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슈톡 에디터 로건의 블로그에 남긴 것 룰루레몬의 미래(The future of lululemon)를 원작자가 새롭게 재구성한 글이다. 원글 링크
룰루레몬의 미래(The future of lululemon)
룰루레몬(lululemon)의 주식은 올해 반 토막이 났다. 국내 주식 시장이 아닌 미국 주식 시장인데도 불구하고 환율 버프 받아도 이건 극복이 안될 정도로 빠졌다. 실적 발표마다 쭉쭉 빠졌다.
이 와중에 룰루레몬의 제품 최고 책임자(CPO/Chief Product Officer)는 이직을 했다. 프리미엄 이미지를 얻기 위한 높은 가격이 처음에는 먹혔지만 경쟁이 심해지면서 높아진 가격은 오히려 부메랑이 되어갔다. 품질과 디자인이 가격을 상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룰루레몬 창립자 칩 윌슨(Chip Wilson)의 책 📖 《룰루레몬 스토리》 📕 (원서 제목 : 《The Story of lululemon》)에서도 과도한 실적주의가 결국 브랜드를 헤칠 거라고 했고, 그것이 현실이 되어 가고 있다.
2013년도에 속이 비칠 정도의 얇은 레깅스 소동과 2015년의 칩 윌슨의 인터뷰(대략, 언더 아머 인수를 검토했었다는 이야기) 때문에 룰루 레몬과 언더 아머의 합병설이 꾸준하게 있었다. 여성 고객이 없는 언더 아머와 남성 고객이 없는 룰루레몬의 결합은 숫자만 놓고 보는 사람들에게는 그럴싸하게 들렸다.
하지만 언더아머는 나이키와 아디다스가 주춤한 트레이닝 시장을 중심으로 성장해 나갔고, 룰루레몬은 2010년도의 웰빙, 요가, 피트니스의 열풍과 에슬레저로 대표되는 의복 생활의 변화에 중심에 있었고 거침없이 성장했다.
하지만 칩 윌슨이 경고하지 않았는가. 과도한 실적주의가 결국 브랜드를 헤칠 것이라고. 숫자를 보는 사람들은 자리 잡힌 브랜드를 활용해서 수익을 뽑아갔지만 이상한 투자로 인해서 결국 지금의 모습이 되어 버렸다.
제품의 실패
룰루레몬이 성공한건 제품의 역할이 매우 컸다. 룰루레몬 레깅스는 크루넥의 브이(V) 스티치 만큼이나 혁신적이었는데, 무엇보다 활동성에 중점을 두어 제작했기 때문이다. 이런 기능성은 근육 만큼이나 옷의 수축이 중요한 요가와 필라테스 등에 적합했고, 여성미도 뽐낼 수 있기에 폭발적인 반응을 받았다. 물론 중간에 원가 절감으로 너무 얇은 레깅스 사건도 있었지만, 이는 금방 회복할 만큼 룰루레몬에 대한 고객의 충성도는 컸다.
2010년도 중반에 에슬레저의 바람에서 빈 곳이 있었으니 바로 직장인 남성이다. 포멀한 옷차림의 직장인의 비지니스 캐주얼 복장이 스타트업 붐이 불면서 후드 티셔츠와 청바지가 오피스룩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었다. 이 시장을 룰루레몬이 공략했다.
한국에는 거의 소개가 되지 않았지만 파타고니아(Patagonia)처럼 윌스트리트 캐주얼룩으로 등장했다. 스판덱스 등의 운동용 소재를 사용해서 자켓과 셔츠를 만들었고, 고어텍스 원단으로 코트를 만들었다. 슈트와 치노팬츠를 입었던 그들에게 얼마나 편했겠는가? 때마침 이 시장의 강자인 브룩스 브라더스(Brooks Brothers), 제이크루(J.Crew) 등이 파산하면서 경쟁 또한 빈약했기에 룰루레몬은 2010년도 후반까지 쭉쭉 날아갔다.
이런 성공 가도에도 룰루레몬이 항상 목이 마른 분야가 있었으니 바로 신발이다. 나이키의 신발 의류 비중이 8:2 정도였으니(지금은 7:3 정도) 룰루레몬도 신발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다면, 나이키와 아디다스 등의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2018년도 매출이 3조 원이었으니, 신발만 되면 와우!! 곧바로 매출이 5조 원을 넘는 것은 물론 주가는 폭발할 것이다.
