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디다스 오리지널스 x 햄커스 adidas Originals x HAMCUS
지난 금요일인 12월 2일 오후에 @hamcus를 통해 알게 된 아디다스 오리지널스 x 햄커스 adidas Originals x HAMCUS 협업 컬렉션 소식은 상당히 흥미로운 결과물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되어 무척이나 설렜다.
대(大) 협업의 시대에 맞추어 온갖 브랜드의 협업 소식이 매일 쏟아지고 있다. 패션 브랜드의 협업은 지루하고, 곰표 밀가루, 오뚜기 등 식품 브랜드와 패션 브랜드의 결합도 이제는 새롭게 다가오지 않을 정도다.
그런데, 아디다스와 햄커스(adidas Originals x HAMCUS)의 협업은 조금 다르게 다가왔다. 일단, 난 햄커스라는 브랜드를 처음 들었다. 언뜻 보아 테크웨어 브랜드 중 하나로 보였는데, 패션 철학과 패션 아이템과 그래픽디자인의 결과물이 보통내기가 아니다.
뭐지, 이 친구들은?
햄커스 알아보기 1 about HAMCUS #1
2015년 창업한 햄커스(HAMCUS)는 홍콩 태생의 패션 브랜드로 PRMTVSM을 추구한다. 원시주의(原始主義 : 자연이나 자연적인 것을 인간적 가치의 기준으로 보는 태도)을 뜻하는 Primitivism에서 영문자 i를 제거해 단어를 축약했다. 무려 4개의 i를 날려버린 햄커스는 개인의 무한 확장(implies the infinity extension of an individual, signify)을 뜻한다고 한다, 으음.
햄커스는 코스모스 캐릭터 스타일 시스템(CCSS/Cosmos Character Style System)이라는 세계관을 구축하고, DUST UNIVERSE(Primus)라고 이름 붙인 공간에서 활용될 결과물을 공개한다.
이들이 추구하는 PRMTVSM(원시주의)는 현대사회의 문명화의 이면(裏面)-사라진 인간에 대한 존엄성과 소외감 그리고 저항성, 잃어버린 자연에 대한 존중, 새로운 미적 가치 추구와 순수함에 대한 열망-을 말한다.
국가(國家)와 인종(人種)의 경계와 한계를 무너뜨리고 그저 순순한 하나의 인간(人間)을 오브제로 활용하여 가상의 세계에서 패션으로 풀어내는 힘. 그 중심이 되는 이야기를 끌어가는 능력은, 화려함과 빼어남으로 능숙한 수많은-잘난 패션 브랜드 사이에서 돋보인다.
햄커스의 창업자이자 디자이너 Tuff Leun(@tuffleung)와 Michelle Chow(@mcmchow)는 HAMCUS CCSS 시스템을 구축한 이후, 매 시즌 새로운 테마와 이야깃거리를 만들어가고 있다(둘은 부부 관계이자 브랜드의 디자이너다). 탄탄한 스토리텔링에 디스토피아(Dystopia)적 상상력 두 스푼을 곁들인 옷과 이를 단단하게 뒷받침해주는 비주얼 메이킹은 타 브랜드와 큰 차이를 만든다.
We make characters based on a constant evolving fictional universe and storyline.
HAMCUS
햄커스 알아보기 2 about HAMCUS #2
중국 광저우에 공장을 직접 운영하는 덕분에 시즌마다 100점 이상의 아이템을 선보일 수 있는 것이 햄커스의 또 다른 강점이다. 완벽한 스토리텔링과 비주얼 메이킹, 여기에 한 팀으로 돌아가는 제조 시스템까지 갖추었다.
결코 흔한 환경은 아니다. 이는 염색 제조와 소재의 다양한 실험, 빠른 프로토타입 제작과 소량 생산이 원활하게 이루어진다는 이야기다. 혼자가 아닌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야 하는 패션 아이템 제작에 있어 어디에선가 구멍이 나기 마련인데 이러한 점이 최소화된다.
이들은 가상의 세계를 위해 옷을 만들기에, 여타 패션 브랜드가 시기에 맞추어 선보이는 FW/SS 컬렉션과 또 다른 이점이 생긴다. 정해진 일정에 따라 물리적/시간적/공간적 압박을 탈피하고, 그저 자신들의 목적과 창의적 욕구에 따라 움직일 수 있으니 능동적이고 주체적이다.
자연스레 햄커스가 제작한 옷은 퀄리티를 유지하게 되고, 그 메시지는 효과적으로 힘이 생긴다. 요 몇 년간의 키워드를 화려하게 수놓은 메타버스(Metaverse)에 적합한 브랜드다. 여기에 블록체인 연결하고 NFT 발급하면 그만 아닌가?
We thought that if it was just another clothing line limited to a certain style, we would surely lose our creativity because of the inherent, rapid consumption, and seasonal renewal of commercial fashion
Tuff Leung [HAMCUS – founder, chief designer]
테크웨어(Techwear)를 대표하는 인물, 디자이너 에롤슨 휴(Errolson Hugh)와 그가 디텍팅하는 브랜드 아크로님(ACRONYM®)은 그 존재 자체만으로 테크웨어의 모든 것이며 뿌리라 할 수 있다.
