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과 아디다스의 조합이라니!!!(Korn x adidas)
1993년 결성, 1994년 정규 1집 《Korn》을 발매하며 어느덧 신의 큰 형님으로 자리 잡은 락밴드 콘(Korn)이 데뷔 30년을 맞이해 10월 27일, 아디다스 오리지널스와의 특별한 협업 컬렉션(Korn x adidas)을 발매한다.
올해 초, 이 둘의 협업이 발매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무척 설렜다. 워낙 아디다스와 락음악을 좋아하기에, 2021년 반스 x 메탈리카(Vans x Metallica) 협업보다 내 눈길을 끌 수밖에. 한창 콘이 락음악 신을 휩슬 90년대에 아디다스와의 협업이 나왔다면 또 달랐을 테지만, 이미 30년이 흘러버린 지금이라도 그 의미는 충분하다.
좋아하는 브랜드와 밴드의 조합(Korn x adidas)이라니, 그 사실만으로 기분이 좋다. 멋있잖아.
A.D.I.D.A.S. 싱글의 추억
중고등학교 시절 집 근처의 한국외국어대학교 앞에 명소 음악사라고 있었는데, 이곳에는 레어한 아이템(싱글, 박스세트, 수입 음반 등)이 많아 즐겨 찾았다. 지금은 찾기 힘든 음반사가 동네마다 꼭 있던 시절 이야기다. 당연히 지금은 폐업했다.
그곳에서 1997년도에 발매된 콘의 A.D.I.D.A.S. 싱글 앨범을 구매했다. 중고등학교 시절이라 주머니 사정은 뻔했던지라 앨범보다 싱글에 자연스레 손이 갔는데, 궁극적으로 내 선택은 실패였다. 언제나 만족도가 높았던 오아시스(Oasis) 싱글의 꽉 찬 구성-싱글 송 1곡과 고퀄리티의 B-Side 3곡-이라 생각했거늘, 모두가 그런 게 아니더라.
콘의 첫 구매 앨범이었던 A.D.I.D.A.S. 싱글 앨범은 야속하게도 원곡 없이 <A.D.I.D.A.S.> 리믹스 3곡과 wicked라는 노래 1곡으로 구성된 총 4개의 노래가 담긴 싱글 CD였다(같은 싱글이라도 버전이 여러 개로 발매되는 걸 나중에 알았다).
이 글을 작성하면서 유튜브로 A.D.I.D.A.S. 싱글 앨범을 다시 들었는데 역시나 별로다. 아오, 내 시간… 혹시나, 시간이 남아도는 분이라면 들어보시길. 그래도 콘은 내 치기 어린 10대 시절의 갈등과 오감을 만족시켜주는 상당히 멋진 밴드 중 하나다.
그때 봤던 우드스탁 99(Woodstock 99)에서 콘이 첫 등장과 함께 Are You Ready?를 외치며 시작한 블라인드(Blind)의 무대는 멋짐 그 자체다. 지금 봐도 장관인데, 275,000명이 한 몸으로 물결치는 걸 보면 감탄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A.D.I.D.A.S.>는 빌보드 싱글 차트 13위까지 오르며 크게 히트했다.
콘(Korn)
20대 초반의 동네 한량이던 콘의 멤버는 어느덧 인생 중반을 넘은 50대의 나이가 되었고, 정규 앨범만 14장을 발표하고 뉴메탈(NEW METAL) 장르를 대표하는 밴드이자 업계 내 큰 형님이 되었다.
콘은 30년 가까이 활동하며 끊임없는 변화를 추구했다. 앨범 작업과 투어 활동을 병행하면서 1~2년 사이 간격으로 꾸준히 정규 앨범을 선보였는데, 특유의 스타일은 분명하지만 새로운 음악을 섞는 실험도 놓치지 않았다. 이 덕분에 평단과 팬의 극단적인 반응을 받았지만, 결코 멈추지 않았다.
