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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with FAAB

30여 년간 기자로 활동하며 한국 경제의 흐름을 기록했던 김준형 대표가 이제는 대한민국 러너들의 발을 책임지는 파브(FAAB)의 수장으로 나섰다. 그는 서울대학교 졸업 이후 한국일보 기자 생활 이후 소속 기자 1,500명을 넘게 거느린 머니투데이의 창립 멤버, 2번의 해외 특파원과 데스크(편집국장)와 임원 활동, 경제/주식 분야 서적 10만부를 판매한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두툼한 이력의 직장인이다.

화려한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김준형 대표가 새로이 시작한 것은 러닝화 브랜드 창업이라는 험난한 가시밭길이다. 30년이 넘는 언론인 생활로 얻었을(?) 든든한 인맥과 경험을 잘 살릴 수 있을 미디어 산업과 전혀 다른 신발산업이다. 다소 의외다. 경제부 기자로서 활동했기에 그 누구보다 대한민국 신발 산업의 흥망성쇠를 알고 있을 테고, 진입장벽이 높은 산업이 바로 신발이라는 것을.

그가 30년 가까이 달려온 베테랑 러너이기 때문일까? 궁금했다. 어떤 생각으로 이런 무모한 도전을 시작했을지. 그래서 인터뷰를 요청했고 그를 만나기 전 2022년에 출간된 에세이 «달리기의 힘»을 읽었다. 경제부 기자 생활 30년이라고 해서 책 제목만큼이나 딱딱한 글일 줄 알았는데… 웬걸? 책 커버에 추천의 글로 적힌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 필적한다는 문구가 어느 정도 공감될 정도로 재미있다. 담백하고 소소한 일상과 약간의 유머가 곁들여진 괜찮은 직장인 선배가 남긴 흔적이었다.

실제로 만난 파브(FAAB)의 김준형 대표는 예상대로 솔직하고 유머러스했다. 글과 비슷한 인상이다. ‘새처럼 자유롭게(Free As A Bird)’라는 뜻을 담은 브랜드 파브(FAAB)를 중심으로 그가 전하고자 하는 건강한 에너지와 삶에 대한 기록을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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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AB 김준형 대표 : 달리기는 나의 힘! 평생의 짝 ‘반려 운동’과 함께한 30년’

: ShoeTalk설마 대표님이 서울에서 인터뷰를 진행하는 이곳 과천까지 달려오시는 것 아닌가 걱정했습니다.

: FAAB 김준형하하하. 예전에는 회사가 위치해있던 서울 서대문에서 출발해서 사당 지나고 남태령 지나서 여기 과천까지 달렸던 적이 여럿 있습니다. 서울 끝까지 구석구석 달렸으니까요. 대학생 시절에는 이곳에서 살았어요. 관악산만 넘으면 학교가 나오는 거리니까 1시간 걸려 뛰어다녔습니다. 대중교통 이용해도 비슷한 시간이 걸렸고 대학생은 그리 급하게 갈 일도 없었으니까요.

: ShoeTalk요즘도 매달 300㎞를 뛰신다고요? 대단하십니다. 특별한 훈련 루틴이 있으신가요?

: FAAB 김준형작년 여름, 가슴에 스텐트(Stent) 수술을 받아 잠깐 100㎞ 미만을 뛰었지만, 바로 다음 달부터 다시 300㎞를 넘어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가고 있습니다.

: ShoeTalk한 달에 300㎞ 정도 뛴다면 러닝화 교체 주기가 빠르지 않나요? 요새는 운동화 사용 마일리지도 기록하고 평가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 FAAB 김준형지금 신발장에 20켤레 정도 되는 러닝화를 돌려서 신고 있고 별다른 교체주기는 없습니다. 그냥 돌려가면서 신어요. 아까워서 쉽게 못 버립니다. 왜냐하면 나와 같이 뛴 친구 같은 존재입니다. 몇 백 킬로, 몇 천 킬로를 뛰었던 사이니까요. 못 버립니다.

그런데, 달리기하는 사람들은 다 그렇지 않나요? 신발 못 버리고 신발장 한구석에 쌓아두어서 욕먹잖아요. 사실 러닝화의 갑피가 찢어지는 경우는 적고, 밑창이 닳아서 그렇죠. 닳아도 뭐, 걷거나 일상생활 할 때는 지장이 없으니까요. 러닝화 이후에 일상화로서의 삶을 살게 되는 거죠.