그런 그가 2017년 햄커스의 파리 패션 쇼 데뷔 당시(실제 햄커스는 2015년 시작했다), 햄커스의 부스를 방문해 옷을 입어 보고 엄지척 해주었다(techunter 인터뷰 참조)고 한다. 테크웨어라는 카테고리 이상을 보여주고 있으니, 아디다스 오리지널스 x 햄커스(adidas Originals x HAMCUS)를 어찌 기대 안 할 수 있겠는가?
참고로, 햄커스의 공식 웹사이트 hamc.us(웹사이트 도메인도 .us를 선택했는데, 매우 적절하고 센스 있다)에서는 햄커스 위키(HAMCUS WIKI)를 만들어 구글 문서로 업데이트하고 있다. 비록, 다양한 사용자들이 참여하는 위키(WIKI) 시스템은 아니지만, 클라우드 방식을 택해 공유가 쉽고 정보를 열어둔 것은 참 좋다.
너무 빨랐던 아디다스의 테크웨어 Y-3 Sport
스포츠 브랜드와 하이 패션 디자이너의 성공적인 만남으로 기록되는 아디다스(adidas)와 요지 야마모토(Yohji Yamamoto)와의 브랜드 Y-3는 벌써 20년을 넘었다.
올해 20주년 기념으로 과거 기념비적인(아이코닉이라고 불리는) 제품들을 다시금 선보이고 있다. 덕분에 최근의 Y-3는 상당히 재미가 없을뿐더러, Y-3 20주년 기념으로 선보인 Y-3 x 팔라스(Y-3 PALACE)의 협업이 더 신선했다.
그런 Y-3가-지금의 테크웨어의 인기를 생각하면 상당한 이른 시기라고 생각되는-, 테크웨어 스타일링을 잠시 선보인 바 있다. 대략 5~6년 전 즈음? Y-3 Future Sport 컨셉으로 제품들을 선보이다가 본격적인 테크웨어 스포츠 스타일을 접목한 Y-3 SPORT 캡슐 컬렉션을 선보인 바 있다.
당시 아디다스는 NMD, 울트라 부스트(ULTRS BOOST), Y-3 카이와(Y-3 Kaiwa), 퓨어 부스트(Pure BOOST) 등이 히트하며 한창 날아오를 때였고. 그만큼 농축된 기술력이 빛을 발하던 시기였다.
하지만, 판매 부진 때문인지, 시대를 앞선 탓인지 Y-3 SPORT 컬렉션의 후속타는 나오지 않았다. 갤러리아/신세계/롯데백화점의 Y-3 스토어 샵매니저를 담당하며 이러한 변화를 가장 가까이에서 살펴본 숭늉@memon238님은 그때의 Y-3 스포츠 컬렉션을 높이 평가한다.
❝Y-3 스포츠의 소재나 기능, 디테일 모두 부족함 없었지만, 너무 비싼 가격대. 그리고 그때는 테크웨어 카테고리가 소비자에게 익숙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최근에 유행인 고프코어부터 그 주축인 아크테릭스 같은 경우와 비교를 해보자면. 가장 큰 차이는 Y-3 스포츠의 모든 피스는 디스토피아 컨셉이었고, 아크테릭스는 어떻게든 무난하고 기성복을 향해가는 방향성이 달랐죠. 덕분에 아크테릭스는 자연스레 대중성을 잡는 데 유리했고, 품질 또한 업계 탑급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보니 최소 돈값은 한다는 인식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던 것 같아요.❞
adidas Originals x HAMCUS, 기대해도 될까요?
내가 생각하는 협업(collaboration)은 서로 다른 조직과 구성 인력, 브랜드 컨셉, 능력(디자인/제조) 등이 부딪쳐서, 서로가 예상치 못한 결과물을 만들어낼 때 그 의미가 더 깊다고 본다. 바로 그 사례 중 하나로 아디다스와 햄커스(adidas Originals x HAMCUS)가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이 생겼다.
아디다스 오리지널스 x 햄커스(adidas Originals x HAMCUS)의 협업 컬렉션은 비교적 신선한 시도이며, Y-3에서 시도했던 테크웨어의 못 피운 꽃을, 홍콩 태생의 브랜드 햄커스(HAMCUS)와 함께 피우려 한다.
가상의 우주(시공간)를 배경으로 스토리텔링과 극한의 실험성을 추구한 햄커스의 흔적은 아디다스와 어떻게 맞물려질지 무척 궁금하다. 어떻게 두 브랜드가 타협점을 찾아갈 수 있을까? 인위적인 브랜드 로고 찍어내기가 아닌 어떤 화학적 결합을 선보일 텐가.
햄커스의 퀄리티와 디자인이 그대로 유지될지 궁금하다. 큰 기대하지는 않는다,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큰 법이니까. 어떠한 결과물이 나오더라도 기꺼이 즐기리라.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아디다스 오리지널스와 햄커스(adidas Originals x HAMCUS) 협업 발매정보의 안내에서 adidas CONFIRMED App/China라는 매우 심각한 문구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고보면 아디다스는 중국 시장을 배경으로 이런저런 제품을 단독으로 발매한다. 정말로 귀여운 옷과 신발 협업을 선보였던 멜팅 새드니스(Melting Sadness)와의 협업도 그렇고. 이번 햄커스(HAMCUS)와의 협업도 중국 한정이다. 그만큼 중국 시장이 큰 것을 반영하는가보다.
아디다스 오리지널스와 햄커스(adidas Originals x HAMCUS)… 국내에서 만나볼 수 없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