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i Jang이 선정한 2025 베스트 스니커즈 : 리복 x 플레이스테이션 30주년 기념 협업
1994년, 소니(SONY)가 플레이스테이션을 처음 내놓았을 때 전 세계가 깜짝 놀랐다. TV, 워크맨, MD, DVD 등을 내놓으며 지금 봐도 대단한 디자인과 완성도의 전자제품의 명가가 갑자기 콘솔 게임기를 만들었으니까.
당시 소니의 위상은 애플이나 테슬라, 삼성 이상이었다. 한 개 기업을 넘어선 절대존엄에 가까운 존재랄까(지금의 테슬람 뭐 비슷한 그런). 그런 회사가 게임기라니. 지금이야 게임이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대표하는 꽃으로 자리 잡았지만, 그 시기에 게임을 바라보는 시선은 악의 근원에 가까울 정도였다. 색안경이 매우 심했다. 물론, 지금도 일부는 그런 시선이 남아있지만 몰라보게 세상은 달라졌다.
콘솔 게임의 천국 일본에서조차, 소니의 도전은 100% 실패를 점쳐졌다. 첫 발매일에 관련 기사조차 없었다고 하니 그야말로 무관심과 (절레절레) 고개를 젓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척박한 환경에서 영화와 같은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을 익히 알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플레이스테이션은 전설을 만들었다. 게임팩이 아닌 CD를 사용했고, 3D 그래픽디자인의 게임을 주류로 만들었고, 오락실에서만 즐길 수 있던 대용량의 최신 게임들을 집에서 가능하게 했다. 더 이상 오락실에서의 무서운 형들을 마주하지 않을 수 있었고, 어두운 조명과 매캐한 냄새로부터의 해방이었다. 집에서 편하게!
플레이스테이션 2는 DVD 플레이어로의 역할까지 수행했으니 이보다 완벽한 엔터테인먼트 기기는 드물었다. 플레이스테이션의 성공은 닌텐도와 함께 서브컬처로 평가받던 게임을 엔터테인먼트라는 메인스트림으로 끌어올리는 큰 공을 세웠다. 전 세계 누적 약 5억 대 이상 판매된 플레이스테이션 시리즈는 자연스레 소니의 핵심 산업이자 캐시카우로 성장했다.


그 플레이스테이션이 어느덧 30주년을 맞이했다. 소니는 이를 기념해 대형 사진집 『PlayStation: The First 30 Years』를 만들었고 최신 PS 5 하드웨어에 오리지널 플레이스테이션의 컬러 디자인을 입힌 한정판을 선보였다. 여기에 리복이 파트너로 참여해 스니커즈 3종을 공개했다. 지금은 좀 가라앉았지만 리복이야말로 90년대에 한창 꽃을 피웠던 브랜드다. 같은 시대를 풍미했던 아이콘의 재회랄까? 어라? 이 협업 결과물이 좀 멋지다?
리복은 플레이스테이션 발매 당시에 인기 좋았고 지금도 꾸준히 생산되는 신발 3종 인스타펌프 퓨리 94(InstaPump Fury 94), 펌프 옴니 존 II(Pump Omni Zone II), 워크아웃 플러스(Workout Plus)를 골라 플레이스테이션 특유의 회색을 그대로 적용했다. 장난감/아이들만의 게임기가 아닌 가전제품으로 인식되기 위해 선택했던 그 회색이 신발에 너무 잘어울린다.
이뿐일까. 신발 끈에는 컨트롤러의 케이블 접속부를 상징하는 장식이 달려 있고, △○×□ 기호를 사용한 컨트롤러로 언어와 국가 장벽을 허물었던 플레이스테이션의 UX/UI 아이덴티티가 듀브레로 재현됐다. 신발 박스마저 플레이스테이션 박스를 충실히 따랐다.
그래, 리복. 바로 이거야. 계속 이렇게 하면 된다고!
이 정도의 디테일을 모니터로 감상하자니 그저 흐뭇한 웃음과 함께 조용히 손뼉을 치게 된다. 자연스레 발매처를 알아보는 아재는 밤새워 게임하던 그때 그 시절의 기억에 잠시 행복했다. 이제는 예전처럼 게임에 몰입할 체력과 집중력, 시간이 없지만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게 해주는 오브제로서 과연 이만한 물건이 또 있으랴? 게다가 신발이잖아.
다행히도(?) 플레이스테이션 30주년을 기념하는 리복과의 협업 제품은 국내에서 발매되지 않았다. 최초 플레이스테이션 모델이 출시된 미국, 영국, 일본에서만 소량으로 풀렸고 리셀 가격이 산으로 가고 있다. 플레이스테이션 30주년을 기념하는 콘셉트를 끝까지 맞추어주어 너무나 다행이다. 국내 미발매로 가정의 평화까지 지켰으니까. 완벽하다.
그런데, 왜 내 뇌의 한편에서는 ‘허락보다 용서가 쉽다’라는 6년 전 플레이스테이션의 그 유명한 광고 문구가 아른거리는지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