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슈와의 인터뷰(Interview with Gookshoe)
21세기 들어 가장 혼란스러웠던 1년이 지났고 스니커즈 서울의 인터뷰와 우리의 삶은 계속된다. 그리고 2021년 첫 인터뷰는 국슈(gookshoe/@gook_suka)란 인물(Interview with Gookshoe)이다.
국슈란 인물은 팟캐스트 스니커월드를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다. 스니커 라이프가 짧은 탓에 잘 모르는 분이였지만, 스니커즈 커뮤니티인 나이키매니아-네이버 카페 아니다-에서 활동, 스니커즈에 대해 해박한 지식으로 국내 스니커즈 매니아들로부터 유명했다.
지난 여름, 국슈(@gook_suka)와의 첫 만남 때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또 그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여러 통의 이메일을 주고받아 인터뷰를 정리했다. 인터뷰를 통해 느낀 국슈란 인물은 무척 진지하고 디테일한 사람이다. 하나하나의 질문에 신중히 답변하였고 그 중 하나는 꽤나 오랜시간이 흐른 후에야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그만큼 그는 스니커즈를 주제로 한다면 깊이 파고 또 다듬고 어루만져서 길을 만들어가는 사람이다. 빨리빨리 서둘러 대충 일 끝내지 않고 천천히 땀 흘리면서 돌 하나씩 놓고 자 대고 확인하고 또 다시 하나씩 돌을 갖다 놓는 사람말이다. 묵묵히 그만의 길을 만들어가는 사람이라 그와의 대화가 무척이나 즐거웠다.
여름 끝 무렵에 만났던 것 같은데 이미 해가 바뀌었고 겨울이 되었다. 이 인터뷰 포스팅-국슈와의 인터뷰(Interview with Gookshoe)-에 보여지는 사진들은 모두 국슈(gookshoe)님이 직접 제공해주셨다. 감사합니다.
about 국슈(about Gookshoe)
Adi Jang : 안녕하세요. 국슈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국슈 : 안녕하세요. 국슈(@gook_suka)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고 있는 국석화라고 합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운동화를 좋아하기 시작했고 현재 신발 업계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Adi Jang : 국슈님은 이미 스니커즈 매니아분들에게는 많이 알려진 분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이키매니아에서 활동을 많이하셨고 상당히 DEEP한 정보를 다루셔서 좋은 것 같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었나요?
국슈 : 최근에는 좀 뜸해졌지만, 학생 시절 및 사회 초년생 때에는 많이 남기긴 했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호기심이 많은 편이었던 거 같아요. 관심이나 호기심이 생기면 꽤 깊게 찾아보는 스타일입니다. 기본적으로 해외 사이트나 브랜드 공식 사이트의 설명을 찾아보고 그것들을 제가 그동안 쌓아왔던 지식 중 적절한 내용을 섞어서 글을 씁니다.
중학교 때는 유일하게 일어 페이지를 번역해줬었던 한미르 닷컴을 통해 아식스(asics) 일본 본사 페이지를 번역해서 보기도 했었고 얼마 전에는 구글 특허 페이지에서 디자이너나 각종 기능 등을 검색해보기도 했었습니다. 그리고 미국이나 일본의 스니커 및 패션 관련 서적들로부터도 많은 지식들을 얻었습니다.
저는 이러한 정보와 지식을 찾고 발견하고 습득하는 과정이 정말 재미있고 그 사이에서 알게 되는 연결고리나 상관관계들 혹은 몰랐던 사실들이 정말 흥미로워서 스니커를 좋아하는 다른 분들도 그런 것들을 같이 느끼고 좋아하시지 않을까 싶어서 글을 쓰게 된 거고, 쉽게 얻을 수 없는 정보들로 글을 쓰다 보니 일반적이지 않고 상세한 내용의 글들을 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Adi Jang : 특허 페이지는 놀랍네요. ㅎㅎ 저는 사실, 네이버 블로그 킥스토리를 통해서 알게 되었고 뒤늦게나마 Deep한 정보들을 다루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3인 체제로 운영하는 것도 흥미로웠구요. 지금은 아쉽게도 휴지기인인데 킥스토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을까요?
