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키의 종말, 로우 프로파일 스니커즈의 시대
작년 말, 슈톡 에디터 로건은 2025 베스트 스니커즈로 프라다 컬랩스(Prada collapse)를 선정한 바 있다. 호카로 대표되는 맥시멀리즘/어글리 스니커즈의 유행 반대편에서 로우 프로파일(Low-Profile) 스니커즈의 유행 시작점을 만들었던 이유에서다. 트렌드가 본격화되면서 명품 브랜드와 스포츠 브랜드에서 앞다투어 제품을 쏟아냈다. 나이키 x 자크뮈스 문슈즈(Nike x Jacquemus Moon shoe), 아디다스 태권도(adidas Taekwondo), 푸마 스피드캣(Puma Speedcat) 그리고 이 바닥 전통의 강호 오니츠카 타이거 멕시코 66(Onitsuka Tiger Mexico 66) 등이 다시금 유행을 주도했다.
스니커즈의 유행은 바지 핏을 따라간다는 이들이 있다. Y2K 패션 트렌드를 대표하는 통 넓은 와이드 팬츠에는 로우 프로파일 스니커즈가 잘 어울린다는 이야기다. 볼륨감 있는 팬츠를 입되, 밑단 아래로 슬림하고 날렵한 신발이 살짝 노출되는 방식은 Y2K 스타일링 완성의 공식 중 하나다. 슬림한 신발 덕분에 발은 더욱 길고 날렵해 보이는 시각적 보정 효과가 있고, 스리슬쩍 보이는 신발은 보는 이에게 어떤 신발을 신었나 하는 궁금증까지 이끌어냈다. 그런데, 이런 굽 낮은 로우 프로파일 스니커즈는 충격 흡수에 매우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멋스러운 실루엣과 감성, 패션 감도를 지녔지만 사람에 따라 그만큼의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사람이 바로 나다. 지방 패드 위축 증후군(Fat pad atrophy or heel fat pad syndrome)을 갖고 있기에 굽 낮은 신발을 선호할 수가 없다. 지방패드위축증후군은 발바닥에서 발바닥에서 충격을 흡수해 주는 두꺼운 섬유 지방 조직 지방 패드(Fat Pad)가 얇아지거나 손상되어 발바닥 뼈가 지면에 닿을 때 통증을 느끼는 질환이다. 흔히 알려진 족저근막염이 아침부터 통증이 있다면, 지방 패드 위축 증후군은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이 오는 차이점이 있다. 지방조직이 충격을 흡수하는 쿠션 역할을 해야 하는데, 발바닥 지방층의 수분과 콜라겐이 감소하여 자연스럽게 얇아진 것이다. 마땅한 치료법은 없다. 그냥 남들보다 빠르게 찾아온 거고 운이 좋지 않았을 뿐이다.
2026 상반기 베스트 스니커즈 Y-3 아디제로 RC6(Y-3 adizero RC6)
이런 개인 사정이 있기에 로우 프로파일 스니커즈에 대한 관심도가 적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2026 SS 컬렉션으로 1월에 발매된 Y-3 아디제로 RC6(Y-3 adizero RC6)는 내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갈수록 과도한 미니멀리즘 디자인 방향으로 향하며 저마다의 개성을 하나로 통일해가는 추세와는 조금 다른 신발이었다. 아디다스 아디제로 RC6(adidas adizero RC6) 러닝화를 베이스로 요지 야마모토(Yohji Yamamoto) 디자인 감성으로 재해석된 이 멋진 신발은 충격 흡수 기능은 없어 보일 정도로 날렵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가벼움이 속도를 만든다’는 초경량 쿠셔닝 라이트스트라이크(Lightstrike) 기술이 적용되었다지만, 실체감은 거의 느껴질리 없다. 발뒤꿈치에 통증이 있는 나에겐 쥐약인 신발이 분명했지만 어느새 신고 있었다.
