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웨어 디자이너 김승우와의 인터뷰 Interview with Footwear Designer Seungwoo Kim
아마 작년 즈음인가 인스타그램을 살펴보다가 독일 아디다스 그룹에서 일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한국 분을 우연스레 알게 되었다. 팔로우 버튼을 눌러두고 별일 없이 살다가, 1년 이후인 올해 여름에 매우 우연한 기회로 이분과 인터뷰가 주선되었다. 가끔 세상이 참 좁게 느껴진다.
80년대 호황을 누렸던 국내 신발 산업이 재편되면서, 신발 디자인/제조를 정규 학과 과정으로 다루는 국내 대학이 고작 1~2개 수준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매우 척박한 환경 덕분에 우리 주변에서 신발 전문 디자이너를 찾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은 신념과 뛰어난 실력을 바탕으로 이를 기회로 만드는 이가 언제나 존재한다.
오랜만에 소개하는 슈톡의 인터뷰이는 한국에서 독학에 가까운 신발 디자인 공부를 바탕으로 살로몬 인턴을 거쳐 Y-3에 합류한 풋웨어 디자이너 김승우(@seung.woo.kim)다. 그야말로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 열정(熱情)이란 이런 것 아니던가?
지난 6월 파리에서 진행된 Y-3 SPRING/SUMMER 2026 PRESENTATION은 지금껏 선보였던 Y-3 컬렉션과는 약간 결이 좀 달랐다. 지금까지는 전통적인 패션쇼 중 하나로 여겨지는 런어웨이를 보는 방식이었는데 그렇지 않았다. 40분가량 펼쳐진 공연은 Y-3의 20주년을 넘어 새로운 챕터로 넘어가는 인상이다. 그만큼 댄서의 움직임과 무대 연출 그리고 음악이 상당히 잘 어우러진 무대였고 볼거리도 많고 만족감이 높다. 지루할 틈이 없었으니까. 이번 시즌 컬렉션에 대한 설명 부탁한다.
해당 시즌 크리에이티브 디렉션에서 강조된 키워드는 ‘EQT’였다. 90년대 아디다스의 대표적인 라인업이었던 EQT를 요지 야마모토의 렌즈를 통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함으로써 스포츠 브랜드만이 가질 수 있는 에스테틱을 표현했다. 이에 따라 ‘FYW(Feet You Wear)’라는 90년대 농구화 미드솔을 적용한 농구화 스타일부터 EQT 스타일을 재해석한 샌들 등의 신발들이 풋웨어 컬렉션에 포함되었고, 풋웨어와 어패럴 컬렉션 모두에 EQT의 상징 컬러인 녹색 계열이 부분적으로 사용되었다. 무용수 분들이 쇼에서 이처럼 스포츠와 강한 연결을 지닌 컬렉션을 아주 역동적으로 표현해 주신 것 같아 모두가 만족할 수 있었던 쇼였다.
음. 그러고 보니 아디다스 EQT 컬렉션이 요 1년 사이에 새롭게 발매하고있다. 몇 개는 과거 아이템을 100%에 가까운 복각을 시도했다. 그 여파가 Y-3에까지 스며들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EQT의 그린 색상이 Y-3에 적용되는 건 흥미로운데, 어떤 아이디어로 시작되었는가?
Y-3의 목적 중 하나는 아디다스 브랜드의 기술 혹은 프랜차이즈 모델의 프리미엄 버전을 만들어 큰 브랜드를 서포트하는 것이다. EQT는 브랜드 역사에 매우 중요한 아카이브 프랜차이즈였고, 라이프 스타일 부서 전반의 크리에이티브 디렉션 중 하나였기 때문에 Y-3도 이에 발맞춰 컬렉션의 EQT 요소를 부분적으로 차용하였다.