그런데, 그게 진짜 중요하고 어려운 거다. 카세트테이프에서 CD-MP3 다운로드-스트리밍으로 넘어가는 음악산업 환경과 리스너의 취향 변화, 반복되는 투어 활동으로 인한 정신력과 체력의 한계. 줏대 없는 평론가와 가십에 집착하는 언론, 골수팬과 새로운 팬의 충돌을 생각한다면 말이다. 그런 밴드 몇 없다.
20년 이상 시간이 흘러 멤버도 가족이 생기고 세월의 풍파를 막을 순 없었다. 이전만큼의 Raw하고 날이 서 있는 모습은 지금은 찾기 힘든데, 그게 또 현실이다. 10대와 20대의 분노가 지금까지 이어진다면 좀 이상하고 재미없는 인생일지 모른다. 날은 무디어질지언정, 그 타격감은 더 강하다.
콘(Korn)이 선보인 음악은 격렬함과 절망, 혼돈, 아동학대, (성)폭력, 약물, 왕따 등 청소년이 겪는 불안과 불만, 심리를 담았다. 랩(스캣) 혹은 읊조림과 흐느낌을 고루 내뱉는 보컬과, 더 낮은 묵직한 사운드를 만들기 위해 선택한 7현 기타의 활용(실제로 7현 기타의 높은 판매량으로 이어졌다), 상당히 돋보이는 쇳소리를 내는 베이스, 전체를 멱살잡고 끌고 가는 그루브한 드러밍(콘의 음악은 결코 빠르지 않다)의 조화는 대단히 새로웠고 세기말적 분위기가 물씬 풍겼던 90년대 후반과 잘 어울렸다.
그야말로 90년대는 혼돈(混沌)이었는데-소련과 미국이 이끌던 냉전 종식, 미국 주도의 국제 질서와 줄 세우기, 이를 틈 타 각국에서 터진 내전, 인터넷 초고급 망의 대중화, 1997년 한국의 IMF 외환위기까지-, 뭐 지금도 세계는 여전히 혼란의 연속이다.
콘은 누가 들어도 단번에 그들의 음악임을 알 수 있는 개성 있는 사운드에 여타 메탈 밴드와 다른 패션을 선보였다. 락 밴드라면 자연스레 연상되는 가죽 재킷과 스키니 진이 아닌, 레게 머리(드레드록스)와 점프슈트, 아디다스 트랙탑과 트랙팬츠, 통 넓은 힙합바지를 선보였으니까. 이를 두고 마릴린 맨슨(Mailyn Manson)이 “(콘)그 친구들 스포츠 메탈 아니야?”라고 했다는 카더라가 있다(실제로는 사이좋다).
물론, 그들의 음악 자체만으로 기존의 메탈(Metal)과 락(Rock) 음악과는 달랐기에 그 효과는 더 극적이었다. 보컬 조나단 데이비스는 케랑 매거진(Kerran)과의 인터뷰에서 콘의 패션은 그 자체만으로 락 음악계의 틀을 부수는 행동(“It was about breaking the mould.”)이었다고 밝혔다. 재미있게도 락과 메탈 음악보다 힙합 쪽 음악을 많이 들어서 락커의 패션을 잘 몰랐다고 한다. 때로는 잘 모르는 게 더 나은 법이다. 과감할 수 있으니까.
당연히 콘(Korn)은 부모들이 싫어하는 밴드 중 하나였다. 여타 인류의 모든 진화과정에서 겪었듯이 청소년이 좋아하는 문화는 기성세대에 반하니까. 콘은 사회 밑바닥-어둡고 음침하고 사회 구성원의 대부분이 말하기 부담스럽고 외면하는 것-을 이야기했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의 이면이지만, 그걸 드러내기는 싫어하는 법이니까 눈 밖에 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배경에는 보컬 조나단 데이비스(Jonathan Davis)의 어린 시절 경험한 성적 학대와 그것을 믿어주지 못한 부모와의 갈등이 강하게 깔려있다. 성인이 된 이후에는, 조나단의 둘째 부인이 약물 복용으로 사망하며 쉽지 않은 인생의 굴곡을 겪고 있다.