그러나 이게 숫자쟁이들의 한계다. 나도 숫자쟁이지만, 마이클 조던이 야구에서 실패한 것처럼 룰루레몬 역시 신발 시장에서 쉽게 성공하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 더 문제는 그들은 급했다는 것이다. 룰루레몬의 신발은 가장 마켓 쉐어가 큰 곳을 향하고 있고 높은 가격대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게 소비자들이 룰루레몬에게 원하는 것일까에 대한 고려는 부족했다. 차리라 요가 슈즈였으면 어땠을까? 슬리퍼나 뮬은 어땠을까? 굳이 어설프게 나이키와 아디다스와 비슷한 신발을 만들었어야 했을까?
그 사이에 알로(alo yoga), 뷰오리(Vuori)가 룰루레몬의 코어인 레깅스와 에슬레저룩 분야에 강력한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래서 지금 룰루레몬은 신발은 신발대로 실패하고 핵심 사업인 에슬레저룩 부분에 타격이 발생한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더 알아보기 : Lululemon Enters Footwear: Go Behind The Process Of Designing Sneakers For Feel
유통전략의 실패
다음으로는 리테일 비즈니스 3대 요소인 제품, 마켓, 소비자의 관점 중 마켓에 관한 이야기다. 2020년 날아오르는 매출과 함께 룰루레몬은 2023년까지 유럽, 아시아 비중을 45~50%까지 늘릴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2023년의 실적발표로는 유럽과 아시아의 비중이 20%가 조금 넘었다. 왜 실패했을까?
먼저, DTC의 광기다. 룰루레몬의 특성상 브랜딩을 위해서 직영 오프라인 매장 중심으로 전개를 해야 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코로나 시기와 그전부터 아마존과 같은 이커머스 공룡들의 등장으로 오프라인 유통의 몰락에 대한 두려움(리테일 아포칼립스/retail apocalypse)이 더해지다 보니 오프라인 매장에 오픈에 대해서 매우 부정적이었을 것이다.
2023년 룰루레몬의 결산을 살펴보면 매장의 64%가 미국과 캐나다에 위치하고 중국이 15%를 차지한다. 동시에 2024년에는 미국과 캐나다 비중을 62%로 낮추고, 중국을 18%까지 올리겠다는 목표를 잡았다. 2024년의 3/4이 지나가는 지금 이 전략이 잘못되었다고 느낄 것이다. 룰루레몬은 유럽 내 매장수 확보에도 실패하면서 유럽 시장에서도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참고로 중동은 홀세일러 형태도 들어가 있다.
룰루레몬은 리테일에서도 혁신적인 시도를 많이 했다. 특히 옴니채널에서는 선두주자였고, 구독 서비스도 진행했었다(단, 캐나다에서만). 오프라인 부티크 중심으로 매장을 확장하는 전략은 객단가가 높은 비즈니스에서는 성공적일 수 있지만 대중적인 스포츠웨어에서는 힘든 전략이다. 단가가 낮아질수록 다양한 유통 채널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다양한 유통망 확보가 비지니스 전개와 브랜딩의 중요 핵심지표이기 때문이다.
브랜딩이 중요하고 이를 바탕으로 유통 채널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하는데 룰루레몬은 자만했다. 이 역시 DTC의 광기다. 그리고 혁신적인 자신들의 리테일에 대해서 자신감을 가지고 확대(Scale Up)를 못한 것 또한 아쉽다. 아마도 쭉쭉 뻗어가는 주식가격에 모두 안주했을테다. 마치 나이키 처럼.
또한, 코로나 기간에 룰루레몬의 주식 가격은 올랐지만 경영진들은 자신이 무엇을 해야할지 우왕좌왕했다. 미러(MIRROR)라는 스타트업을 7천 억에 질렀는데 지금은 얼마를 손절하고 팔아야 할지 고민 중일 것이다.
그럼 룰루레몬의 미래가 없을까?
최근 아베크롬비와 PVH(Tommy Hilfiger, Calvin Klein 등을 소유한 기업)의 복귀 사례를 보면, 룰루레몬 역시 다시금 성장할 수 있는 충분한 브랜드다. 그만큼 소비자의 인식을 무시할 수 없고 때론 매서운 성장세를 보여준다.
룰루레몬이 더 이상 우왕좌왕하지 않고 자신들의 핵심 가치와 제품에 대해 집중하고 유통 채널의 포트폴리오를 강화한다면 빠르게 턴어라운드 할 수 있는 브랜드임은 틀림없다. 앞서서 언급한 것들을 잘 엮으면 다시 단단한 기반을 가지게 될 것이다.
비록 그 시기는 알 수 없지만… 앞으로 룰루레몬 브랜드의 리더십과 이사회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