프리젠테이션에서 사용된 음악이 특히 좋았다. 이전에도 별도의 컬렉션 CD를 발매하기도 할 정도로 신경은 많이 써왔던 Y-3고, 개인적으로 가끔 차에서도 BGM으로 들어왔을 정도로 관심 있어 했는데, 이번에 더 좋았다. 특별히 LP까지 만들어서 한정 판매까지 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그랬나? 아쉽게도, 쇼에 사용되는 음악은 커뮤니케이션팀의 주도 하에 결정되는데, 나는 개발 부서에 있기 때문에 아는 바가 없다.
Y-3 SS2026 프리젠테이션의 준비 기간은 어떠했나? 준비기간 중에 수많은 이벤트가 있었을 텐데 몇 개 소개해 준다면? 공연을 펼친 댄서의 옷과 의류 모두 Y-3가 맞는가? 격한 움직임 속에 Y-3가 추구하는 탐구가 돋보였다.
풋웨어와 어패럴 디자이너 전원이 쇼 7일 전부터 파리의 피팅 베뉴와 쇼 베뉴에서 스타일링과 피팅 보조 일을 했다. 바쁘긴 하였지만 사실 큰 이슈 없이 무난하게 진행되었다. 한 가지 까다로웠던 점은 일반적인 패션쇼와 다르게 30여 분 동안 댄서들이 역동적인 춤을 춰야 하는 무대였기에, 반드시 댄서들의 발에 딱 맞는 사이즈의 신발을 신겨줘야 했다.
신발 사이즈가 맞지 않는다면 인솔을 빼거나 혹은 추가해서 어떡해서든 춤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사이즈를 맞춰야 했던 것이 다소 어려웠다. 어패럴 또한 다소 일관된 큰 키를 갖고 있는 모델들과 다르게 댄서들의 신체 스펙이 제 각기 달랐기 때문에 외부에서 고용된 수선팀 입장에선 꽤나 고생스러운 쇼였다.
일발적인 런웨이는 몇 초의 매우 짧은 순간이라 잠깐 버티어 주면 된다는 생각도 하게 될 터인데, 30분 이상의 시간을 별 탈 없이 진행되어야 한다니 또 다른 부담 아닌가?
아무래도 일반적인 런웨이보다 고려할 것이 훨씬 많고 복잡할 수밖에 없었다. 한편으로는 무용수분들이 제품들의 좋은 웨어 테스터가 되어주신 거고 피드백을 들을 수가 있어서 좋았다.
최근 참여한 프로젝트에 대해 소개해달라.
Y-3 SS2026 시즌은 주니어 디자이너로서 팀에 합류하고 맞이하는 첫 풀 시즌이었다. 앞서 이야기한 것 처럼 EQT 라인업에서 영감받은 어퍼와 GSG9라는 아디다스의 택티컬 슈즈의 미드솔을 결합한 샌들, 그리고 Y-3 버전의 미니멀한 가젤을 디자인하였다. 샌들은 올바른 핏을 설정하기가 일반 스니커즈보다 더 까다로워서 개발 과정에서 꽤 많은 수정을 거친 프로젝트였다. 뿌듯한 점은 총 네 개의 막으로 구성된 이번 쇼(안무)에서 첫번째 막에 출연한 무용수 전원이 샌들을 신었다. 힘들었던 지난 수개월간의 시간들이 보상받는 느낌이었다.
GSG는 아디다스의 유명한 신발 중 하나 아닌가? 전술화로도 알려져 있고, 실전에서도 사용한다고 들었다. 그 디자인의 샌들이라니 기대된다. 샌들의 핏이 일반 신발에 비해 까다로울 줄은 몰랐다. 마지막 연출은 꽤나 뜻깊은 순간이었겠다. Y-3 가젤은 상당히 이쁘게 나왔는데, 미니멀 버전은 한 번 더 진화한다고 봐야 할까? ‘가젤’ 신발이 워낙 유명하고 아디다스를 대표하는 신발 중 하나라서 부담감도 상당했을 것 같다.