국슈 : 처음에는 Skywalker님의 제안으로 Accounter님과 함께 셋이서 운영을 하게 됐었는데, 두 분 모두 굉장히 깊이있고 멋진 사진의 고퀄리티 신발 리뷰를 하시는 분들이었고 저 또한 다양한 운동화 관련 정보들을 공유하기를 바랬었는데, 나이키 매니아 닷컴은 회원만 이용 가능하고 게다가 여러 이유로 인해서 회원가입을 안받고 있었기 때문에 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정보를 공유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블로그를 시작했었습니다.
아쉽게도 어느 순간 각자 개인 사정으로 인해서 블로그 운영이 소홀하게 되어서 현재는 정지된 상태이고 아마 다시 시작될 가능성은 작아 보이지만 혹시나 언젠가 다시 시작하게 된다면 꼭 알려드리겠습니다.
Adi Jang : 신발 디자이너에 대한 이야기도 무척 잘 다루시는 것 같아요. 좋아하는 신발 디자이너가 누구인지, 그가 만든 제품에 대한 소개를 듣고 싶습니다.
국슈 : 어렸을 때부터 신발 디자이너를 꿈꿔와서 그런지 디자이너들에게 관심이 많았고 열심히 찾아봐서인지 아무래도 신발 디자이너들에 대한 이야기를 잘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많이들 아시는 팅커 헷필드(Tinker Hatfiled)도 정말 존경하고 좋아하는 디자이너 중 하나입니다.
개인적으로는 Richard Clarke라는 디자이너를 좋아합니다. 대표작으론 알파 프로젝트 제품 중 하나였던 Air Zoom Haven이 있고 지속가능성 기반의 제품군이었던 Nike Considered의 핵심 멤버이기도 했습니다. Air Max One Time Only 시리즈 등 콜라보 제품을 기획하기도 했고 NSW 라인 런칭을 주도 했으며 2005년부터 2010년까지 NSW 총괄 디렉터를 지냈습니다. 이후 Nikelab 출시에 일임했으며 영국 RSA(Royal Society of Arts, 영국 왕립 예술 협회) 회원으로서 사회와 후배 디자이너들을 위해 강연 등을 하기도 했습니다.
저도 신발을 좋아해서 시작한 직업이긴 하지만 신발을 개발하고 디자인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브랜딩이나 기획을 통해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뤄내 보고 싶기도 하고 협업 등을 통해 운동화와 거리 문화의 연결점으로 활약을 하고 싶기도 합니다. 또한 저도 교육이나 강연을 통해서 후배들이나 후대들에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Adi Jang : 나이키 알파 프로젝트가 무엇인가요?(인터뷰가 진행되는 사이에 와디 님의 영상에서 잠깐 소개해 주셨네요) Nikelab은 또 무엇인지… 제가 아는 건 알파 프로젝트는 현재 운영되는 건 아니고 나이키랩은 좀 들어본 것 같습니다. 제가 나이키는 잘 몰라서… ㅠㅠ
국슈 : 나이키 알파 프로젝트(Nike Alpha Project)는 1999년 처음 발매된 나이키 제품군으로써 최상위 엘리트 운동선수의 운동능력 향상에 모든 가치를 두고 개발 및 디자인된 제품들입니다. Techno Bubble이라는 점 다섯 개의 상징이 유명하고 대표적인 모델로는 Air Presto, Air Kukini, Air Zoom Seismic, Air Zoom Haven, Air Flight Posite 등이 있었고 2000년대 초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었습니다.
