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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톡이 선정한 2024년 올해의 스니커즈 Sneaker of the Year 2024
올 12월의 첫 주는 다시는 인생에서 겪고 싶지 않은 한주였다. 그날 이후 편히 잠들기가 불편해진 것, 이 문제의 해결과정의 첫 단추가 결코 순탄치 않았다는 것, 거대한 현실의 장벽은 아직도 그대로라는 것, 때론 우리의 일상이 잔혹한 현실의 반복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느꼈다.
흙먼지 가득한 터널 속에 남겨진 우리는 계속해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그래도 한줄기 빛이 있다고 믿기에 무거운 마음을 다잡고 다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 약간의 희망과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하며, 슈톡 에디터가 선택한 2024년 올해의 스니커즈 Sneaker of the Year 2024를 공개한다.
트렉스타 벙커힐 by 로건, ‘신발에 미친놈이란?’(Treksta Bunker Hill)
퇴근길이 점점 어둑해지면서 한 해가 저물어 가는 것을 아쉽게 느낀다. 그리고 올해의 스니커즈를 추천해달라는 주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2024년을 한 번 돌아본다.
올해는 스니커즈 업계의 큰 이벤트인 파리 올림픽이 있었다. 나이키의 독주에 경고들을 울려준 아디다스 y-3 트랙 슈즈의 대반란. 올해 가장 뜨거운 온러닝(ON Running)은 마라톤에서 나이키 아디와 어깨를 나란히 했으며, 테니스에서도 동메달이라는 기염을 토했다. 라이프 스타일에 있어서도 삼바의 행진은 이어졌으며, 푸마는 리한나, 두아리파와 로제까지 스피드 캣의 분위기를 이어갔다. 살로몬, 뉴발란스 너 나 할 것 없이 최선을 다한 한해였다. 나이키는 빼고.
그런데 2024년의 키워드는 아마도 계엄령이 될 것 같다. 회사에서 계엄령의 정의와 한국적 특이점과 현재와 미래 상황을 정리해서 알려주기를 수십 번, 24년은 계엄령이 모든 것을 뒤덮을 것 같다. 우리 몸에서 하루에 가장 많은 무게를 받는 발과 함께 하는 스니커즈는 우리의 삶과 그만큼 밀접하기에 계엄과 관련 신발이 올해의 스니커즈라고 생각된다.
컨버스 척테일러, 푸마 스웨이드, 아디다스 슈퍼스타 등 대표적인 스니커즈들은 자유와 저항의 상징이었다. 아직 한국은 영역 밖의 일이라서 어떤 신발이 될까 고민을 하다가 트렉스타 벙커힐(Trekstar Bunker Hill)을 선택했다.
아래 뉴스 클립(43:10)에서 보면 계엄군이 국회에 들어갈 때 신었던 신발이 보이는데 흔히 알고 있는 일반 전투화가 아니었다. 처음에는 트렉스타 벙커힐이라고 생각했는데 팩트 체크를 하는 과정에서 살로몬 제품인 걸로 의견이 좁혀졌다.
해당 제품은 살로몬 XA 포시스 정글(Salomon Forces Jungle) 혹은 살로몬 XA 포시스 미드(Salomon XA Forces Mid)로 추정이 된다. 전술화로도 유명하고 실전에서도 많이 사용하는 신발이다. 솔직히 말하면 트렉스타 벙커힐 제품이길바랬다. 하지만, 대한민국 최고 특수부대원의 움직임을 받쳐주기에는 아직 부족함이 있는 것 같다.
전술화는 살로몬(Salomon), 오클리(oakley)와 같은 아웃도어 전문 브랜드에서 주로 만들지만 미국에서는 나이키와 언더아머도 제작하기도 한다. 마지막까지 트렉스타 벙키힐이길 바랬던 마음을 뒤로하고 살로몬 XA 포시스(Salomon XA FORCES)를 올해의 스니커즈로 뽑고자 한다.
제목이 신발에 미친놈이라고 되어있는데, 트렉스타 벙커힐을 고르면서 나는 신발에 미친놈인가라는 자조적인 생각을 했다. 그런데 그게 내가 글을 쓰는 슈톡이 추구하는 방향이 아닐까? 신발이라는 렌즈로 세상을 바라보는.
아식스 젤 카야노 20 x 더블렛 by 국슈(Asics Gel-Kayano 20 X Doublet)
연말에 대한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하고 있던 지난 6월, 평소처럼 하루의 루틴으로 신발에 관한 여러 소식을 훑어보던 중 한 신발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신발 전체가 누런색인 젤 카야노 20(GEL-KAYANO 20)이었는데, 보자마자 ‘신선한데?’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사진 몇 장을 더 보고 바로 ‘갖고 싶다!’고 생각했다.