일반적인 스니커즈와 다르게 샌들은 오픈되어 있는 구조이고 레이스 대신 스트랩이 있으며 신발의 어퍼가 맨발과 직접적으로 접촉된다. 발을 충분히 조일 수 있으며 동시에 과하게 길어지지 않을 정도의 스트랩 길이를 맞추고 발이 노출되는 부위를 조절하는 등 샌들 디자인 과정에서 고려되어야 하는 여러 요소들이 있다.
SS2026 시즌의 Y-3 가젤은 오히려 여러 디자인 요소들을 최대한 제거한 Democratic 한 신발이다. Y-3의 가장 기본적인 레인지를 구성하는 제품이 될 것이기에 디자인적으로 두드러지기보단, 누구나 신을 수 있는 ’쉬운 신발’이다.
디자이너 요지 야마모토와 대면해 본 적이 있는가?
팀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사람들을 제외하고 요지 야마모토를 직접 대면한 사람은 많지 않다. 나도 작년 9월 요지 야마모토 메인 라인 여성복 컬렉션 쇼 때 런웨이에 인사 나온 모습을 제외하고는 본 적이 아직 없다. 언젠가 직접 보고 대화를 나누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보통 공개 1년을 앞두고 신발 작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리서치-디자인-프로토-생산에까지 정말 많은 과정을 거칠텐데, 일반인은 최종 완성품만 보기에 그 과정을 알기가 어렵다. 설명이 가능할까?
시즌의 킥오프와 함께 Y-3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부터 시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션을 받으면 디자이너들은 디렉션과 제품 Range Plan에 맞게 스케치, In-House 샘플 제작을 하며 아이디어를 구상한다. 몇 주 후 공장에서의 첫 샘플을 제작을 위해 아이디어에 대한 테크니컬 드로잉, 매터리얼 팩이 담긴 Tech Pack을 디벨로퍼에게 전달한다.
공장에서 샘플이 도착하면 팀원 전체가 해당 시즌의 첫 번째 샘플을 리뷰하는 회의를 갖게 되는데, 이와 같은 과정을 몇 차례 더 진행한 뒤 마지막으로 공장으로 출장을 간다. 공장에서 생산 전 마지막 샘플(SMS)을 직접 확인 및 수정하면, 디자이너의 해당 시즌에 대한 큰 업무는 마무리다. 그 뒤는 디벨로퍼가 공장과 소통하며 추가적인 수정을 진행하고 생산 준비에 돌입한다.
Y-3의 디자인 작업 방식은 다른 회사와 어떤 점이 다른가?
가장 큰 차이점은 협업 파트너의 존재다. 일반적인 브랜드들과는 다르게 Y-3는 아디다스와 요지 야마모토의 20년이 넘은 파트너십을 매개로 하는 서브 브랜드이기 때문에, 항상 서로 다른 두 브랜드의 DNA의 융합을 고려해야 한다. 아디다스의 제품을 요지 야마모토라는 렌즈를 통해 재해석하여 이를 하이패션의 맥락에서 보여주기 위해 스포츠와 패션 두 분야 모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며, 일반적인 브랜드 인라인 상품들과 차별될 수 있는 디자인 언어를 구상할 줄 알아야 한다.
서로 다른 두 브랜드의 융합은 정말로 많은 고려 사항이 있겠다. 그만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곳도 업계에서 상당히 드물 것이라 생각되고, 그래서 더 매력적이다. 혹시 회사에서나 팀에서는 어떻게 그 DNA 융합을 위한 별도의 노력이나 교육 프로그램이 존재하는가?
딱히 별도의 교육 프로그램은 없고 팀원 개개인이 스스로 인사이트를 얻어야한다.
타지에서 생활하는 게 쉽지 않다. 아디다스 독일 본사에서의 생활은 어떠한가? 아디다스 HQ에 한국 분도 몇 분 있다고 들었다. 몇 가지 일화를 소개해 준다면?