나이키랩(Nikelab)은 2014년 처음 선보인 나이키의 프리미엄 라인입니다. 초기에는 뉴욕, 런던, 파리, 밀라노, 상하이 및 홍콩의 매장과 나이키랩 사이트 및 일부 어카운트를 통해서만 발매되었고 이후에는 점차 확대되어 현재는 보다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러 브랜드나 디자이너와의 협업 모델이나, 나이키의 헤리티지 혹은 에너지를 새롭게 보여주는 모델들이 주로 나이키랩으로 발매됩니다.
스니커즈 라이프 시작은 아식스로부터
Adi Jang : 신발, 스니커즈를 언제부터 좋아하시게 된건가요?
국슈 : 제 기억 속에서는 초등학교 입학 전 동갑이었던 사촌이 자랑하던 나이키 운동화가 기억에 남습니다. 당시 우리나라는 농구 대잔치, 만화 슬램덩크 등으로 인해 농구 열풍이었고 중학생이었던 사촌 형과 함께 나이키 운동화를 신던 사촌이 자랑을 많이 했는데 그때는 그저 부러움이었던 것 같습니다
알게 모르게 저에게 브랜드 운동화는 선망의 대상이 되었고 초등학교 때는 친구를 꼬셔서(?) 프로스펙스 운동화와 브랜드가 없던 제 신발을 바꿔 신기도 했습니다. 이후 초등학교 6학년 어느 날 평소 인상이 깊었던 만화 슬램덩크 강백호의 에어조던 6의 구멍 뚫린 설포를 그리게 되었고 본격적으로 운동화를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중학교 입학 선물로 부모님께서 아식스 러닝화를 사주셨었는데 당시 컴퓨터를 구매한지 얼마 안 됐고 인터넷을 접한 지 얼마 안 됐을 때라 바로 아식스 홈페이지부터 들어가 봤었는데 거기서 신세계를 접하게 됩니다. 아식스 홈페이지에서 젤 카야노 6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었는데 정말 다양한 기능들이 신발들에 들어가 있는 것들을 보았고 완전 매료됩니다.
이후엔 인터넷을 통해 각 브랜드 별로 기능과 역사들을 찾아보고 습득하게 되었고 이후 운동화 및 패션 커뮤니티를 알게 되고 활동하게 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운동화와 사랑에 빠지게 된 것 같습니다.
Adi Jang : 대학교 졸업 후 신발 업계로의 진입 과정도 매우 흥미로운 것 같습니다. 어떻게 신발 업계에 발을 들이신건가요?
국슈 : 어렸을 때부터 줄곧 신발을 좋아했지만 관련된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을 해본 적은 잘 없었던 것 같습니다. 너무 어리기도 했었고 직업군에 대해서도 잘 몰랐으니까요. 고등학생 때 미술 선생님의 권유로 디자이너가 되기로 결심하고 산업 디자인과에 진학을 했습니다. 학교 생활 이후 4학년이 끝날 무렵 캠퍼스에 인도네시아 신발 생산 기업에서 인턴을 모집한다는 현수막을 보게 됐습니다.
하지만 당시 저는 4학년 2학기라 인턴 지원 자격이 안돼서 아쉬워만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얼마 후 전공 교수님의 호출이 있었고 얘기를 들어보니, 기업 회장님이 디자인학과에서의 지원이 없었는데 혹시 추천할 인재가 있냐 여쭤보셨고, 총장님께서 졸업작품 전시회에서 봤던 저의 신발 디자인을 기억하시고 추천을 해주셨다는 것이었습니다.
이후 면접을 통해 인턴의 기회를 가지게 되었고 인도네시아에서 인턴 후 정식 입사를 하여 본격적으로 신발 업계에 발을 디디게 됩니다. 저도 막연히 신발이 좋았지만 직업으로 삼기에는 어떤 분야가 있는지도 잘 몰랐고 어떤 방법이 있는지도 잘 몰랐었기 때문에 지금 이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학생들이나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Adi Jang : 그 정도면 운명이라고 해도 되겠네요. 총장님이 졸업작품까지 기억해 내실 정도라면 신발과 국슈님이 보통 인연이 아닌가 봅니다. 신발 제조 과정이 궁금합니다. 보통 신발이 제작되고 소비자의 손에 전달되기까지는 1년 정도 걸린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어떤가요?
