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국내에서 보기드문 시도인 스니커노믹스(Sneakernomics: Sneakers+Economics)를 시도중이신 Friday Sneakers 칼럼리스트 로건(Logan)님의 글 왜 유명한 한국의 신발 브랜드는 없을까?(Why isn’t there a Famous Korean Sneaker Brand?)을 소개합니다.
우리가 발매 소식에 대해 많은 관심을 두고 있지만 그 뒷면의 비즈니스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기업의 방향성과 그 흐름은 어떠한지 살펴보아야 전체를 볼 수 있겠죠? 사실, 이런 류의 글은 국내에서 너무나 찾기 힘듭니다(혹시 알고 계시다면 제게 알려주세요. 함께 나누어요!). 이런 부분에서 제가 부족한 부분이 많기에 로건님의 허락에 다시 옮겼습니다. 글의 원문은 로건님의 블로그입니다.
왜 유명한 한국의 신발 브랜드는 없을까?(Why isn’t there a Famous Korean Sneaker Brand?)
스니커즈 스웩의 저변에는 신발 산업이 있다. 누군가는 그것을 만들어야 하니까. 생각보다 신발 산업은 재래식이며 진입 장벽이 높은 제조 산업이다. 90년대는 한국에서 2000년대에는 중국으로 그리고 동남아로 점점 개발도상국으로 그 생산기지가 옮겨 가고있다. 그뿐만 아니라 진입 장벽이 높기 때문에 신발 생산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기업은 세계에서 손에 꼽는다(참고로 그런 손에 꼽는 기업이 한국에는 3개나 있다. 나이키에게 태광실업, 창신INC이 있다면 아디다스에게는 화승인더스트리이 있다. 그뿐만 아니라 부산에는 신발산업진흥센터 등 다양한 신발 관련된 기관과 업체가 있다.).
매일매일 신는 신발에는 정말 많은 기술들이 구현 되어 있고, 앞으로도 신기술들이 개발되고 적용되고 있다. 어떻게 하면 더 편하게 더 빠르게 더 오래 뛰고 걸을 수 있는지에 대해 연구 개발된 기술의 집합체가 신발이다. 나이키는 2018년에도 수십 개의 특허를 받았다. 나이키 특허권 관련 자료를 한 번 보길 바란다.
다양한 기술들이 신발에 녹아져 있다. 이렇게 열심히 개발한 신발이 모두 성공하는 건 아니다. 누군가 신발을 신어야 되고 인기를 얻어야 되고 많이 판매되어야 돈을 벌고, 그 돈으로 다시 재투자를 하고 또 새로운 기술이 탄생하고 새로운 신발 탄생하는 선순환이 되는 것이다. 신발 산업은 궤도에만 오르면 아주 좋은 비즈니스이다. 진입 장벽이 높은 데다 비즈니스가 꾸준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은근 단가가 높아서 매출 규모가 다른 소비재 업종에 비해서 높은 편이다.
유행에 민감한 의류 산업
반면에 의류는 상황이 다르다. 기술보다는 시장의 유행에 더 민감하고 시대의 흐름만 잘 맞춘다면 금방 인지도를 얻을 수 있다. 한국에서 몇 년 사이에 메이저 스포츠 용품업으로 자리잡은 데상트(descent)도 그 유명세의 시작은 의류였다. 요가복 전문 브랜드 안다르(andar)는 출시 3년 만에 400억의 매출을 올렸다. 아크로님(Acronym) 같은 테크 웨어를 제외하고 의류 자체가 기술력에 크게 좌우되기 힘들기 때문에 의류는 기술보다는 유행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 매출 천 억을 넘는 의류 업체는 많아도 신발로 매출 1,000억 한다는 업체는 없다. 그래서 업계 사람들은 의류는 한방이 있다라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걸리면 넉다운 시킬 수 있으니까. 그래서 스포츠 용품 브랜드를 시작하는 후발주자들은 의류로 시작하고 의류에 조금 더 목맬 수 밖에 없다. 기술 개발에 큰 돈이 들어가지 않고 단기적으로 시장 대응이 가능하며 유행만 잘 맞으면 회사의 인지도를 높히고 현금 흐름도 개선할 수 있다.
의류로 성공한 스포츠 용품 브랜드가 신발 산업으로 진출하려면 의지가 필요하다. 기술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을 감당해야 하며, 더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점진적으로 소비자와 시장에 접근해야 한다. 오래 기간 자리를 보장 받지 못한 전문 경영인이거나 당장의 수익이 급한 오너이면 제대로 된 투자를 하기가 힘들다.
그런데 이런 브랜드들이 신발을 만들어 낸다. 기술 개발이 덜 필요하며 메이저 브랜드의 익숙한 디자인을 카피하여 신발들을 찍어낸다. 비슷한 디자인에 로고만 바뀌었으니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 저렴한 신발들을 만들어 낸다. 생각보다 팔릴 수도 안 팔릴 수도 있지만, 일단 시작을 한다. 종합 스포츠 용품 회사로서 꼭 가져가야 할 것 같으며 수익성도 나쁘지 않으니까 일단 시작을 한다. 그런데 안 팔리면 마진도 안좋고 굳이 해야 되나 생각도 들고, 계륵 같다고 느낄 것이다.
왜 한국에는 세계적인 스포츠 브랜드가 없을까?(Why isn’t there a Famous Korean Sports Brand?)
스포츠 용품 업계에서 신발과 의류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 건 왜 한국에는 세계적인 스포츠 브랜드가 없을까?(Why isn’t there a Famous Korean Sports Brand?)라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프로스펙스(Prospecs), 르카프(Lecaf), 지금은 사라진 라피도(Rapido), 왜 이들은 글로벌 브랜드가 되지 못했을까? 한국은 여전히 생산에서 글로벌에서 손에 꼽으며 문화적으로는 성숙했으며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고 올림픽 등 세계의 각종 체육대회에서 상위권에 위치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는 없다.
그런 질문에서 시작하다 보니 신발 산업의 특성으로 귀결되었다. 생각보다 재래식 산업이라 초기 투자도 많이 들고 지속적인 기술개발과 브랜딩이 필요하다. 90년대 중반 외국 스포츠 브랜드가 한국 지사들을 설립할 때, 그에 대항하는 르카프, 프로스펙스 같은 브랜드가 등장했다. 우리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기술력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 이후에 지속적인 기술 개발을 한 외국 브랜드와 그때의 기술력에 안주한 한국 브랜드 사이의 격차는 20여 년이 지난 지금은 이제 비교조차 할 수 없다.
더 나아가 글로벌 브랜드 입장에서도 의류 산업에 치중되는게 단기 수익은 좋을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불확실성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서 다루었던 아디다스도 의류의 성장보다는 신발 성장에 조금 더 집중하는게 브랜드 미래 가치에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언더아머(Under Armour)도 호버 같은 신발 플랫폼 개발이 필요하다(제발 디바이스 좀 그만 만들고).
신발 산업은 재래식 산업이며 진입 장벽이 높다. 그리고 오래된 브랜딩이 없으면 더욱 쉽지 않다. 한국에서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를 보는게 쉽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참고 링크
신발산업 100년, 기로에 서다(한국경제)
http://news.hankyung.com/tag/신발산업-100년-기로에-서다
나이키 특허권 관련 자료
https://stks.freshpatents.com/Nike-Inc-nm1.ph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