젊은 친구들의 신발 마일리지 기록은 소소한 재미가 있겠네요. 프로야구도 그렇고 모든 게 기록이고 그게 또 꾸준히 이어갈 수 있는 재미가 있잖아요. 소확행을 만드는 건 좋네요.

: ShoeTalk2022년 러닝에 관한 책 «달리기의 힘»을 내셨습니다. 우산을 들고 뛰기도 하시고, 다른 에피소드 중에 지방에서 열리는 트레일 러닝 참석 후 복귀하는 버스에서 내리는 분이 생각나네요. 다음날 풀 마라톤 대회 참석해야 한다고 중간에 내렸다는… 놀랍습니다.

: FAAB 김준형책에도 여럿 이야기를 담았지만, 세상은 넓고 대단한 분이 많습니다. 이쪽 세계에 와보면 정말 널리고 널렸어요. 달리기를 단순히 건강을 지키는 수준을 넘어 정신 수양에 이를 정도로 합니다. 일종의 무술 수련하는 그런 것처럼 기록에 상관없이 자기와의 싸움을 하는 분이 많습니다.





달리기의 힘 - 내가 달린 길, 나를 만든 길/김준형/굿모닝북스
달리기의 힘 – 내가 달린 길, 나를 만든 길/김준형/굿모닝북스

: ShoeTalk«달리기의 힘»은 어떻게 출간된건가요?

: FAAB 김준형제가 기자 생활을 32년 했으니 글은 항상 써왔습니다. 데스크(편집국장)를 20년 넘게 했는데, 칼럼을 많이 써야 하는 자리였죠. 달리기를 워낙 좋아해서 어떻게든 칼럼에 달리기랑 연관 지어서 쓰려 했습니다. 회사 창립 멤버라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기도 했던 분위기도 있어서 자연스레 달리기에 관련한 글이 계속 쌓여왔어요.

그런 와중에 출판사 쪽과 연결되어 책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동안 써왔던 글들을 모으고, 지난 것들은 새로이 고쳤고 몇 개 더 추가했습니다. 책은 잘 안 팔렸습니다.

그리고 달리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책 읽을 시간에 나가서 뜁니다. 잘 달리는 사람 입장에서는 굳이 나보다 못 달리는 선수가 쓴 책을 별로 보고 싶어 하지 않기도 하고요. 요즘은 잘 달리는 사람들이 전문 러닝 책도 많이 내더라고요.

프로페셔널한 러너가 봤을 때는 별 이야기가 아니겠지만, 지금 막 달리기를 시작하거나 접근하려는 사람들을 위해 친근하게 썼습니다. ‘아! 왜 이 좋은 러닝을 왜 안 하는가!’라는 생각으로 만든 책입니다.

: ShoeTalk30년 베테랑 러너시니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으실 텐데, 새로운 달리기 관련 책이 나올 수도 있나요?

: FAAB 김준형저는 책을 낼 생각이 있습니다. 사실, 얼마 전까지 출판사 고문이자 편집장 역할도 했었던지라 기회는 있었죠. 담당 편집자와 논의해는데 굉장히 난색을 표하더라고요. 달리기에 관련한 책은 낼 수 있겠지만 팔 자신은 없다고…. 요즘 달리기 열풍이라고 하지만 책은 잘 안 팔린데요. 그러니 제가 고집 피울 수가 없더라고요. 그 계획은 잠시 접었습니다.

: ShoeTalk북한의 금강산에서 뛴 경험이 있으십니다. (‘금강산 마라톤 대회’는 2004~2008년 충청리뷰 주최로 열렸었다.)

: FAAB 김준형금강산은 두 번인가 다녀왔습니다. 한번은 취재로 갔었고, 다른 한번은 마라톤 하러 갔어요. 그때가 아마 2월이라서 관광객의 발걸음이 뜸해졌을 때였어요. 금강산 관광이 대부분 효도관광이니까, 나이 드신 아버지나 어머니, 실향민들이 그 추운 북한 겨울을 견디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마 그래서 마라톤 대회가 승인되었던 것 같아요. 남북 관계도 나름 괜찮았던 시기였고요.

달리기하는 사람들은 늘 어디서 뛸 것인가를 고민하고 서로 좋은 장소를 공유합니다. 금강산에서 마라톤이 열린다고 하니 다들 난리가 났죠. 정말 아무나 경험할수 없는 코스잖아요? 그 주변을 마라톤 풀코스로 만들려면 금강산 주변과 그 동네 구석구석을 달려야 했습니다. 게다가 휴전선 부근이라 군부대도 많았어요. 포병 진지도 있었고 군인도 많은 곳이죠.

