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본 러닝화의 방정식 Technical Equation Carbon Running Shoes
러닝을 즐기는 사람들이나 신발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 혹은 둘 다 해당은 안 되지만 최신 문물에 관심이 많은 얼리 어답터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만한 카본 플레이트(Carbon Plate/이하 카본) 러닝화를 살펴보자(Technical Equation Carbon Running Shoes). 신으면 저절로 빨라진다던데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아무나 신어도 되는 걸까?
최첨단 신소재, 신발에 쓰이다
흔히 말하는 카본 러닝화는 카본 파이버 플레이트(Carbon Fiber Plate) 러닝화의 줄임말이며, 한국어로 말하면 탄소섬유판 러닝화라고 할 수 있다. 신발의 미드솔(Mid Sole)에 탄소섬유 판이 들어갔다는 의미다.
탄소섬유는 에디슨이 백열전구의 탄소 필라멘트를 발명한 것이 시초였다고 한다. 이후 1950~60년대 미국의 군사 및 우주 개발에서 본격적으로 개발이 시작되었으며 이후 다양하게 응용 개발되었다. 철에 비해 무게는 4분의 1에 불과하지만 10배의 강도와 7배의 탄성을 갖고 있고 부식될 염려가 없으므로 꿈의 소재 중 하나로 불린다.
운동화에 카본 파이버 플레이트를 사용한 초기 사례는 1993년 인스타 펌프 퓨리(Reebok Insta Pump Fury)와 그라파이트 로드(Reebok Graphite Road)등 리복의 모델과 1996년 에어 조던 11 (Air Jordan 11)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안정성을 위해 적용하였던 섕크(Shank)라고 하는 구조물의 유사한 기능에 플라스틱에서 소재만 바뀐 정도였다.
그 후 카본 플레이트의 탄성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에 아디다스, 휠라, 브룩스 등에서 러닝화를 출시했었지만, 현재의 카본 러닝화와는 소재와 설계에서 큰 차이가 있었다.
탄성에 탄성을 더해서
2013년 아디다스는 TPU 열가소성 폴리우레탄 기반으로 가공한 부스트 (Adidas Boost)를 출시하여 전통적인 기능적 관점이었던 충격 흡수뿐만 아니라 에너지 반환과 탄성에 대해 강조하였고, 대표 모델인 울트라 부스트(adidas ULTRA BOOST)가 어마어마한 인기를 얻으며 쿠셔닝 트렌드를 완전히 바꿨다.
이에 따라 여러 브랜드에서 반발력이 뛰어난 폼(Foam) 소재에 대한 연구 개발이 활발하게 이루어졌고, TPE 열가소성 엘라스토머를 사용한 PEBA 폼-나이키의 줌엑스(ZoomX)가 개발되었다.
더욱 가벼운 무게에 훨씬 뛰어난 탄성을 가진 줌엑스였지만 탱탱볼이 어디로 튈지 예측하기 힘들듯이, 줌엑스를 단독으로 사용할 때 너무 높은 탄성 때문에 안정성이 부족했다. 이 부분을 보완하고자 카본 파이버 플레이트가 삽입되었다. PEBA 폼과 카본 플레이트가 조합된 어마어마한 탄성이 이전에 발매된 카본 러닝화들과의 결정적인 차이라고 볼 수 있다.
나이키는 2015년경부터 본격적인 개발과 함께 샘플을 제작하여 선수들을 통해 테스트를 해왔고 2017년 브레이킹2 프로젝트(Nike Breaking 2 Project)를 통해 베이퍼플라이 시리즈가 처음 공개됐다.
패러다임을 바꾸다
나이키 베이퍼플라이 시리즈는 나이키 브레이킹 2 프로젝트(Nike Breaking 2 Project)와 함께 공개된 후 러닝화 시장의 판도를 뒤집은 것은 물론, 기술 도핑이라는 이이기까지 나왔다.
굽이 낮고 경량에 초점을 맞춘 소위 레이싱 플랫(Racing Flat)이라고 불리는 전통적인 마라톤 신발의 형태가 아닌 높은 굽의 낯선 실루엣은 처음에는 많은 러너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대회에서 선수들이 베이퍼플라이를 신고 뛰어난 성적을 내기 시작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마라톤 경기장에는 베이퍼플라이를 신지 않은 선수를 찾아보기가 힘들어졌다. 초기 생산 수량이 많지 않았던 터라 베이퍼플라이 품귀현상까지 발생했다.
이에 따라 선수와 동호인들 사이에서는 여러 논란이 끊이질 않았고, 결국 국제육상경기연맹(International Association of Athletics Federations, IAAF)에서는 40mm 이하의 굽 높이와 카본 플레이트 1장 사용 등의 러닝화에 대한 규정을 만들게 되었다.
카본 러닝화는 어떻게 기록 향상을 시켜줄까?
무엇이 이것들을 가능하게 했는지, 신발의 소재와 구조에서 비롯된 기능은 어떻게 작동되는지 간단히 알아보자.