뭐, 결국 어딜 가나 사람 사는 곳이면 똑같다. 처음에는 낯설 수 있으나 결국 적응되기 마련이다. 서울에 비해서는 다소 자극이 덜한 삶이다. 한국 디자이너분이 몇 분 계신데 사적으로도 종종 만나며 잘 더불어 살고 있다.
신발 디자이너가 손꼽힐 정도로 몇 없고 전공 대학교도 거의 없다시피 하다. 본인은 어떻게 신발 디자이너의 길을 가게 되었는지, 그 과정이 궁금하다.
그 부분이 확실히 어려운 지점이다. 디자이너는 피드백을 먹으며 성장하는 사람들인데 학과 내 학생들과 교수님 누구도 신발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었기 때문에 작업의 장단점을 스스로 파악하며 혼자서 신발의 조형 언어와 기능에 대해 공부해야 했다. 하지만, 이러한 환경이 오히려 나를 능동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으로 움직이도록 했다.
지금은 세명대학교 패션 디자인과 교수님이 된 아는 형, 한국디자인진흥원 멘토링 프로그램, 인스타그램의 수많은 신발 디자이너들 등 나에게 조언을 줄 수 있는 사람과 장소에 항상 먼저 다가갔다. 마치 옛날 마을에서 아기를 공동으로 육아하듯, 신발 디자이너로서 저의 성장은 수많은 분들의 감사한 도움으로 만들어졌다. 그분들은 전혀 모르겠지만.
멋진 답변과 자세다. 현재 일하는 곳의 동료는 아무래도 신발 디자인 전공자가 많을 텐데, 전혀 다른 스토리와 성장 배경을 지녔다. 그게 또 승우님의 매력 포인트에 플러스가 되었다고 본다. 간절히 원하는 바가 있었기에 환경이 큰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 아닐까? 신발에 대해 언제부터 관심을 가졌는가? 깊이 빠지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중학교 1학년 때까지 축구선수 생활을 했다. 축구를 잘 못해서 그만두긴 했지만, 그 뒤에도 축구 유니폼과 축구화는 큰 관심사였다. 대학교 때 공업디자인을 전공하며, 나의 과거의 관심사와 현재의 전공을 자연스럽게 접목시키게 되었고, 1학년 때부터 줄곧 축구화를 그렸다. 좀 더 넓은 신발의 영역을 탐구하고 싶어서 신발 디자이너를 목표로 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본인의 경력 중에 언젠가는 축구화가 추가될 가능성이 큰 것 아닌가? 퍼포먼스 쪽으로 강점을 지닌 디자이너로서의 역량 발휘에 상당히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축구화 디자이너를 생각하고 있지는 않다. 축구화는 나에게 재미있는 시작점이었으나 지금 내가 하는 일과는 다소 다른 방향의 신발이다.
가장 좋아하는 신발 하나를 꼽는다면? 그에 관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직접 소유했던 신발들 중에서는 이지 부스트 350(YEEZY BOOST 350)이 아무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다. 미니멀하면서 날 것의 느낌이 나는 니트의 패턴과 스티치들, 발을 감싸주는 느낌, 부스트 솔의 푹신함 등 저에게 신발이 줄 수 있는 거의 최상의 경험을 느끼게 해준 것 같다. 시장에 이미 존재하던 수많은 복잡한 패턴의 신발들과 확연히 달랐으며, 대학생 시절 나의 디자인 이정표와 같은 존재였다.
그렇다면 커리어 상 Y-3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리고 그 채용 진행 과정이 상당히 궁금하다.