금강산 마라톤의 전체 구간은 인민군이 양쪽으로 길게 사열해서 그 가운데를 뛰었습니다. 무장 군인들이 도열한 길을 뛰는 마라톤 대회가 세상에 어디 있겠어요? 다행인지 총은 안 메고 있었는데, 날도 추운데 그렇게 서있게 만든 것을 생각하니 정말로 미안하더라고요. 주민들도 몇몇 봤는데 박수도 치지 못하고 그냥 구경만 하더라고요. 참으로 묘한 경험이었죠.

: ShoeTalk다시 한번 금강산 주변을 달릴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좋겠습니다. 달리기의 매력이 무엇인가요?

: FAAB 김준형저는 ‘반려 운동’이라고 표현합니다. 반려(伴侶)라는 게 인생을 함께하는 짝이나 친구를 의미하잖아요, 반려동물 심지어 반려 식물까지 존재합니다. 같이 있으면 즐겁고 같이하면 좋고, 힘들거나 슬플 때 만나면 위로되는 그런 거요. 오롯이 혼자서도 할 수 있는 평생 같이 할 수 있는 친구 같은 운동 그게 바로 제가 생각하는 달리기고 ‘반려 운동’입니다.

잘한다, 못한다 그런 건 아무 의미 없고 경쟁이 아닙니다. 골프만 하더라도 4명이 필요하고 내기하고 그러잖아요. 러닝은 자기 욕심의 일환으로 기록에 신경 쓸 수도 있겠지만, 아마추어라면 그런 의미도 없이 그냥 시작할 수 있고 충분히 즐길 수 있습니다. 그게 달리기의 가장 큰 장점이고 매력입니다.

: ShoeTalk풀코스 마라톤부터 트레일 런, 울트라마라톤, 세계 마라톤 대회 참가, 철인 3종 경기까지 다양한 경험을 하셨습니다. 모두 쉽지 않은 종목입니다. 철인 3종 경기 저도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저도 수영이 문제인데, 자세히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 FAAB 김준형달리기하는 사람들은 풀코스-트레일런, 울트라마라톤-세계대회 참가-철인 3종 경기 이런 순으로 가더라고요. 각각 즐거움이 있습니다. 철인 3종 경기의 경우 회사를 다니던 때에 참석했었는데, 10월에 통영에서 열리는 대회가 국내의 시즌 마지막 대회입니다. 일단 거기 신청하고 3월부터 수영 레슨을 받았습니다.

철인 3종 경기에 참여하면 바닷물에서 수영을 하거든요. 처음 참여하면 정말 힘듭니다. 출발선부터 200미터 정도 바다로 나아가면 이러다가 죽을 수도 있겠구나 싶거든요. 사실, 웻슈트(수영 중 부력을 높여 속도를 내고 체온을 보호해 주는 장비)를 입고 있는 터라 가만히 누워만 있어도 부력으로 물에 뜨게 되어있어요. 그런데도 당황하고 패닉 오고 과호흡 와서 심정지까지 갈 수 있습니다. 그 순간을 극복하는 방법은 직접 부딪치는 방법밖에 없더라고요. 별다른 방법 없어요. 그나마 대회 참여 전에 한강에서 연습을 했는데 그게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수영은 어찌어찌해서 해냈고, 그다음이 사이클입니다. 클리트 슈즈 없이 그냥 운동화 신고 달렸는데, 통영 월드 트라이애슬론 컵의 사이클 코스가 언덕이 좀 있어서 쉽지는 않습니다. 뭐, 그래도 그냥 하다 보면 되더라고요. 매년 참가하는 구례 아이언맨 대회에서는 수영 1천 명 중에 800등 정도, 사이클에서 700등, 달리기는 150등 정도 했던 것 같습니다.

철인 3종 경기 참여자들이 하는 말이 있는데, ‘수영을 못하면 입문을 못하고, 사이클을 못하면 기록을 못 내고, 달리기를 못하면 완주를 못한다’라고 해요. 어느 정도의 룰이죠.

: ShoeTalk칼럼과 책에도 소개되지만 회사 생활을 하면서 100일간 매일 10㎞씩 뛰는 프로젝트를 진행하셨습니다.

