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톡이 선정한 2023년 올해의 스니커즈 Sneaker of the Year 2023
어김없이 한해가 마무리되는 시점이다. 코로나 시기에 가득했던 스니커즈 신의 거품은 빠지면서 진또배기만 살아남는 시기에 슈톡이 선정한 2023년 올해의 스니커즈 Sneaker of the Year 2023를 공개한다.
12월이 되면 각 미디어에서 올해의 스니커즈를 앞다투어 공개한다. 묘하게도 미디어의 발표 리스트는 거의 겹치기 마련이라 몇 개만 살피면 흥미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적어도 슈톡의 에디터 Adi Jang, 국슈(@gook_suka), 본드노트(@countzero_seoul), 로건(Logan)은 그것들과 약간의 차이를 둔 기준으로 선정했다.
최고의 스니커즈 혹은 최악의 스니커즈를 떠나 2023년 한해에서 주목할만한 올해의 스니커즈 Sneaker of the Year 2023!
나이키 x 자크뮈스 J 포스 1 로우 LX SP 화이트 by 국슈
올해도 어느새 연말 분위기가 느껴질 무렵, 슈톡 멤버들과 올해 베스트 스니커즈 콘텐츠에 대하여 의논이 있었다. 제목은 결국 ‘올해의 스니커즈(Sneaker of the Year 2023)’로 확정되었는데, 그 이유는 긍정적인 내용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였다. 그리고 내가 꼽은 신발이 큰 역할을 했다.
나는 올해 최악의 스니커즈로 J 포스1(Nike x Jacquemus J Force 1 Low LX SP White)을 뽑았다. J 포스 1은 프랑스의 패션 디자이너이자 브랜드인 자크뮈스(JACQUEMUS)와 나이키의 두 번째 협업 신발이다. 웹상에 신발이 공개되자마자 독특한 외관으로 단번에 많은 이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특히, 처음 보면 어떻게 만들 건지 예상하기도 힘든, 엮어서 이은 갑피와 신발창의 접합 부분은 대부분의 사람에게 완전히 새로운 느낌을 주었다. 간간히 나이키의 가장 유명 모델인 에어 포스 1(Air Force 1)을 완전히 새롭게 탄생시켰다며 자크뮈스에 대한 찬사를 볼 수 있었다.
사실, 그 신발창 결합 방식과 디자인은 2005년 친환경 제품 라인으로 출시되었던 나이키 컨시더드(Nike Considered)에서 처음 선보인 것이었다. 컨시더드의 주요 인물인 디자이너 스티브 맥도널드에 Steve McDonald에 따르면 나이키 컨시더드는 디자인이라고 한정 짓기에는 훨씬 복잡하고 심오하였다. 시스템이자 철학까지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내가 아는 한 나이키와 자크뮈스는 공식 매체에서 컨시더드에 대한 언급을 전혀 하지 않았다. 오히려 밑바닥에 새겨진 커다란 자크뮈스 로고를 바닥에 남길 수 있다고 말하고 있었고, 그 문구를 보자 마치 컨시더드 본연의 의미와 가치를 흐린 채, 자신의 이름만을 남기고 싶은 그들의 욕망이 더욱 드러나는 것처럼 느껴졌다.
뉴발란스 990 by Bondnote
이랜드 매거진에 따르면 클래식 신발이 되기 위해선 브랜드의 정체성과 대중성을 갖추어야 한다고 했다. 예를 들면 나이키의 에어포스 원, 아디다스는 슈퍼스타, 뉴발란스는 990이다. 난 조건이 하나 더 있는 것 같다. 그 신발하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아이코닉 한 슈퍼스타가 있어야 한다. 에어포스 원 하면 Jay-Z, 슈퍼스타 하면 Run DMC 정도?
빈지노가 올해 7년 만에 정규앨범을 냈다. 그 앨범에 990(Feat. 김심야)이란 노래가 있다. 본인의 새로운 신발인 뉴발란스 990을 신고 다니며 작업하여 노래 제목을 990이라고 붙였다고 한다. 빈지노가 뉴발란스 캠페인 모델이라 협찬을 받은 거겠지만 좋아했으니 노래 제목으로까지 했겠지. 어쨌든 난 이제 990을 신으면 990을 들을 거다. 뉴발란스 990은 올해 비로소 클래식의 조건을 완성했다.
MSCHF 빅 레드 부츠 by Adi Jang
코로나 시기에 스니커즈 신은 꽃놀이 패를 즐겼다. 거의 모든 신발이 리셀 가능했고 신발 브랜드는 이 기회를 놓치기 싫어 열심히 노를 저었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이, 적당히 하는 게 가장 어려운 일이다. 과잉 생산된 신발은 재고로 남아 성장세에 발목을 잡았고 글로벌 1위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의 주가가 반 토막 나기까지 했다.
신발 브랜드와 그를 따르는 수많은 공장까지 휘청거릴 시기에, 미국 브루클린 기반의 괴짜 집단 미스치프(MSCHF)가 신발 하나를 내놓았다. 아톰 부츠라는 별명이 붙은 빅 레드 부츠(MSCHF’S Big Red Boots)는 발매와 동시에 패션계를 넘어 전 세계 미디어의 큰 관심을 받았다. ‘아니, 이게 뭐야?’ 어린 시절 만화에서나 봤던 그런 거, 실소와 환호가 동시에 나오는 그런 거, 비현실성을 무기로 허를 찌를 이 신발은 아이와 어른, 성별, 국적 상관없이 모든 이의 호기심을 건드렸다. 이만한 인상을 남긴 신발이 올해 과연 존재했을까?
참고로, 국내 힙스터의 총출동이자 집결지라 불리는, 대림미술관에서 진행되는 MSCHF의 전시 《MSCHF: NOTHING IS SACRED》에서 아톰 부츠를 실제로 신어볼 수 있다. 어른과 아이 할 것 없이 저마다 신어보고 모두의 포토존이 되는 진풍경을 볼 수 있다. 겨울 날씨에 이만한 신발도 없을 것 같은데, 하나 구매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SNS에 올리기도 딱 좋잖아? 스탁엑스(StockX)에서 $1,500에 거래되던 게 요즘은 발매가 이하로 $350 수준으로 거래되니 부담도 덜하다.
아디다스 프레데터 프리시즌 by Logan
2023년만큼 올해의 스니커즈를 정하기 힘든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물론 그렇다고 이 시장이 망하거나 새로운 스타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스니커즈 신으로 한정하지 않고 생각해보면 나는 아디다스 프레데터 프리시즌(adidas Predator Precision)을 꼽고 싶다.
이 신발을 선택한 이유는 이제 축구화에서는 아디다스가 압도적으로 선두를 치고 나가고 있다는 상징적인 존재라고 생각한다. 1월 발매 당시에 리셀가가 폭등하기도 했었고 그 이후에 출시되는 축구화마다 빨리 사지 않으면 시장에서 구하기가 힘들었다. 한국에서는 손흥민 효과, 메시 효과라고 해도 괜찮다. 그럼 나이키는 음바페와 홀란드, 대한민국 국가 대표팀이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