이 신발은 너무나 멋진 디자인을 갖고 있다. Y-3의 풋웨어 디자인 디렉터 오렐리앙 롱고(Aurelien Longo/Footwear Design Director of Y-3)는 매우 단순한 아이디어로 시작했다고 한다. 신발-평평한 표면을 절개해 입체적인 공간으로 열리도록 만드는 것, 효율적인 패턴 설계와 비대칭 컷의 조합이 3차원의 입체물이 되어 만들어내는 새로운 신발 구조라는 개념이다.
그의 설명대로 이 신발은 요지 야마모토 패션의 특징인 평면의 절개를 통한 볼륨 형성과 내면을 그대로 드러내는 미완성의 미학을 잘 살렸다.
고무/우레탄 소재로 사선 디자인의 아이스테이(Eyestay/신발끈을 끼우는 구멍들이 연결된 패브릭 부위)와 천공 처리된 텅(설포/Tongue) 부위는 이 신발이 평범하지 않음을 대표하는 요소다. 독창적인 아이스테이의 비대칭 컷라인으로 만들어낸 입체감, 그리고 그 사이의 틈으로 서서히 드러나는 천공 처리된 텅은 이 신발의 백미다.
블랙과 화이트의 배색으로 비대칭 슈레이싱 시스템의 구분을 확실한 지었고, 이를 둘러싼 요지 야마모토의 시그니처 자수와 Y-3 로고 프린팅 디테일은 다시 한번 우리의 시선을 머물게하며 정점을 찍어준다.
투명한 매쉬 소재의 갑피는 신발 자체가 레이싱 러닝화를 모체로 하는 만큼 1g의 무게라도 줄이려는 본래의 목적과도 부합한다. SS 시즌에 주요한 통기성과 양말을 통해서 드러나는 은은히 드러나는 또 다른 멋을 구현해, 전통적인 러닝화에서 찾아보기 힘든 질감의 깊이를 더했다.
종합적으로 Y-3 아디제로 RC6는 내가 선택한 2026년 상반기 베스트 스니커즈로, 로우 프로파일 스니커즈 유행과 요지 야마모토의 패션 철학을 잘 엮어낸 신발이다.






정교한 비대칭이 주는 피팅의 긴장감
치밀한 비대칭 해체주의 구조를 갖춘 이 멋진 신발을 선택하는 데 있어 한 가지 팁이라면 정사이즈보다는 반업이나 1업을 추천한다. 신발의 핵심 디자인 아이스테이의 소재가 고무/우레탄 느낌이어서 신축성이 거의 느껴지지 않고, 비대칭 디자인의 신발이라 발을 잡아주려고 했는지 다른 Y-3의 신발들에 비해 발등이 좀 낮은 편이다. 칼발의 소유자라면 문제가 없겠지만, 본인이 일반적인 한국인 특유의 발볼과 발등을 가졌다면 사이즈 업을 추천하며 신발에 대한 약간의 적응 시간이 필요하다.
Y-3 아디제로 RC6(Y-3 adizero RC6)는 20만 원대 중반의 가격으로, 일반적으로 40~60만 원대로 책정되는 Y-3의 신발 라인업 중에서 저렴한 편이다. 그래도 비싸긴하다. 요지 야마모토의 감도를 그대로 즐길 수 있는 신발이니, 이정도면 꽤나 합리적이지 않냐는 말이 위로가 될지 모르겠다. SS 시즌을 위한 멋진 슬림 스니커즈를 찾는다면 추천한다.
아! 나를 꾸준히 괴롭히던 발뒤꿈치 통증, 지방 패드 위축 증후군은 발뒤꿈치 패드로 해결했다. 완벽한 통증 해결은 불가능하지만, 이걸 왜 지금에서야 알았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삶의 질을 높여주고 있다. 혹시 나와 비슷한 증상이 있다면 가까운 병원을 찾으시라. 무심한 성격 덕에 수년을 고생했다. 문제를 알아낸 덕분에 Y-3 아디제로 RC6와도 같은 굽 낮은(로우 프로파일) 신발까지 선택권이 넓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