: FAAB 김준형네. 무조건 최소 1㎞라도 뛰었습니다. 100일 정도 하면 몸에 습관이 된다고 봤어요. 그 이후에 거리를 늘려가는 거고, 뭐가 되었든 무조건 하루에 한 번은 뛴다는 게 중요합니다. 킬로 수보다 신발을 신고 나간다는 그 행위를 하루에 한 번 한다는 게 중요했죠.

FAAB 카본 내비(CARBON-NAVI) 카본러닝화
FAAB 카본 내비(CARBON-NAVI) 카본러닝화/with FAAB

울트라러너들의 마니아 브랜드 ‘FAAB’, 고인 물에서 흐르는 물로

: ShoeTalk파브(FAAB) 브랜드가 익숙지 않습니다. 알고 보니 이미 20여 년 전부터 시작되었더라고요. 브랜드 소개 부탁드립니다.

: FAAB 김준형파브(faab) 브랜드는 오마이슈즈를 운영하시는 박복진 님이 2000년대 초반에 만들었습니다. 그분이 달리기를 너무 좋아해서 국토 횡단과 종단, 다양한 세계 마라톤 참여는 기본이고 100㎞ 이상을 달리는 울트라마라톤을 100회 이상 완주했습니다. 약 8년간 (사)대한울트라마라톤연맹 국제부회장도 역임하고 국제울트라마라톤연맹 역대 첫 한국인 아시아 회장까지 하셨어요. 정말로 달리기에 미쳐있었으니까 그 정도까지 활동한 거죠. 마라톤에 관한 글도 많이 쓰고 장구도 치고 그림도 그리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입니다.

그분이 신발 무역업을 하셨던지라 신발 제작과 유통을 핸들링 할 수 있으니까 faab라는 브랜드로 신발을 만들었던 거죠. 별다른 유통 없이 정말 아는 사람만 구매하고 판매되는 신발이었습니다. 저도 파브(faab) 브랜드를 알고는 있었습니다. 워낙 유명한 분이셨고 글도 꾸준히 남기시니 눈여겨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유로운 영혼이자 faab를 만든 박복진
자유로운 영혼이자 faab를 만든 박복진

: ShoeTalk그러면 어떻게 울트라마라톤 러너들의 마니아 브랜드로 알려져 있던 faab의 사업을 이어가게 되신 건가요?

: FAAB 김준형3년 전 제가 언론인 생활을 접은 이후에야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달리기도 더 많이 했습니다. 그전에는 워낙 일이 바빠서 러닝 쪽 사람들을 만날 일이 없었어요. 여유가 생긴 와중에 우연히 박복진 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분도 글을 꾸준히 써왔고 저도 글을 쓰던 사람이라서 그런지 서로 잘 통하더라고요. 서로 대화를 나누는 중에 박복진님이 연세도 있으시니 faab 사업을 접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저는 faab가 대중적인 브랜드는 아니더라도 적지 않은 이들이 알고 있어서 아깝지 않냐라고 물어봤죠. 그분도 그렇게는 생각하지만 이어갈 사람이 없다고 하시더군요. 마침 퇴직도 했으니 내가 해볼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농담스럽게 건넨 한마디가 이렇게 현실이 되었습니다.

술 좋아하는 사람은 결국 본인이 막걸리를 만들거나 술을 빚어먹잖아요. 달리기하는 사람도 내가 신고 달리고 싶은 신발을 한번 만들어볼까 하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덕질하게 되면 다 그렇잖아요. 좋은 신발을 만들고 마케팅 등의 거품 다 걷어내고 집중하면 좋은 가격으로도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던 거죠.

: ShoeTalk퇴직 이후의 사업인데, 그동안 하셨던 업무와는 조금 다른 성격이잖아요. 가족의 반대는 없으셨나요?

: FAAB 김준형전혀 없었습니다. 퇴직 이후 무의미하게 시간 보내는 것보다 좋지요. 제가 기자 생활을 32년하고 임원까지 했으니까 미련도 없고 할 만큼 했어요. 가족들은 제가 워낙 달리기를 좋아하는 걸 잘 알고 있어서 그냥 또 저러나 보다 합니다.

FAAB(Free as a Bird)
FAAB(Free as a Bird)

: ShoeTalk새롭게 이어가는 FAAB 브랜드는 어떻게 이끌어가고 계시나요?

: FAAB 김준형FAAB를 이어가기로 했지만 가성비와 울트라 러닝에 맞추어진 브랜드 콘셉트에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faab 브랜드의 이미지가 고인 물이라는 인식도 있는데 이걸 흐르는 물로 만들어야하는 게 큰 숙제입니다.

