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시나 25주년 기념 이정표, 나이키 에어 맥스 1 원앙 Nike Air Max 1 Kasina WON-ANG
2022년 6월 8일 글로벌 발매된 나이키 에어 맥스 1 카시나 원앙 Nike Air Max 1 Kasina WON-ANG은 천연기념물 제 327호 원앙을 컨셉으로 하여, 스니커즈 신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완벽한 1쌍의 구성으로 만들어졌다.
우리는 그동안 2개의 스니커즈가 한 개의 패키지 구성이나, 동시에 발매하는 모습은 몇 차례 봐왔다. 조던 DMP 패키지(Defining Moment Packs), 조던 CDP 패키지(Count Down Packs)올 3월에 있었던 CONCEPTS x 나이키 에어 맥스 1 등이 2개로 발매된 사례다.
그런데 이렇게 2개가 동시에 발매되는 경우는 컬러 베리에이션에 가깝다. 블랙/화이트 색상, 일반 모델과 색상/협업을 주도한 매장에만 발매되는 독점 모델 등, 그러니까 컨셉이 주도한 작업이 아니라 몇 가지 다양성을 주다가 얻어걸렸다는 것에 가깝다. 조던을 사랑하는 팬분께 미안하지만, 매우 비약하자면 그렇다는 이야기일 뿐이니 오해 마시길.
음악에서의 더블 앨범 컨셉(Double Albums)
잠깐, 더블 앨범 컨셉으로 발매되었던 명반들을 살펴보도록 하자. 정말로 많은 뮤지션이 2개의 CD 혹은 2개의 LP로 발매하는 경우가 존재한다. 앨범 분량이 2배가 되니, 자연스레 컨셉 앨범이 되는 경우가 많다(당연히 베스트, 라이브 앨범은 제외다).
이러한 시도는 뮤지션과 음반사에 큰 부담인데, 뮤지션의 경우 작업한 양이 2배가 되고 이에 따라 프로듀싱, 작곡 능력, 곡의 배치, 컨셉 전달 등이 더 확실해야 하고 완성도를 높힐 실력과 자신감이 필요하다. 음반사는 작업 비용도 늘어나고, 음반의 가격도 높아지고 컨셉 앨범이라 히트 싱글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기에 반가워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적인 더블 앨범들이 존재하는데 몇 개 예를 들어보면 : 비틀즈의 화이트 앨범 The Beatles(1968), 레드 제플린(Led Zeppelin)-Physical Graffiti(1975),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의 The Wall(1979), Smashing Pumpkins – Mellon Collie and the Infinite Sadness(1995), 투팍(2Pac)의 All Eyez on Me(1996), 소닉 유스(Sonic Youth) Daydream Nation(1988), 그리고 BTS의 LOVE YOURSELF 結 Answer(2018) 등이 존재한다.
더블 앨범의 부담은 상당해서 잘나가는 뮤지션도 같은 시기 혹은 비슷한 시기에 음반 작업을 해도, 각각 앨범을 분리해 발매하는 경우가 있다. 메탈리카(Metallica)의 Load와 ReLoad, 건즈 앤 로지스(Guns N Roses)의 Use Your Illusion 1&2, 조용필 10집과 11집, 라디오헤드(Radiohead)의 Kid A, Amnesiac 등이 있다.
조금 길었다.
키워드: 25주년 결혼 기념일 ‘은혼식’, 컨셉: 원앙
앞서 논했듯이 2개의 스니커즈가 함께 발매되는 경우가 있었지만 컨셉에 맞추어 제작된 것이라기보다는 컬러 베리에이션 수준이었다. 이에 비해 나이키 에어 맥스 1 카시나 원앙 Nike Air Max 1 Kasina WON-ANG은 확고한 컨셉을 바탕으로 제작된 경우여서 많이 다르다.
25주년을 맞이한 카시나는 결혼한 지 25주년이 되는 결혼기념일인 ‘은혼식’을 생각했다고 한다. 키워드가 정해지고 원앙(鴛鴦)이 컨셉으로 정해졌다. 원앙은 예로부터 부부 금실의 상징-부부간의 애정과 백년해로, 다복, 화합 등-으로 여겨졌고, 원앙 세트는 결혼하는 부부에게 필수로 전해지는 선물이었다.