첫 번째로 소재를 살펴보면, 나이키의 줌엑스(ZoomX)로 대표되는 PEBA 폼(Foam)이라고 불리는 열가소성 엘라스토머, TPE 소재의 폼(Foam)과 카본 플레이트 두 가지가 핵심 소재다.
PEBA 폼(Foam)이라고 불리는 열가소성 엘라스토머, TPE 소재의 폼(Foam)과 카본 플레이트 두 가지가 핵심 소재이다.PEBA 폼은 차세대 폼 소재로써 부피 대비 매우 가볍고 탄성이 아주 좋은 소재이기 때문에 신발에 충격 흡수와 반발력을 제공할 수 있다.
카본 파이버는 앞서 얘기했듯이 매우 가볍고 인장강도와 강성이 매우 높아 무게를 늘리지 않고도 신발의 안정성과 탄성 향상할 수 있어 러닝화에 안성맞춤이다.
구조적인 부분을 살펴보면 전통적인 러닝화의 뒤꿈치 높이가 약 20~32mm 정도지만 카본 러닝화들은 보통 35~40mm의 높은 굽에 휘어진 카본 판이나 유사한 구조물을 삽입하였다.
두꺼운 굽이 특징인 호카(Hoka)로 대표되는 맥시멀리즘 러닝화가 미니멀리즘에 반하여 최대의 기능적 지원을 표방하며 새로운 기능적 트렌드를 파생시켰지만, 베이퍼플라이의 굽은 카본플레이트의 곡률에 의해 굽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물론 줌엑스 폼이 최고의 반발력을 내기 위해서는 일정 이상의 부피가 필요하며, 너무나 뛰어난 탄성 때문에 부족한 안정성이 문제가 되어 안정성을 잡아주면서 탄성까지 추가해주는 카본 플레이트가 삽입된 것이다.
이것들이 작동되는 것을 보면, 발이 지면에 닿으면서 체중을 받은 PEBA 폼 미드솔이 압축되며 충격을 흡수하고 다시 빠르게 복구되는 탄성으로 추진력을 제공한다. S자로 휘어져 있는 카본 플레이트는 발이 지면에 닿는 순간 평평해졌다가 발이 앞으로 구름과 동시에 원상태로 복구되며 마치 스프링처럼 탄성을 더해준다.
휘어진 카본 판과 높은 굽으로 인한 급경사의 토스프링(Toe-Spring 앞꿈치 바닥에서 발가락 끝 가장 앞부분의 높이 차)은 발이 앞으로 굴러가도록 도와준다. 신고 걸으면 마치 자동으로 발걸음이 옮겨지는 느낌이 드는 이유이다.
이렇게 많은 요소의 상관관계를 통해 기록향상을 도와주는데, 나이키는 실제로 실험에서 약 4%( 3시간 기준 약 7분12초)의 기록 향상을 이루어내어 처음 시장 판매용 모델에 베이퍼플라이4% (Vaporfly 4%)라는 모델명을 붙였다.
이후 많은 카본 러닝화가 나왔지만 미드솔 소재와 굽의 높이, 플레이트의 크기와 모양 그리고 곡률, 토스프링의 차이 등 소재와 설계의 차이에 따라 제각기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카본플레이트 러닝화는 1km를 약3분 내외로 주파하는 속도로 42.195km의 마라톤 풀 코스를 달리는 엘리트 선수들이 빠르게 달릴 수 있도록, 최고 기록 경신을 위해 만들어진 신발이다.
그러므로 느린 속도의 달리기나 부족한 근력 등 신체 조건이 맞지 않은 사람이 신는 것은 신발의 기능을 최대한 활용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신체의 부상을 초래할 수도 있다. 최소한 10km를 42분대에 달릴 수 있는 사람과 이에 준하는 훈련 강도에서 신는 것을 추천한다.
새로운 도전
지긋지긋했던 코로나도 잠잠해지고 엑데믹으로 향하고 있다. 그래서 다시 러닝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동호인들이 즐기는 대회와 엘리트 선수들이 출전하는 여러 대회 또한 코로나 이전처럼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어느덧 카본 러닝화가 시장에 모습을 드러낸 지 5년이 지났고, 많은 브랜드에서 다양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 카본 러닝화를 출시하고 있으며 기술력의 차이는 더욱 좁혀지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스포츠 브랜드들의 카본 러닝화에 대한 연구개발은 계속되었고 새로운 카본 러닝화가 출시되었거나 발매 예정이다. 바앞으로 PEBA 폼과 카본을 이어서 또 어떤 새로운 소재나 기술력들이 적용된 신발들이 나올지도 기대된다.
기술력 향상을 위한 브랜드들의 연구개발과 기록 경신을 위한 선수들의 끊임없는 훈련에 경의를 표하면서 인류를 위협했던 바이러스를 이겨내고 또 한 번 인류의 위대한 도전과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
참고 링크
https://www.marathonshoehistory.com/the-last-unicorn-adidas-and-the-adizero-sub2/
https://runningmagazine.ca/sections/training/carbon-fibre-plate-tech-the-calgary-connection/
https://www.biomechanist.net/carbon-fibre-plates-the-science-behind-the-latest-hype-in-running-shoe-technology/
https://twitter.com/rolows_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