FAAB 브랜드를 젊은 층에 어필하고 로드 러닝화로 방향을 잡았죠. 젊은이들이 달리기 입문을 그렇게 하니까요. 로드 러닝화를 기준으로 만들고 가격이 조금 올라가도 최상의 품질을 제안하기로 했습니다. 당연히 디자인도 젊은 층에 어필할 수 있게 바꾸었습니다. 사람이 나이가 든다고 올드 한 걸 만들고 싶지는 않잖아요.

파브도 소문자 faab에서 대문자 FAAB로 바꾸었습니다. ‘새처럼 자유롭게(Free As A Bird)’라는 뜻은 멋있어서 브랜드 이름을 바꿀 생각은 없었습니다. 달리기를 통해서 정말 새처럼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고요.

영국의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은 “건강한 몸은 정신의 전당이고, 병든 몸은 감옥이다.(A healthy body is the guest chamber of the soul; a sick, its prison.)”라고 했습니다. 우리가 몸이 불편하면 아무것도 하기 싫고 그렇습니다. 일단 몸이 건강해야 사고도 원활하고 생각하는 대로 살 수 있습니다. 그냥 사는 대로 생각하는 게 아니고 생각하는 대로 살아야 하잖아요. 그러기 위해 가장 좋은 건 운동을 해야 한다는 거죠. 그래야 새처럼 자유롭게 살 수 있죠.

우리나라 교육도 체육시간을 늘려야 합니다. 어려서부터 운동을 하고 협동 정신을 배우고 인내를 배우면 그 사람의 정신은 더 건전해질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모두를 위한 진짜 가성비 카본화, 파브 카본 나비(FAAB Carbon Navi)

: ShoeTalk리브랜딩 FAAB의 첫 아이템이 풀 카본 러닝화인 이유도 그런 건가요?

: FAAB 김준형네. 맞아요. 이제 새롭게 출발하는 FAAB 브랜드의 도약을 위해 트렌드를 적극 반영해야 했습니다. 마침 러닝화 시장에 카본화 유행이 왔고, 젊은 러너들이 가장 많이 찾기에 최신 기술을 활용해 과감히 도전한 거죠.

제가 달리기를 좋아하니 신발 사업을 꾸준히 할 수 있고 사업 최신 기술을 활용한 사업이라 너무 재미있습니다. 아직 기존에 일하던 언론계 쪽에서 함께 일해보자는 제안이 있는데, 기자 생활 30년 넘게 하면서 그 정도 사회에 민폐를 끼쳤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덕업일치를 이룬 지금이 좋습니다.

기업의 생존을 위해 과거의 방식을 벗어나려고 합니다. 적자를 내면 누군가한테 돈을 빌려야 하고 사회에 빚을 지는거죠. 망하면 채권자들한테도 폐를 끼치는 거고….

: ShoeTalkFAAB 풀 카본 러닝화의 디자인 콘셉트와 제작 과정이 궁금합니다. 스타트업 기업으로서 절대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습니다.

: FAAB 김준형다행히 30여 년 기자 생활을 한 덕분에 사진을 찍거나 구도를 잡는 것에 어느 정도 보는 눈이 생겼고, 여러 사회적 현상을 분석하고 기록하니 나름의 비판적인 시각은 갖추고 있더라고요. 무턱대고 만든 게 아니라 정말 정성을 많이 들였습니다.

첫 시작은 국내 신발 업체의 디자이너와의 협업이었습니다. AI의 도움도 컸습니다. 제품 콘셉트와 브랜드 철학, 트렌드 분석, 스케치 디자인 등을 조합해서 만들어갔어요. 아마, AI가 없었더라면 더 오랜 시간이 필요했겠죠.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광고 디자이너로 활약한 아내도 많이 도와주었습니다. 온라인 스토어의 상세 페이지도 모두 제가 기획하고 모델하고 아내가 사진 찍어줘서 만들었어요.

무엇보다 풀 카본화를 한국 생산으로 진행하려 했는데 그러지는 못했습니다. 공장 돌아다니면서 샘플도 만들고 그랬는데, 공장 측에서 풀 카본화를 만들어본 경험도 없었고, 품질도 만족할 수 없었어요. 1년 6개월을 넘은 시간을 투자했는데 조금 아쉽더라고요.