콘 x 아디다스(Korn x adidas)
아디다스(adidas)와 콘(Korn)의 인연은 남다르다. 정규 2집 앨범 《Life Is Peachy》에서 공개한 싱글 〈A.D.I.D.A.S.〉 그 뜻은 All Day I Dream About Sex였고, 아주 신나게 외쳤다. 아디다스 역시 크게 호응했다.
가는데 마다 이슈를 만들어주는 핫한 밴드가 자사의 제품을 무료로 홍보해주니 어찌 거절할 수가! 물론, 기성 세대의 눈에는 꼴불견이지만. 10대와 20대에 인기 많은 밴드를 통한 홍보 효과는 상당하니 자사의 제품을 무료로 제공했다. 기업은 돈 냄새를 잘 맡는 법이다.
그러나 콘과 아디다스는 런 디엠씨(Run D.M.C)와 아디다스와의 공식 파트너십 관계로까지 발전할 수 없었다. 조나단 데이비스가 말하길 ‘아디다스는 스포츠 브랜드입니다, 음악이 아니라 스포츠를 추구합니다(adidas is a sports company. We do sports, not music.)’라고 했다는데, 아무래도 콘과의 계약의 위험부담이 컸을 거라 판단했을 거다. 사실, 기업 이름에 sex를 붙여버리면 기분이 좀 그렇다. SK(쉑스 코리아), 삼성(쉑스 Ana…), 그만하자.
콘은 어디로 튈지도 모르는 락밴드 중 하나였기에 아디다스는 주저할 수밖에 없었고, 뮤지션과의 계약이 그리 흔한 시기도 아니었다. 지금은 칸예(Kanye), 리한나(Rihanna) 등 성공사례가 많지만. 90년대는 그랬다.
이때, 푸마(PUMA)가 이 틈을 비집고 들어와 1998년, 50만 달러의 금액(지금은 약 100만 달러의 가치)으로 콘과 정식 계약을 맺는다. 자연스레 콘은 공연에서 푸마의 옷을 자주 입었고, 푸마는 콘의 음악 ‘Freak on a Leash’를 사용한 TV CF를 미국 최고의 스포츠 이벤트 중 하나인 슈퍼볼의 중간 광고에 선보였다.
조나단 데이비스는 금액이 중요한 게 아니라 다분히 뮤지션으로서의 존중(Respect)을 보였기에 푸마와 손잡았다고 한다.
“We switched to Puma because they told us they’d put us in a commercial and give us a little money to wear their shit. We were just like, ’Fuck yeah! That’s more than Adidas ever did for us!’ It wasn’t a sell-out thing. It was about respect.”
Jonathan Davis
재미난 건 시간이 흐르고 흘러, 스포츠 브랜드와 뮤지션과의 협업은 더 큰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나이키가 스포츠 선수 이외에는 로열티 지급이 어렵다며 칸예와의 계약 종료를 선언했고, 칸예가 아디다스와 함께하는 최근의 이야기 말이다.
그 후, 칸예는 아디다스와 손을 잡고 이지(YEEZY) 시리즈로 스니커즈 신에 큰 획을 긋는다. 뮤지션으로의 가치를 보는 게 아니라 크리에이터로서의 미래를 보는 게 더 정확하다는 이야기다.
10월 27일 발매되는 협업, 콘 x 아디다스(Korn x adidas)
다시 돌아와, 콘과 아디다스의 30년 만의 제대로 된 협업은 매우 늦었지만 알차다. 요새 다시 주목받는 캠퍼스 00s(adidas Campus 00s), 슈퍼스타 슈퍼모디파이드(adidas Superstar Supermodified) 신발 2종, 티셔츠 2종과 후드 그리고 트랙수트 2점이다. 트랙수트는 블랙과 퍼플 2가지인데, <A.D.I.D.A.S.> 뮤직비디오에서 조나단 데이비스가 착용했던 보라색 바로 그거다.
2023년 비교적 최근에 보라색 트랙슈트 차림의 조나단 데이비스를 볼 수 있는데, 아… 세월의 무상함이여. 핏도 다른 듯 ㅋㅋ
아디다스 캠퍼스와 슈퍼스타 슈퍼모디파이드는 올드스쿨 분위기의 신발이라 콘이 가장 활발히 활동하던 시기에 발표된 <A.D.I.D.A.S.> 노래에도 잘 어울린다. 기타 피크 악세사리가 달렸고, 약간 신경 쓴 박스 디자인으로 이번 협업을 기념한다.