국슈 : 브랜드나 신발의 종류마다 차이가 있지만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스포츠 브랜드들을 기준으로 보면 출시 1년에서 1년 반 정도 전에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가 시작되고 이후에 기획과 디자인이 진행됩니다. 디자인이 어느 정도 나왔다면 샘플을 진행하게 되는데 보통 정규 시즌 제품은 정해진 스케줄에 맞춰 세 번 정도 샘플 제작을 거칩니다. 샘플을 통해 브랜드와 공장 간에 피드백이 오가며 샘플의 완성도를 높입니다.
이후 세일즈 샘플을 제작하여 각 국가나 지역의 리테일러들과 수주회를 열어 주문을 받습니다. 샘플 모델 사이즈로 한 번 더 샘플을 제작하고 소재 및 컬러 등의 최종적인 사양들을 점검 후 대, 중, 소, 특대 개념의 4가지 사이즈로 제작을 합니다. 문제가 없으면 가장 작은 사이즈부터 가장 큰 사이즈까지 모든 사이즈를 제작합니다.
문제가 없으면 생산 준비를 거쳐 대량 생산을 하게 됩니다. 나이키의 QS(Quick Strike) 등 특정한 시기나 이유가 있는 특별 기획 모델들은 정해진 스케줄이 아닌 목표된 발매일정에 맞춰 최대한 빨리 진행이 됩니다.
Adi Jang : QS가 무엇인가요? 샘플이 오고가고 1년 정도의 시간이라면 유출될 가능성이 많네요. 보통 이 기간에 유출되는게 맞나요? 만약, 유출되면 그 책임은 어떻게 되요?
국슈 : Quick Strike는 정규 Plan대로 진행되는 인라인 제품이 아닌 특별 기획 제품으로써 목표 발매 일정에 맞춰 최대한 빨리 진행되는 제품들입니다. 약 6~8개월간의 샘플 개발 및 생산이 진행되며 시즌 정규 기획 제품이 아니다 보니 사전 발매 정보 없이(수주 책자 등) 갑작스럽게 발매가 되며 일반적으로 인라인 모델보다 적은 수량에 특정 판매처에만 발매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모든 한정판들이 QS는 아니지만 대부분 QS인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2010년대 초까지 해도 Hyper Strike(주로 F&F : 가족 및 지인 증정, 아티스트 협업 및 행사용 등), TZ(Tier Zero) 등의 제품이 발매되었으나 최근에는 잘 보이지 않는 듯하고 NRG 제품은 나이키가 시장 및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에너지를 불러 일으킬만한 제품의 모델명에 붙여지며 QS 진행이 아닌 정규 기획으로 추측됩니다.
샘플을 제작하면서 항상 유출의 위험은 있지만 특히 높아지는 시기는 많은 수량의 샘플이 제작되어 대외적으로 공개되는 세일즈 샘플 시기입니다. 촬영된 사진이라면 공장이나 브랜드 관계자가 마음만 먹으면 더 쉽겠죠. 하지만 제조 기업과 브랜드 모두 보안 강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무엇이 됐든 자기만의 기준을 가지고 컬렉션을 만드는걸 추천해 드립니다… 꼭 누가 알아주거나 한정판이 아니더라도 좋습니다. 의미와 가치는 본인이 부여하고 느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국슈
국슈의 스니커즈 컬렉팅
Adi Jang : 스니커즈를 무척 좋아하시니까 보유 중인 신발 수량과 컬렉팅/보관의 기준은 남다르실 것 같습니다. 그 기준은?