결국 중국에 있는 공장을 수소문했고 한국 브랜드 제품을 생산하는 곳을 겨우 섭외했습니다. 100년이 넘은 기업이었는데 직원들도 20~30년씩 근무했더라고요. 신발 생산은 완전 자동화가 불가능해서 사람의 손을 빌려야 하는데 숙련자들이라 잘 만들어줬습니다. FAAB가 워낙 소량을 주문하는 터라 공장 스케쥴에 맞추기가 쉽지는 않았습니다. 많은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했죠. 공장 입장에서는 라인 조정하고 준비해야 하는데, 소량을 받아주는 게 귀찮은 일이죠. 다행히 신발은 잘 나왔어요. FAAB가 스타트업이지만 그 이면에는 업계의 손꼽히는 숙련자와 함께했습니다.

FAAB 5-LAYER CARBON SYSTEM
FAAB 5-LAYER CARBON SYSTEM/with FAAB

: ShoeTalk신발에 대한 어머니의 평가는 어떤가요? 첫 판매가 한 달여 가량이 지난 이후에야 드리셨군요.

: FAAB 김준형원래 어머니께는 안 드렸어요. 신발에 탄성이 있어서 무릎이나 허리에 무리가 갈 수도 있으니까요. 신발을 구매하신 분들 중에 부모님께 선물했다는 후기를 보고 뒤늦게 보내드렸습니다. 다행히 좋다고 하시네요. 의사 친구에게도 하나 보내줬는데, 그 친구는 이 정도 러닝화라면 무릎 부상 방지용으로 신어볼 만하다고 평가해 주었습니다.

요새 카본 러닝화를 신으면 부상이 발생한다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황영조 선수의 발언이 있어서 더 유명해진 듯한데, 맞는 말입니다. 아마추어가 엘리우드 킵초게 같은 세계 최고 선수가 신는 신발을 신으면 높은 탄력과 불안정한 쿠션 때문에 몸에 무리가 갑니다. 발목 근육이 단련되지 않은 상태라면 당연하죠. 중요한 건 우리들의 얇은 지갑에까지 무리가 간다는 거죠.

저는 아마추어가 신는 카본 러닝화는 탄성과 안정성이 겸비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회뿐만 아니라 연습 때에도 신어야 하니 내구성도 필수죠. 프로들이 선택하는 대회를 위한 1회용을 고르기에는 우리 지갑은 가벼우니까요.

그러니까 내구성과 안정성, 가성비까지 만족되는 카본 러닝화라면 안 신을 이유가 없습니다. 현재 시장에 정말 많은 카본화가 등장했는데 아마추어가 감당할 수 있는 신발이라면 선택해도 된다고 봅니다. FAAB 러닝화는 그 지점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제가 어머니한테 나쁜 걸 드릴 수는 없잖아요.

: ShoeTalk거의 모든 러닝화 브랜드에서 다양한 카본화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FAAB 역시 카본화로 도전장을 내밀었는데, FAAB Carbon Navi 러닝화의 무기는 무엇인가요?

: FAAB 김준형현재 시중의 초경량 카본화들은 오직 ‘기록 단축’만을 위해 1회용에 가까운 내구성을 갖거나 안정성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이키 알파플라이, 아디다스 아디오스 같은 고가의 러닝화는 아웃솔의 접지 부분을 거의 테이프 수준으로 만들어서 1회용에 가깝습니다. 딱 한 번만 신는 대회용 신발이죠. 그러니까 신발 무게가 97g으로 나올 수 있죠. 5~10만 원대의 저가 카본화들의 경우 앞뒤 카본이 텅 비었고 짧은 카본을 넣습니다. 무늬만 하프 카본인 경우가 많아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차리리 데카트론에서 만드는 15만 원 대의 카본화가 있는데 그게 좋습니다. 잘 만들어요. 대량생산과 유통망, 브랜드 파워까지 갖춘 곳이라 못 만들 수가 없죠. 그러나 제 경험으로 파브 풀 카본 나비 러닝화가 더 좋고 와이드핏(3E)이라 한국인은 더 편합니다. 러너에게 필수적인 ‘안정성’과 ‘내구성’에 무식할 정도로 집중했습니다.

미드솔 소재는 E-TPU(Expanded Thermoplastic Polyurethane)를 사용했습니다. 아디다스의 부스트(Boost) 폼을 떠올리시면 될 거에요. TPU 알갱이를 마치 팝콘처럼 팽창시켜 만든 소재죠. 발이 지면에 닿았을 때 충격을 흡수하고 튕겨내는 탄성이 좋습니다. 일반적인 EVA 폼에 비해 온도 변화에도 강하고 내구성도 좋죠.

