Dragon)이 참여한 에어포스 파라노이즈 2.0(Nike Air Force 1 Low G-Dragon Peaceminusone Para-Noise 2.0)이 선정되었다. 5위에도 지드래곤이 참여한 권도(Nike x G-Dragon Peaceminusone Kwondo1 White)가 리스트에 올라왔는데 아마도 국내 리셀 플랫폼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 아닐까? 그래서 더 의미있다. 지드래곤 파워, 대단해.
그 밖에… 카테고리들(ETC.)
크림 레포트 2021(KREAM Report 2021)는 스니커즈를 포함해 의류, 시계, 핸드백, 키덜트(베어브릭 & 레고) 등 크림 플랫폼 내에서 다루고 있는 여러 카테고리를 담았다. 단연 내가 주목할 부분은 스니커즈라 스니커즈만 소개했지만, 다른 카테고리의 내용들도 살펴보기를 바란다.
크림은 2021년 몇 개의 카테고리를 더 추가했다. 럭셔리 시계(롤렉스)와 명품 브랜드(샤넬, 디올, 보테가 베네타 등), 신명품 브랜드(셀린느, 스톤 아일랜드, 마르지엘라, ACNE 등), 디지털기기(플레이스테이션, XBOX, 그래픽카드 등) 단건의 거래 금액 자체가 높은만큼 볼륨 키우기에는 상당히 좋은 제품들이다.
크림의 신발을 넘어 명품 검증 서비스 시작은, 기존 오프라인을 중심으로 한 명품 감정 업체의 밥그릇에 숟가락을 빼앗으며 매섭게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양상이다. 전통 명품 검증 서비스의 벽을 무너뜨려 시장을 투명하게 하는 것인지, 플랫폼을 무기로 작은 업체들의 먹거리를 탐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오프라인의 명품 감정 업체는 명품 검증 서비스도 있지만 명품을 담보로 한 대출과 대여라는 또 다른 서비스가 있고 오히려 그것이 중점인 경우가 많다. 그래도 크림의 시장 진출에는 적색 경보가 울렸을 터.
크림 2021 리포트 돌아보기(Rewind: KREAM Report 2021)
플랫폼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리포트
한국의 스니커헤드들은 글로벌 시세는 스탁엑스(StockX), 국내 시세는 크림(KREAM)이라는 이미지를 거의 스탠다드로 생각하고 있다. 불과 크림 서비스 런칭 2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모두가 동의하는 바일 테다.
그런 점에 있어, 크림 2021 리포트(KREAM Report 2021)는 그동안 스탁엑스(StockX)에서 꾸준히 발표하던 판매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통계 데이터 결과물의 국내 버전으로 만나볼 수 있어 무척 반갑고 높히 사는 일이다. 너무나 기다려왔기 때문일지 모른다, 나만 그런건지 모르겠네?
우리는 그동안 각 브랜드 업체마다 판매량을 알고 있을 뿐, 국내에 얼마나 많은 신발이 팔렸는지 알 수가 없었다(업체는 당연히 공개하지 않아도 되고). 물론, 크림의 거래량은 리셀(Resell)이라는 재테크 수단으로의 기록의 성격이 크고, 자전거래, 등록되지 않은 신발의 거래를 파악할 수는 없어 참고만 해야 한다. 그래도 플랫폼 내의 거래량을 바탕으로 리포트가 작성되어 의미 있는 결과물을 보여주었다.
반면에 솔드아웃은…
크림에 이어 리셀 마켓 2위라 할 수 있는 솔드아웃(Soldout)은 플랫폼 거래량을 베이스로 한 게 아닌, 자신들이 솔드아웃 플랫폼 내에서 공개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바탕으로 정리한 리포트 2021 솔드아웃 돌아보기를 공개했다.
크림과 솔드아웃 모두 리셀 플랫폼이지만, 두 서비스의 지향점이 다른 건지, 아니면 솔드아웃 플랫폼의 거래량이 아직은 유의미한 데이터로 활용하기 어려운 단계라서 그런 것인지 모르겠다. 2022년 올해 말에 크림과 솔드아웃 모두가 각자의 플랫폼의 거래량을 바탕으로 한 재미난 리포트를 발행했으면 좋겠다.
크림 이외의 다른 리셀 플랫폼 사업자 모두 힘내시라. 하나만 독주하면 재미없지 않은가? 세상에 영원한 것 없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