티셔츠 디자인은 2집 앨범 《Life Is Peachy》의 아트워크를 그대로 적용했다. <A.D.I.D.A.S.>가 수록된 앨범이고 잘 팔린 음반이라 콘의 오피셜 머천다이즈 아이템 중 잘 팔리는 것 중 하나다. 여기에 아디다스 삼선이 붙어있다.
전체적으로 디자인은 많이 아쉽다, 협업의 의미는 크다만. 솔직히 콘의 오피셜 머천다이즈가 솔직히 더 멋지다. ㅎㅎ
Korn의 <A.D.I.D.A.S.> 뮤직비디오에서 나왔던 보라색 커스텀 트랙슈트는 콘의 오피셜 머천다이즈 웹사이트(kornwebstore.com)를 통해 한정 판매되었다. 정식 명칙은 콘 x 아디다스 스팽클 트랙자켓/트랙팬츠(KoRn x Adidas Purple Sequin Track Jacket/Track Pants)고 가격은 트랙탑 $200, 트랙팬츠 $100다. 오버사이즈핏으로 제작되었다.
몇 가지 정보
여담 1
콘의 <A.D.I.D.A.S.>의 성공 때문인지 간혹, 아디다스(adidas)가 All Day I Dream About Sport를 뜻한다는 말이 있는데 완전히 틀린 사실이다. 아디다스는 창업주 아디 다즐러(Adi Dassler)의 이름에서 만들어졌다. 앞의 Adi, 뒤에서 Das를 붙여서 만든 이름이 아디다스(adidas)다.
그러고보니, All Day I Dream About Sneakers도 나쁘지 않은듯. 이번 콘 x 아디다스(Korn x adidas) 협업 신발에 이런 문구라도 넣었다면 좋았을텐데.
여담 2
콘이 30년 가까이 활동하면서 멤버 변화가 아주 살짝 있었다. 드러머가 한번 바뀌었고, 기타리스트 헤드(Brian Head Welch)가 탈퇴 후 재가입했다. 헤드의 다섯 살 딸이 밴드의 히트송 <A.D.I.D.A.S.>를 열심히 따라 부르는 것을 보고 ‘이건 아니다…’하고 탈퇴했다. 이건 나라도 고민했을 사안이다.
그리고 크리스천 락밴드를 결성하고 간증하며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났다. 할렐루야! 이와 관련된 이야기는 여기 블로그에 정리되어있다. 종교의 힘을 빌었지만 다시금 폐쇄적이고 보수적인 교회 시스템에 회의를 느껴 거리를 살짝 두었고, 지금은 콘에서 열심히 활동 중이다. 믿음을 버린 건 아니다.
여담 3
우드스탁 페스티벌99의 첫번째 날 헤드라이너로 선정된 콘은 등장과 함께 무대를 뒤흔들었다. 역대급 난장판으로 기록된 우드스탁 99 페스티벌의 진정한 시작을 알렸다. 사랑과 평화를 테마로 한 우드스탁 페스티벌에 콘이 등장한 것도 넌센스 중 하나.
마침 작년에 넷플릭스에서 우드스탁 99에 관련한 다큐멘터리 <난장판이 된 사건사고: 우드스톡 1999>를 공개했다. 3편으로 구성되었고 음악을 좋아한다면 꼭 봐야한다. 당연히, 콘도 언급된다.
여담 4
마침, 콘의 정규 머천다이즈 사이트에서 3집 앨범 《Follow the Leader》 25주년 기념으로 몇 가지 아이템을 발매했는데, 메인 아트워크를 활용한 FTL 25 Vintage Album Cover T-Shirt가 사전예약 중 품절을 기록했다.
콘 x 아디다스(Korn x adidas) 컬렉션도 이런 빈티지한 멋을 내는 제품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A.D.I.D.A.S.> 노래가 2집에 수록되어서인지 디자인이 한정적이다. 아쉬운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