카본화를 신으면 발목에 무리가 간다는 이유가 탄성도 있지만 발이 신발 내부에서 옆으로 흔들리게 됩니다. 그런 때에 E-TPU가 흔들림을 잡아주는 역할을 해주죠. 카본화임에도 불구하고 안전성을 갖춘 거죠. 페바(PEBA, 폴리에테르 블록 아미드) 소재가 사용된 나이키의 베이퍼 플라이, 알파플라이, 아디다스 아디오스 프로 러닝화를 신어본 사람은 바로 알 수 있습니다. FAAB 러닝화가 안정적이라는 것을요.

아웃솔은 CPU 소재를 사용했는데 일반 고무 아웃솔보다 한 단계 진화한 방식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접지력(그립감)이 좋고 소재 자체가 질깁니다. 중저가 러닝화와 마모 수치 비교 시 10배 이상으로 더 강합니다. 제가 직접 이 신발 신고 6개월 이상 1,000㎞ 뛰어서 장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신발 뒤축 부분에 3M 리플렉트 요소를 많이 넣었습니다. 울트라 러너들에게는 필수고, 대부분의 아마추어 러너들도 퇴근하고 많이 뛰잖아요. 이런 요소가 안전성에 상당히 중요하죠.

이러한 세세한 기능들을 추가하니 FAAB 카본 나비 신발의 무게가 220g의 러닝화가 되었습니다. 헤비 러너들을 위해 추가 인솔 1세트와 여분의 톱니형 신발 끈도 함께 포함했습니다.

with FAAB
with FAAB
Real Full Carbon Plate
Real Full Carbon Plate/with FAAB

: ShoeTalk현재 FAAB 러닝화의 판매 상황은 어떻습니까? 소비자 반응은 어떤가요?

: FAAB 김준형판매 시작 한 달여 만에 초기 물량의 절반가량을 소진했습니다. 주변에서도 사주었는데 ‘신발 괜찮다’, ‘세상에 이런 신발도 있었냐’, ‘러닝에 입문하고 싶다’는 반응이 있습니다. 아마, 카본화를 안 신어봐서 그런듯한데, 울트라 러너들의 평가도 좋아서 많은 힘이 되고 있습니다.

현재 상황으로는 1단계 성공입니다. 내가 신고 싶은 신발을 만들고, 내가 좋아하는 이들에게 권할 수 있고, 그들의 좋은 반응을 보면 더할 나위가 없죠. 그래도 6개월~1년 뒤에도 신발 여전히 괜찮다는 이야기를 들어야 합니다. 또 다른 평가를 내릴 수도 있으니까요. 브랜드도 계속 살아남고 발전해야 사람들이 신어줄 테니까요. 나중에 ‘내가 FAAB 그때부터 알아봤어.’라는 이야기를 듣고싶네요.

솔직히 과도한 스펙을 꽉꽉 채워 넣다 보니 원가율이 상당히 높아서, 사업하시는 분들은 ‘그렇게 신발 만들고 팔아서는 망한다’고 하시더군요. 실제로 각종 비용(제작, 수수료, 물류, 관리비 등)을 제외하니 제 수중에 떨어지는 돈은 많지 않습니다(1인 기업인데도 불구하고). 10만 켤레 단위로 신발이 팔리지 않으면 사업적으로 큰 의미 없습니다. 이건 내가 해보고 싶은 일이니까 도전하는 것이고 꾸준히 이어갈 생각입니다. 제 인건비가 남지 않더라도요.

재고 소진이 어느 정도 이루어져서 일부 사이즈를 채워야 하는 시기입니다. 재고가 없으면 사업을 계속 하는 것에 대한 의문도 생기고 브랜드 신뢰도가 깎이니까요. 새로이 발주를 해야 하는 상황인데, 아직 신발을 팔아서 생긴 회수금액이 크지는 않으니 더 많은 자본을 넣어야 하는 사업적 고민이 있습니다.

: ShoeTalk현재 FAAB 제품이 1개인데 추가 라인업도 기대할 수 있을까요?