국슈 : 학생 때까지는 경제력도 그렇고 많은 수량은 아니었어요. 저도 처음엔 유행하거나 대세 모델들에 눈이 돌아갔지만, 당시 학생이었던 제 능력보다 너무 비싸고 구하기 힘들었기 때문에 애초에 관심을 크게 주지 않았어요. 그래서인지 제 눈에 이뻐 보이는 조금 더 비주류이거나 콜라보가 아닌 OG 컬러 모델들 위주로 구매를 했었습니다. 그리고 학생 땐 보통 실착용을 염두에 두고 구매를 했었어요.
직장을 다니고 경제력이 생기면서부터 수량이 많이 늘었습니다. 확실친 않지만 현재 350족 조금 넘게 소장 중이고 제가 어렸을 때 갖고 싶었던 모델들이나, 스니커에 대해 공부해오면서 나름대로 가진 가치와 기준들을 바탕으로 소장 중입니다. 보통 역사나 인물을 기준으로 연관성이 있는 모델들을 소장합니다.
예를 들면 비지블 에어(Visible Air/에어가 외부에 노출된 형태)의 발전 단계를 모델별로 소장하고 있습니다. 물론 최신 모델 중에서 디자인이나 기능적으로 마음에 들어서 구매하는 모델들도 많이 있습니다. 3년 정도 전부터 본격적으로 러닝을 시작하면서 러닝화도 많아졌네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언더커버(UNDERCOVER/Jun Takahashi)와 나이키의 협업 라인인 갸쿠소우(Gyakusou) 러닝화도 몇 가지 소장 중입니다.
Adi Jang : 음. 350족이라면 관리는 어떻게 하시나요? 하나 없어져도 모를 것 같은데… 그러고 보면, 역사나 인물을 기준으로 신발을 분류한다면 꽤나 재미난 컬렉션이네요. 하나의 히스토리가 되어버리는… 그나저나 하루에 하나씩만 신어도 1년이 후딱 지나가 버리네요. 저도 준 타카하시/언더커버 상당히 좋아합니다. 나이키와의 협업도 진짜 하나에서 열까지 다 이쁘더라구요. Gyakusou 컬렉션 중에 하나 소개한다면?
국슈 : 다행히 본가에는 가족 옷방 겸 제 신발 창고가 있어서 그곳에 선반을 설치해서 정리를 조금이나마 해뒀습니다. 선반에 못 들어간 신발들은 농장 위, 책장 위 아래 등 집안 구석구석 보관을 하고 있습니다. 보통 자리를 다 기억하는데 어쩌다 한 번씩 자주 안 열어보는 신발들은 바로 기억이 안 날 때도 있어서 종종 헤매기도 합니다.
무엇이 됐든 자기만의 기준을 가지고 컬렉션을 만드는걸 추천해 드립니다. 저도 그렇고 주위에 신발 질을 오래하신 분들을 보면 한번씩 회의감을 느끼시는데, 기준을 정하고 컬렉팅을 하다 보면 모으는 기쁨이 있는 것 같아요. 꼭 누가 알아주거나 한정판이 아니더라도 좋습니다. 의미와 가치는 본인이 부여하고 느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최대한 다양한 신발을 두루두루 신어주고 싶지만 역시나 옷차림에 어울리거나 발이 편한 모델들에 손이 자주 갑니다. 해외에서 살기도 했고 현재는 타지에 거주하니 신발을 모두 가지고 있진 않아서 한 번씩 본가에서 신발들을 가져와서 로테이션을 돌리죠.
Gyakusou는 초기 모델들을 특히 좋아합니다. 2010~2012년 컬렉션을 가장 좋아하고 15~17 시즌의 일부 모델들도 소장 중입니다. 러닝화는 사실 러닝 목적과 주자의 성향 등에 따라 은근히 분류가 다양해서 사실 오직 운동을 위한 신발은 다른 모델들을 신고하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그래도 몇 가지 소개하자면 일상용으로는 2011년의 Zoom Structure 14가 가장 좋은 것 같습니다. 살짝 변색된 듯 누런 미드솔이 굉장히 매력적인 제품이지요. 조깅용으로는 2012년 Zoom Elite 5를 애용했습니다. 줌 에어 쿠셔닝이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모델입니다.