여러 브랜드 중 일터로 Y-3를 ‘선택’했다고 할 순 없지만, Y-3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말 그대로 ‘드림 브랜드’였다. 다양한 형태적, 구조적 실험을 양산화된 제품으로 표현하는 브랜드였고, 패션의 메인 트렌드에서 한 발자국 떨어져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 나가는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살로몬(Salomon)에서 인턴십이 끝나고 아디다스의 다른 부서와 인터뷰를 봤었지만 오퍼는 받지 못했던 적이 있었다. 그로부터 몇 달 후 저를 담당했던 아디다스 채용 담당자가 Y-3 신발 디자이너 포지션 인터뷰 다시 제안을 했고, 결과적으로 Y-3에 입사할 수 있었다. 특이한 점은 나와 인터뷰를 본 우리 팀 신발 디자인 디렉터 분이 약 5년 전 인스타그램 DM으로 포트폴리오 리뷰를 요청했던 분들 중 하나였다. 인터뷰에서도 서로를 기억하고 있었고, 아무래도 채용 결과에 어느 정도 긍정적인 영향이 있지 않았을까?
아디다스 취업에 있어 2019년에 참여한 콘셉트 캠프(Adidas Advanced Concept Camp) 경험이 도움이 된 것인가?
Adidas Advanced Concept Camp는 아디다스라는 브랜드에 대해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 군대에서 전역한지 2주 만에 미국 아디다스 포틀랜드 지사로 날아가서 2주 동안 아디다스 디자이너들과 콘셉트 디자인 작업을 했는데, 처음으로 신발의 디자인 프로세스를 이해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캠프에 같이 참여했던 친구들 중 몇몇은 아디다스 오리지널스와 아디다스 Fear of God, 뉴발란스, 조던 등의 브랜드에서 디자이너로 열심히 일하고 있다.
아디다스 그룹의 디자인 디렉터의 직위라면 포트폴리오 리뷰를 엄청 많이 받을 텐데, 승우님 실력이 괜찮으니까 응답하지 않았을까? 신기한 인연이다. 그리고 그 정도 노력과 열정이라면 채용하는 사람 입장에서 안 뽑을 수가 없다. 인터뷰 중에서 인상적인 질문이 있는가? 혹시 해외 취업을 준비 중인 국내 신발 디자이너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이 있다면?
디자인 외에 좋아하는 것이 있느냐라는 질문에 ‘라디오헤드의 음악을 좋아하고, 라디오헤드의 음악 같은 디자인을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이다.’라고 답변했다. 채용된 이후, 나중에 물어보니 이 답변이 참 좋았다고하더라.
신발 디자이너를 꿈꾸는 분이라면 포트폴리오를 최우선으로 하는 게 좋다. 영어와 팀 내 적응 등 여러 현실적인 문제들이 있겠지만 디자이너의 본질은 디자인을 잘하는 것이며, 이는 국내외 상관없이 적용되는 규칙이다. 포지션이 오픈되기를 기다리기보단 먼저 링크드인과 인스타그램으로 자신의 작업을 적극적으로 공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살로몬의 인턴 과정은 어떠했는가?
대학교 3학년을 마치고 1년 동안의 휴학 기간 중에 했던 작업 중 하나인 ‘짚신’ 프로젝트가 인스타그램의 가장 큰 신발 디자인 큐레이팅 커뮤니티인 ’Conceptkicks’(@conceptkicks)에 포스팅된 적이 있다. 해당 포스팅 덕분에 여러 회사에서 연락을 받았었는데, 그중 하나가 살로몬의 디자이너였다. 인스타그램 DM으로 살로몬 스포츠 스타일팀 인턴십을 제안했고, 곧바로 디자인 디렉터와 인터뷰를 했다. 그러나 비자 문제 때문에 살로몬에서의 일할 기회를 잡을 수 없었다. 고맙게도 약 1년 뒤 다시 연락이 왔고, 무사히 인턴 비자를 발급받아 2023년 3월부터 8월까지 프랑스 안시(Annecy)에 있는 살로몬 본사에서 인턴십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다.
Conceptkicks는 너무나 유명한 곳 아닌가? 그런 사연이 있을 줄은 몰랐다. 앤더슨벨과의 작업도 보인다. 이것은 어떤 것인가?
