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던 나이키는 어디로 갔는가? Where is my loved Nike?
포틀랜드 공항에서 이륙한 보잉 737의 비상구가 떨어지는 사고를 보면서 보잉의 시대 또한 나락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미 에어버스에 밀려버린 수주량과 명성을 다시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거대한 제국처럼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 보잉이 이렇게 무너진 배경은 멋지게 표현하면 금융공학 (Financial engineering), 쉽게 설명하면 비용 절감(cost saving) 문화가 만들어낸 것이다.
우연의 일치인가, 비상구가 떨어진 그 비행기는 포틀랜드에서 이륙했다. 제2의 보잉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우려스러운 눈빛으로 나이키를 보는 사람은 비단 나뿐만 아닐 것이다. 나이키라는 미국의 상징과 같은 존재가 왜 힘듦을 겪고 있을까?
황금알을 낳는 가위의 배를 가르다
리들리 스콧 감독, 맷 데이먼 주연의 영화 마션(The Martian)에 보면 우주비행사들이 오랜 시간 우주에 머물면서 러닝 머신을 뛰는데 그때 나이키 프리를 신고 있다. 아마 우주 환경의 영향을 안 받는 유일한 신발일 것이다. 단순한 신발과 의류로 보이지만 나이키는 여러 회사와 협업을 하면서 혹은 자체적으로 기술 개발을 엄청나게 하고 있었고 매년 특허를 지속적으로 늘려가고 있었다.
그런데 아래 도표에서 보면 알 수 있듯이 지금의 경영진이 부임하고 코로나를 거치면서 특허 출원 건수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지금의 경영진은 단순한 신발 의류를 개발하는 데 너무 많은 돈이 든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그러한 기술개발이 나이키 브랜드 서사의 시작점이다. 오랜 시간 개발을 하고 그사이의 성공과 실패 그런 이야기들의 모여서 서사가 시작되는 것이다. 그 서사가 있어야 누구나 갈망하는 브랜드가 된다. 그런데 그 서사 시작의 용광로를 꺼버린 것이다.
D2C는 비즈니스의 방법 중 하나일 뿐
나이키가 기술 개발 비용을 줄이면서 매출총이익(gross margin)을 높이는 전략의 기업이었지만 2017년부터는 D2C(Direct to Consumer) 전략을 도입했다. D2C 전략의 집중을 위해 온라인과 오프라인 조직을 통합한 조직 개편이 이루어졌다. 그동안 오래 거래했던 도매 파트너에게 이혼 통보를 차례로 알렸다.
온라인에서는 나이키의 D2C 전략이 유효했다. 나이키 닷컴(nike.com)으로 소비자를 집중시키며 온라인 시장의 취약점인 할인 가격 정책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2016년 아마존하고 결별했기 때문에 그 속도도 빨랐다. 동일한 매출 규모에서는 D2C가 훨씬 높은 이익을 만들 수 있기에 D2C의 모범사례로 무수히 소개되었다.
하지만 오프라인은 좀 다르다. 적절한 채널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사람들의 행동을 쉽게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아직도 많은 사람이 신발을 사러 오프라인 매장에 찾아가고, 자신이 선호하고 자주 찾는 매장으로 먼저 향한다. 모세혈관처럼 다양하고 구석이 존재하는 수많은 소비자를 나이키가 운영하는 직영 매장으로 전부 커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데 나이키 닷첨으로 모든 것을 할 수 있고, 그것이 모든 것인 것처럼 회사의 방향을 정했다. 외부 인재 영입에서도 리테일 컴퍼니(Retail Company)를 표방하기 위해서 갭(GAP)과 같은 곳에서 많은 사람을 영입했다. 그렇게 갭(GAP)에서 잘했으면 갭이 지금과 같은 모습이었을까? 그들이 그 정도로 높은 곳에서 의사 결정을 할 만큼 나이키는 리테일이 강해지고 리테일 회사가 되었을까?
소비자는 나이키가 테크 기업이 아닌 스포츠 기업이 되기를 원한다
제품에 대한 접근도 많이 달라졌다. 사람들이 100달러짜리 에어맥스(Air Max)를 사는 것은 헤리티지를 느낄 수 있기에 사는 것이다. 저렴하다고 사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데이터 분석을 통해서
소비자가 100달러 미만의 에어맥스를 원한다고 헤리티지가 없는 제품을 만들면 그것은 재고가 된다.
2019년 나이키는 자신의 신발 사이즈를 측정할 수 있는 나이키 핏(Nike fit) 서비스를 공개했다. 소비자가 자신에게 맞는 신발을 찾을 수 있는 점에서는 좋지만 정작 그 이후에 무엇을 할지에 대한 고민은 있었을까? 나이키는 분석, 분석 또 분석하면서 인사이트라는 매력적인 단어에 집착하고 인사이트에 대해서 떠들었지만 진정으로 소비자들이 원하는 나이키를 만들지 못했다.
덩치만 큰 겁쟁이
마지막으로는 처음에 이야기한 기술 개발과 관련된 것이다. 나이키는 낭만이 있는 곳이었다. 이상한 제품을 개발하기도 하고 수없이 실패하기도 하고 이상한 것에 도전하는 회사였다.
샌디 보데커는 마지막까지 BREAKING 2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2시간의 벽을 깨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 싶겠지만 그게 소비자들이 열광하는 나이키다. 그런데 회사가 너무 커지면서 이런 실패들을 점점 더 두려워하게 되고 결국 나이키는 덩치만 큰 겁쟁이가 되었다.
새로운 경쟁자-온 러닝(On Running), 호카(Hoka)와 기존의 경쟁자-아디다스(adidas), 뉴발란스(New Balance)가 함께 경쟁하면서 나이키는 더 많은 전투 상황에 놓여있다. 마치 로마 제국의 통치 기간 동안 끊임없는 전쟁에 직면했던 것과 같다. 쉽지 않은 상항이다.
그래도 나의 희망은 나이키가 보잉처럼 되는 것이 아니라, 다시 한번 승리의 여신 니케와 함께하는 모습이다. 그게 바로 내가 사랑하는 나이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