그래서 카시나는 2개의 에어 맥스 1을 만들었다. 원앙 암수를 표현한 각각의 신발은 에어 맥스 1(Air Max 1)의 두툼한 실루엣과 아주 잘 어울리는 볼륨감을 갖추고 있다, 마치 물에 떠 있는 원앙새 마냥 말이다. 그냥 잘 어울린다.
코르크 인솔과 반투명 아웃솔에 원앙 그래픽디자인을 넣어 재미를 주었고, 스웨이드 소재와 털 소재(포니 헤어)로 원앙새의 털과 디테일을 살렸다. 앞코 부분의 나이키 스우시 로고는 원앙의 나무 조각이 연상될 정도로 깨알 재미 요소가 있다. 무엇보다 별도로 지급되는 원앙 키체인이 컨셉과 신발을 살리는 화룡정점(畫龍點睛)이 아닌가. 여러모로 신경 많이 쓴 신발이다.
나이키 입장으로는 약간 부담스러웠을 테다. 바로 이전에 있었던 카시나 덩크(Nike Dunk Kasina)가 2개의 컬러로 제작되었지만, 1개는 카시나 독점 발매(Kasina Exclusive) 모델이었고 다른 하나는 일반 버전이라 흔한 사례에 가까웠다.
하지만, 카시나는 원앙이라는 컨셉에 스토리텔링과 디테일을 만들었고, 나이키와의 협업을 성공적으로 끌어냈다. 에어 맥스1 (Air Max 1)라는 나이키를 대표하는 신발, 25주년이라는 부담감, 글로벌 발매, 코로나19 등의 부담감을 잘 털어냈다. 수많은 뮤지션이 실패하고 성공한 더블 앨범 방식을 성공시킨 보기 드문 사례로 말이다.
카시나는 25주년을 넘어, 앞으로 나아간다
카시나는 25주년을 기념하는 나이키 에어 맥스 1 카시나 원앙 Nike Air Max 1 Kasina WON-ANG을 성공적으로 선보였다. 자신들의 업력에 따른 내공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은 국내 스니커즈 신에서의 큰 형님다운 면모를 보여주었다.
코로나19의 여파가 잠잠해지는 요즈음, 아주 적절한 시기에 종로 ONION 안국에서 이틀간 진행한 런칭 이벤트도 성황리에 종료되었다. SNS를 살펴봐도 많은 스니커헤드가 방문했고 함께 즐겼다. 아마, 우리 모두 오프라인 스니커 이벤트가 참으로 오랜만이었을 테다, 그래서 더 의미 있다.
카시나의 이은혁 대표는 카시나와 나이키가 덩크 협업으로 스타트를 끊었다면, 이번 나이키 에어 맥스 1 카시나 원앙 Nike Air Max 1 Kasina WON-ANG으로 카시나와 나이키-그 연결점/관계를 더 공고히 하겠다고 밝혔다.
25주년을 맞이하는 대표의 수장은 아주 담담하고 묵직하게 앞으로 나아간다. 앞으로의 숙제는 편집샵 카시나를 뛰어넘어 브랜드로 발전시키는 것인데 다 함께 지켜보자. 나이키 에어 맥스 1 카시나 원앙 Nike Air Max 1 Kasina WON-ANG의 캠페인 슬로건인 Made to be Together처럼 말이다.
나이키 에어 맥스 1 카시나 원앙 Nike Air Max 1 Kasina WON-ANG는 2족이 한 세트인 만큼, 왼발과 오른발 서로 섞어 신으면 더 좋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원래의 컨셉이 더 살지 않을까 싶다. 내가 그렇게 하고 싶은데, 당첨이 안 되더라고요? 수량 많다던데? 왜 나만 피해가는지?
참고로, 원앙은 실제로 금실이 좋은 새는 아니란다. 수컷 원앙은 여러 마리의 암컷과 짝짓기를 하고 암컷 원앙이 새끼들을 키운다고… 으잉? 아니, 조상님들 어떻게 된 건가요? 이거 맞아요?
image by Nike & Kasi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