: FAAB 김준형신발 사업인데 당연히 제품 1개만 있는 것은 말이 안 되죠. 로드 러닝화, 트레일 러닝화, 방수가 되는 고어텍스 소재의 신발 등 다양하게 갖추려고 합니다. 골프 클럽도 1번부터 12번까지 있는 것도 그렇잖아요. 그런 신발 포트폴리오를 갖추어야 진짜 러닝화 브랜드가 되는 것이고요. 당연히 추가 라인업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 ShoeTalk온라인 신발 구매도 흔하지만, 아무래도 신발은 한번 신어보고 결정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FAAB 러닝화를 만나볼 수 있을까요

: FAAB 김준형물색 중입니다. 입점하는 매장도 이득이 되어야 하고, 파브(FAAB)도 성공해야 하기 때문에 신중히 접촉하고 있습니다. 매장에서도 어설픈 신발 갖다 놓으면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테니, 파브(FAAB) 신발이 시장에서 검증될 시간을 필요로 할 거에요.

FAAB 입장에서도 유통망을 끼게 되면 마진도 줄고 비용이 늘어나니 진지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물론, 신발은 한번 신어보고 자신의 발 사이즈에 맞는 제품을 사는 게 중요하죠. 현재는 FAAB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를 통해 직접 판매중인데 무료 1회 교환해 드리고 있습니다.

: ShoeTalk«달리기의 힘» 책에서 나왔지만 ‘서울 한강 22개 다리 한큐에 완등하기’는 매우 재미있는 도전이라 생각했습니다. 정기 대회로 열려도 좋을듯한데요.

: FAAB 김준형마침 다음 달인 6월 6일에 전국 명품 트레일런 대회 측과 함께 <명품-FAAB 한강브릿지런>이라고 작은 대회를 엽니다. 명품 트레일런 측도 정말 대단한 러닝 덕후가 운영하고 있는 곳인데 고정 팬이 많습니다. 아마 100명 정도의 소규모 참석인원으로 진행될 거에요.

요란한 대회도 아니고 그냥 러닝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작게 서울 한강 다리 20개 완주하는 대회입니다. 참가비도 1만 원이라 부담 없습니다. 노쇼가 있기에 참가비가 있을 뿐이죠, 완주하면 메달은 없고 운영자이신 이태재 님이 서예작품을 하나 그려줍니다. 울트라마라톤 쪽에서는 굉장히 유명한 분입니다. 역시나 어마어마하게 뛰고 사진도 잘 찍고 서예도 잘하시죠. 참고로 FAAB 신발을 신고 오면 참가비 무료입니다.

저는 그 대회를 위해서 GPS 파일을 기록하고 있어요. 이미 3번 코스대로 뛰었고, 자전거 타면서 한 번 더 확인하고 있습니다. 중간중간 사진도 찍어서 코스 확인할 수 있게 만드는 거죠. 작은 규모로 달리기 좋아하는 이들끼리 노는 거에요. 수익 없이 하는 거니까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마세요.

FAAB 카본 내비(CARBON-NAVI) 카본러닝화
FAAB 카본 내비(CARBON-NAVI) 카본러닝화/with FAAB

: ShoeTalk대표님이 그리시는 FAAB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 FAAB 김준형FAAB 제품은 정말 오래 신을 수 있고, 가격 대비 최고의 기술로 스펙을 채웠다는 믿음을 주는 것. 소비자가 별다른 고민 없이 구매하는 수준으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해외 러닝 대회 가면 데카트론 풀 세트 러너 많이 볼 수 있거든요, 마음 같아서는 데카트론(Decathlon) 수준까지 성장하고 싶습니다.

제가 현역 때 후배들한테 종종 운동화를 선물했는데 ‘기자는 발로 뛰는 기자가 최고다. 그러려면 괜찮은 운동화가 필요해.’라고 했어요.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생각이 썩게 됩니다. 지금 FAAB를 운영하는 것도 제2의 인생. 사실, 제2의 인생이라고는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아직 제1인생이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으니까요. 그러니까 러닝화를 제 덕질 아이템으로 삼은 이유도 젊은 친구들한테 더 좋은 환경을 마련해 주고 싶은 것도 있습니다.

신발을 파는 게 아니고 ‘건강’을 주는 것이다. 물론, 신발을 공짜로 주면 최고겠지만 사업은 계속 이어가야 하니까요. 거창한 자선사업까지는 할 형편이 못 되더라도 FAAB 사업 수익의 10%는 젊은이들이 달리는 데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쓰려 합니다. ‘Run for You, Run for Youth.’ 자선사업을 할 형편은 안되고요.

제가 좋아하는 달리기를 매개체로 청년들이 달리는 데 도움이 되는 환경을 마련해 주고, 사회와 소통하고 기여할 수 있는 그런 수단이 바로 파브(FAAB)이며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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