빠른 페이스로 뛸 때는 2012년 Zoom Speedlite을 애용했습니다. 2012년의 의류와 신발 색감은 정말 오묘하게 아름다운데 그중에서도 특히 깊은 붉은색과 탁한 푸른색의 조화를 매우 좋아합니다. 2014년 Lunar Speed AXL은 인터벌 훈련 때 애용했는데 트랙에서 접지력이 특히 아주 좋았습니다. 좌우 색상이 다른 것도 아주 멋진 디자인 요소입니다.
Gyakusou 컬렉션이 외관이 마음에 들어서 구매 욕구가 생겼다면 나이키 베이퍼플라이(Vaporfly) 시리즈는 기능성에 호기심이 생겨서 구매하게 됐던 모델들입니다. 어쩌다보니 Vaporfly 4% Mesh, Flyknit, Next%, Alphafly까지 전 시리즈를 소장하고 있습니다. 기능은 물론 디자인도 매우 멋진 모델들이죠. 이외에도 최근에 러닝과 마라톤 인기가 높아져서 여러 브랜드에서 각종 러닝화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모두 신어보고 싶어서 힘든 요즘입니다.
어렸을 적 갖고 싶던 신발들은 지금은 소장 중인 것 같고… 어렸을 적 제가 그랬듯이 지금은 누군가에게 꿈이나 동기를 줄 수 있는 신발을 제가 만들고 싶어요.
국슈
Adi Jang : 소유중인 스니커즈 중 가장 좋아하는 Top 3와 그 이유는?
국슈 : 소장 중인 대부분의 신발을 다 좋아하지만 특별한 스토리가 있는 신발들이 몇 족 있습니다. 먼저 에어 튠드 맥스 1999 OG(Nike Air Tuned Max OG 1999) 제품인데 중학교 때 누나가 보던 패션 잡지에서 광고를 보고 첫눈에 반했었습니다. 이후 중학교 입학 후 아버지께서 특정 조건을 달성하면 사주신다고 약속을 하셨었는데 제가 그 조건을 달성하고 맙니다.
그런데 제가 너무 착해서인지… 당시 매장가 20만원에 육박하던 신발을 차마 사달라고 못 하겠더군요. 결국 프로스펙스 매장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당시 초 경량으로 홍보를 하던 하이퍼라는 모델을 구입습니다. 그런데 몇 년 전 해외 사이트에서 아주 우연히 상태가 매우 좋은 박스채 새 상품을 매우 저렴하게 구입하게 됐습니다. 이루지 못했던 첫사랑을 20년 가까이 지나 만난 기분이라고 해야 될까요? 정말 설레었고 기뻤던 순간이었습니다.
두 번째는 나이키 에어 줌 세이즈믹 모노톤 블랙(Nike Air Zoom Seismic Monotone Black)과 에어 트레이너 1 엽록소 컬러(Nike Air Trainer 1)인데 이 제품 또한 어렸을 적에 매우 갖고 싶었지만, 돈도 없고 방법도 잘 몰라서 바라만 봤었던 신발입니다. 이 신발의 녹색 포인트와 비슷한 색감을 가졌다는 이유로 에어 트레이너 1 엽록소 모델을 구매했었는데, 몇 년 뒤 이 모델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게 됐고 나이키 역사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모델이었고 디자이너 등 인물들 간의 관계에도 흥미를 느끼게 됩니다. 완전히 새로운 관점으로 운동화를 바라보게 되었고 새로운 분야의 흥미를 찾게 되었죠. 결국 에어 줌 세이즈믹 또한 몇 년 전 해외 사이트에서 새 상품을 구매했고 소중하게 보관중입니다.