앤더슨 벨(Andersson Bell)에서는 살로몬 인턴십 종료 직후 아디다스와 계약하기 전까지 약 4개월 정도의 짧은 시간을 함께했다. 해당 기간 동안 FW2024 시즌 밀란 패션위크 런웨이에 공개될 인라인 스니커즈 제품과 기존 아카이브 피스를 커스텀한 컬렉션 쇼 피스들을 제작했다. 짧은 기간 동안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서 진행된 작업이라 어려움도 있었지만, 동시에 처음으로 나의 작업이 런웨이에 올라가는 기쁨을 느낄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포트폴리오 중 The Moments of Foot 1: Grabbing (Concept), 2: Tip-Toe (Concept) 가 재미있다. 까치발 콘셉트는 흥미롭다. 직접 소개해 준다면?
‘발의 순간’은 공업디자인학과 졸업 작품 중 하나였다. ’실험적이면서도 동시에 근본적인 작업을 해보자’라는 마음에 ‘발’ 자체를 작업의 키워드로 설정했다. 발은 손에 비해 꽤나 보수적이며 제한적인 역할만을 부여받은 신체 부위다. 어떠한 기호적인 의미도 지니지 않고 신체의 하중을 견디며 신체를 이동시키는 역할만 한다.
하지만, 이러한 발이 다르게 작동하는 몇몇 특별한 순간들이 있다. 몸을 소파에서 때는 것조차 귀찮아 발로 리모컨을 잡는다던가, 혹은 알량한 자존심에 친구와 사진을 찍을 때 몰래 까치발을 든다거나. 다소 하찮고 웃긴 순간들이다. 그러나 이런 순간들이야말로 발이 본래의 관념적인 역할에서 벗어나서 사용되는 예외적이며 능동적인 순간이며, 이러한 ‘발의 순간’’을 신발로 표현하고 싶었다.
이러한 큰 주제 아래에 신발을 신고도 물건을 잡을 수 있는 신발, 그리고 까치발을 들 때 신는 신발을 유머스럽게 표현했다. 특히 까치발은 행동에 맞게 디자인마저 하찮아야 한다는 생각에 쿠팡에서 산 도어 스토퍼를 신발에 그대로 붙여버렸다.
포트폴리오에서 ’집신’ 콘셉트의 제품은 상당히 멋지다. 만드는 과정에서 어마어마한 고생했을 게 느껴진다. 이건 양산해서 팔아도 될 것 같은데? 웬만한 패션 컬렉션에 등장해도 좋아 보인다. 마침 K-Pop도 한창이니까.
하하. 앞서 이야기한 대로 ’Conceptkicks’(@conceptkicks)에 큐레이팅된 작품이 바로 ’집신’이다. 내 원래 성향은 그런 전통적 요소를 재해석한 디자인은 크게 관심이 없다. 하지만, 그때 당시 해외 인턴십을 노리고 있었고, 한국 기업이 아니라 해외 기업이라면 이런 요소들이 낯설며 흥미롭게 느껴질 거라 예상했다. 마치, 짚신을 만드는 것처럼 핸드 니팅이라는 하나의 방법을 신발 전체에 일관적으로 적용했고, 주변에서 흔히 낭비될 수 있는 부자재를 메터리얼로 사용하여 짚신의 외형뿐만 아니라 그 정신적인 가치까지 신발에 담고자 했다.
해외 취업을 위한 포트폴리오 아이템으로는 좋은 선택이며 전략적이다. 상당히 멋진 제품이라 이건 바로 통할 거라는 생각이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KPop Demon Hunters 같은 콘텐츠에서도 충분히 등장할만하다. 회사 일로 상당히 바쁠 텐데, 별도의 개인 프로젝트도 진행하는가?
회사 내 타부서 사람과 작은 리서치를 진행하고 있다. 신발 외에 아트 퍼니쳐에도 관심이 많아서 조만간 작업을 시작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