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올림픽의 스포츠 브랜드-졌잘싸, 휠라(Fila, Just Missed the Mark in Tokyo Olympics)
2020 도쿄 올림픽이 폐막한 지도 3주가 흘렀다. 이제 유튜브의 알고리즘 선생님께서도 올림픽 영상에 대한 안내를 현저하게 줄이시는 것 같다. 하지만, 그 순간의 희열은 경기를 시청했던 각자에게 하나의 정지된 사진으로 각인되어 남아있을지 모른다. 그중에서도 숱한 화제를 뿌리며 금메달까지 획득했던 남자 펜싱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Fila just missed the mark in Tokyo Olympics).
한국 남자 펜싱 선수들의 모습을 자세히 보면, 한국의 브랜드(?)인 휠라 펜싱화를 신고 경기에 임하는 것을 알 수 있다(휠라가 한국 브랜드냐 아니냐에 대한 논의는 다음에 하자).
일반 대중이 생각하는 휠라(Fila)는 우선 저렴하고, ABC마트 같은 멀티샵에서나 주로 볼 수 있는 패션화 정도로만 인식되어 있는데, 가장 역동적인 종목에서 선수들의 퍼포먼스를 극대화해야 하는 그 자리에 휠라가 있었다는 것은 다소 이색적이다.
그뿐만 아니라, 휠라의 신발에 대한 로열티는 누가 가지고 있는가? 한때의 유행했던 한물간 브랜드 또는 스니커즈 매니아 사이에서 선을 넘는 카피로만 인식되는 브랜드인데, 미세한 퍼포먼스를 구현하는 순간의 극점에 함께 있었다는 것은(참고로 상대방은 나이키, 아디다스를 신고 있었다), 휠라가 마음만 먹으면 그 잠재력을 얼마든지 뻗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펜싱은 전후, 좌우, 상하 모든 방면의 움직임뿐만 아니라 리듬감도 중요한 스포츠인데, 그런 스포츠에서 세계 최상위급 실력을 갖춘 선수들이 신고 있었다는 것은 그 신발이 가지고 있는 기술 역시 세계 최고라는 방증이다.
휠라는 이런 잠재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가장 우선이 되는 건 부정적인 이미지의 쇄신이다. 리브랜딩을 성공적으로 하면서 다시 한번 소비자의 선택을 받았지만, 지속적인 사랑을 받느냐 혹은 고정적인 팬덤을 가지고 있느냐에 대해서는 의문이 생긴다. 그런 이미지를 한 번에 뒤집을 기회가 왔다.
디자인 면에서는 부족할지 몰라도 지속적으로 기술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과정과 올림픽에서와 같은 성과를 보여주려는 브랜드에 대해서 소비자들은 응원을 보내고 함께 할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많은 이야기가 생기고, 그 이야기에 사람들은 감동하게 되면서 감정적으로 브랜드와 연결되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의 창출이다. 기존의 라이프 스타일에 몰려있는 제품군에 퍼포먼스라는 제품군의 포트폴리오를 추가하는 것이다. 지금은 러닝과 사이클링만 있는데, 트레이닝화 시장도 노려볼 수 있다. 세부적으로, 기존의 트레이닝화가 웨이트에 집중되어 있다면, 가볍고 캐주얼한 트레이닝화로서의 제품 세그먼트를 가져보는 건 어떨까 싶다.
크로스핏을 할 때 주로 찾는 나이키 메트콘(Nike Metcon), 리복 나노(Reebok Nano)와 영국의 브랜드 이노브-8(Inov-8)의 신발은 움직임보다는 안정감에 가치를 두고 있다. 이런 트레이닝화 시장에 전천후로 신을 수 있는 가벼운 트레이닝화로 틈새 시장을 보면서 범용성을 가진 신발로 어필하면 어떨까 싶다. 나아가, 지금 유행하고 있는 하이킹 & 트레일 시장에도 도전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까지는 나의 상상이고, 휠라도 유튜브의 알고리즘 선생님처럼 도쿄 올림픽은 고이 접어 버린 것 같다. 물론 펜싱팀 화보를 찍으면서 러닝화도 신기고 했지만, 굳이 찾아서 검색하지 않는다면 알아보기 힘들다.
휠라도 리브랜딩을 성공적으로 하면서 이제는 한국의 브랜드냐 아니냐라는 논란까지 있을 정도로 최근에 큰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더 크게 더 멀리 더 높이 날아가기 위해서 기존의 성공방식 위에 새로운 성공방식을 써보는 건 어떨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