마지막으로는 에어 맥스 제로의 첫 번째 발매 OG 흰남 컬러입니다. 발매 소식을 보자마자 에어 맥스의 원래 컨셉이라는 것이 너무 인상 깊었고 존경하는 팅커 햇필드의 사인까지 있어서 꼭 구매하겠다고 결심했죠. 인도네시아에서 직장을 다니던 시절이었고 에어맥스데이에 맞춰 휴가를 나왔는데 서울로 상경하는 KTX에서 구매를 시도했지만 실패했었습니다. 서울 도착 후 일단 즐거운 마음으로 지인들과 행사를 즐기며 전시를 구경하는데 당시 소장품을 전시했던 배우 박해진님이 일정에 없는 방문을 하셨어요. 운 좋게 인사를 나누고 악수도 해서 정말 기뻤던 순간이었습니다.
거기에 행사장 방문객 중에 추첨해서 에어 맥스 제로 추첨을 하였는데 결국 제가 당첨되었습니다. 존경하는 디자이너의 아이디어가 오롯이 담긴 신발이자 당시 지인과 여자친구와의 추억을 고스란히 간직한 신발이어서 그런지 차마 못 신겠더군요. 결국 나중에 실착용으로 한족을 더 구입했습니다.
정말 하나만 더 추가하자면 나이키 에어 줌 테니스 클래식 프라그먼트(Fragment Design x Air Zoom Tennis Classic) 제품입니다. 제가 인도네시아에서 근무하던 시절 개발했던 모델이었습니다. 아주 운이 좋게도 2016년 홍대 SNKRS 매장 행사에서 프라그먼트 디자인(Fragment Design)의 후지와라 히로시(@fujiwarahiroshi)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행사 내내 피곤한 표정의 히로시였고 매장 내 인원이 너무 많아 구매자 이외에는 사인을 못 받는 상황이었는데, 행사 종료 후 매장 밖에서 필사적으로 사인을 받으려는 저의 노력에 흔쾌히 승낙하며, 제가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근무하며 개발한 사람이라고 하니 정말 밝은 미소와 함께 한마디 감탄사를 뱉었는데… 그 순간이 정말 감격스러웠습니다.
Adi Jang : 역시나 나이키를 무척이나 좋아하시는데 국슈님의 나이키 사랑은 남다르겠죠? 나이키를 좋아하시는 이유는?
국슈 : 스토리가 풍부하다고 할까요? 더 오래된 브랜드들도 많고 찾아보면 더 신기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있겠지만 아시다시피 나이키는 스토리를 정말 기가 막히게 전달합니다. 물론 한 발짝 물러나서 보면 별거 아닌 거 같기도 하지만 이제는 알면서도 당한다고 해야 되나?
그리고 이런 스토리텔링을 잘 할 수 있는 요인은 인물과 사건, 신발들 등의 연관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일본 미타 스니커즈(Mita Sneakers)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시게유키 쿠니(@shigeyuki_kunii/)의 인터뷰 중 인상 깊은 내용이 있는데 나이키는 “점을 이어서 선을 만드는 브랜드”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말 그대로 어떠한 요소와 요소들이 연관 관계를 가지고 영향을 주거나 서로 상호 보완을 하거나 발전해 나가는 모습들이 매우 재미있고 흥미 진진합니다. 물론 이런 것들을 보려면 인물이나 모델들에 대한 배경지식이 필요하겠지만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흥미로운 부분을 찾아보고 발견하는 것들은 저에겐 정말 큰 재미입니다.
Adi Jang : 나이키는 점을 이어서 선을 만드는 브랜드라~ 참 멋진 말이네요. 음… 설마 여기에 또 드림 슈즈가 있나요?
국슈 : 제 취향이 워낙 다양하기도 하고 소장하는 이유도 여러 가지라 딱 하나의 드림 슈즈를 꼽기엔 너무 어렵네요. 어렸을 적 갖고 싶던 신발들은 지금은 소장 중인 것 같고… 어렸을 적 제가 그랬듯이 지금은 누군가에게 꿈이나 동기를 줄 수 있는 신발을 제가 만들고 싶어요.