신발 박스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디자인은 최근 보았던 어떤 컬러와 소재의 조합보다도 더욱 확실한 존재감과 매력을 발산했다. 좀 더 자세한 정보를 보니 디자이너 마사유키 이노(Masayuki Ino)의 더블렛(Doublet)이라는 브랜드와의 협업 제품이었고, 파리 패션 위크에서 공개되어 소량 선발매가 이루어진 상태였다. 정식 발매일은 미정이라는 내용과 함께 약간의 초조함과 함께 기대감을 갖게 되었다.
수많은 레트로와 협업 제품이 발매되고 있는 현재의 스니커 시장에서, 개인적으로 보자마자 바로 구매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제품은 정말 몇 개 없다. 아마 여러분들도 비슷하지 않을까? 간혹 구매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제품 중 열에 아홉은 과거에 갖고 싶었던 제품의 레트로였다.
얼마 만에 느껴보는 신제품에 대한 설렘이었던지… 그 뒤로 틈틈이 발매 소식을 확인하며 드디어 11월 발매 일정을 확인하였고, 추첨에서는 늘 상 그렇듯 실패. 낙담하던 찰나 지인이 알려준 판매처에서 바로 구매하여 드디어 내 손에 들어오게 되었다.
박스에는 실제 신발의 갑피 제작에 적용된 패턴이 그려져 있어서 잘라 붙이면 갑피를 만들 수 있다. 그리고 박스 포장에 쓰이는 테이프에서 착안했다는 하늘색 여분 끈은 지독히 컨셉에 충실한 제품임을 느낄 수 있었다. 골판지 특유의 결이 비치는 갑피는 진짜 종이인가 싶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한데, 가볍고 내구성이 좋으며 친환경적인 타이벡(Tyvek) 소재로 만들어져 경년에 따른 변화가 생긴다고 한다. 착용하면 과연 어떤 모습으로 변화될지 궁금하지만 너무나도 매력적인 제품이기에 쉽게 개시하기는 어려울 듯싶다.
Y-3 아디제로 프라임 SP3 스트렁 스파이크 by Adi Jang(AdiZero Prime SP3 Strung Spikes)
디자이너 요지 야마모토(Yohji Yamamoto)의 DNA를 이식받아 실험적이며 멋진 컨셉의 제품을 선보였던 Y-3가, 최근 1~2년 전부터 갑자기 퍼포먼스 성능에 집중한 제품을 선보였다. 워낙 Y-3 브랜드의 팬인지라 모든 제품을 눈여겨보는데, 너무나 100%에 가까운 러닝화와 옷은 뜬금포에 가까워 요새 집중력을 잃었나? 하고 웃어넘길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2024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 획득 순간에 Y-3가 함께했다. 올림픽 하이라이트 중 하나인 100미터 달리기에서 미국의 노아 라일스(Noah Lyles)는 0.005초 차이로 금메달을 목에 건 것이다. 그가 신은 신발이 Y-3 아디제로 프라임 SP3 스트렁 스파이크(AdiZero Prime SP3 Strung Spikes)였다.
올림픽에서 Y-3가 등장했다고? 게다가 금메달을? 1924 파리 올림픽 이후 100년 만에 파리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이라는 역사의 한 페이지를 Y-3가 함께하다니…
‘미국=나이키’라는 공식이자 일반 상식이 깨지고, Y-3라는 패션 브랜드의 도전이자 퍼포먼스/스포츠로의 영역 확대가 만들어낸 대단한 성과였다. 아디다스의 기술력을 발판 삼고 요지 야마모토 감성 한 스푼으로 끝낸 신발 아닌가라고도 평할 수 있겠지만, Y-3라는 패션 브랜드가 20년 이상 보여준 결과물 중 가장 의외이자 생뚱맞은 결과다. 무엇보다 절대강자 나이키의 꺾임이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노아 라일스가 신은 Y-3 아디제로 프라임 SP3 스트렁 스파이크는 올림픽 이전 슈퍼 리미티드로 제작되어 판매되었는데, Y-3가 스파이크를?? 이런 너무 예상 밖의 반응이라 사실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올림픽이 끝난 11월에나 되어서야 아디다스 웹사이트에 등장하며 $300에 일반 판매가 시작되었지만, 일반 러닝화가 아니라 단거리 달리기를 위한 특수 목적성의 신발이라 여전히 대중의 관심에서는 멀어져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