나이키 러버
Adi Jang : 제가 정확히 2015년 12월에 발매되었던 NMD R1 스니커즈를 보고 아디다스에 본격적으로 빠졌습니다. 그리고 연달아서 NMD, 울트라 부스트, 이지 부스트, Y-3 콰사 등 화려한 라인업의 스니커즈를 앞세워 아디다스가 나이키보다 상당히 치고나가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때의 나이키는 어땠나요?
국슈 : 나이키는 2012년경 플라이니트의 발매로 고가 상품 시장에서 우위를 가져가고 있었고, 로쉬런으로 중저가 시장의 점유율을 차츰 넓혀가고 있었습니다. 70달러라는 로쉬런의 중저가격대 제품에 유리한 단순하고 간결한, 소위 말하는 미니멀리즘 디자인을 선보였고 애슬레져 트렌드와 결부되어 소비자들에게서 좋은 반응을 보였습니다. 좋은 반응에 힘입어 나이키는 다양한 컬러웨이로 발매를 하였죠.
이와 반대로 아디다스는 미니멀리즘 디자인에 브랜드 아카이브를 적용하여 프리미엄 모델인 Y-3 콰사를 2013년 말에 400달러로 발매하였고 전체적인 판매량은 적을지라도 새로운 에너지를 확실히 보여줬습니다. 콰사에 이어 130달러의 튜블라 러너를 발매하여 나름 좋은 성적을 거두기도 했죠.
이때 나이키는 인기 모델을 색상만 바꿔서 계속 발매하기 시작했고, 로쉬런의 가격을 인상했습니다. 판매는 부진했고 재고가 쌓이고 할인을 하게 되어 결국 스니커헤드와 소비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신규 디자인 또한 그다지 신선하지 않은 로쉬런과 비슷한 컨셉과 구조였으며 디자이너나 브랜드들과의 콜라보레이션들도 에어포스원(AirForce 1) 등 기존 인기 모델을 베이스로 진행되었죠.
2014년 경에는 HTM 프리 플라이니트 머큐리얼 수퍼플라이와 프라그먼트 협업 삭 다트 등을 발매하여 스니커헤드 시장에서 에너지를 표출하였으나 얼마 뒤 너무 많은 색상의 모델들의 일반판이 발매되면서 너무 많은 물량으로 인해 인기가 떨어지게 됩니다.
아디다스는 2015년경 드디어 칸예 웨스트(Kanye West)와의 이지 부스트(YEEZY BOOST)를 발매하고 이후 NMD, 울트라 부스트 등을 연달아 성공시키게 됩니다. 거기다가 스탠 스미스 50주년과 슈퍼스타 45주년에 따른 흥행으로 나이키를 바짝 뒤쫓았었습니다.
Adi Jang : 칸예 웨스트, 참 대단한 사람이죠. 나이키와의 협업에서도 그 능력을 충분히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아디다스와 갭까지 그 영향력을 펼치고 있는데, 이러한 행보를 보면. 칸예 웨스트가 나이키에 남아있을리는 없었겠네요. 칸예 웨스트 어떻게 바라보시나요?
국슈 : 개인적으로 엄청난 팬은 아니지만 패션과 스니커 씬에 끼친 영향력은 매우 크다고 인정합니다. 또한 아티스트로서 스포츠 브랜드에서 토탈 패션 라인을 런칭시켰다는 점은 현대 패션에서 스포츠와 아티스트, 패션의 융합을 빠르고 성공적으로 이끄는데 기폭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하나의 모델에 색상 조합을 하고 소량 발매를 하는 방식을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아디다스와의 첫 작업물이었던 2015년 이지 부스트 350 터틀 도브(YEEZY BOOST 350 Turtle Dove)부터 한정 발매를 하였습니다. 물론 이전의 스니커 씬에서도 한정 발매와 프리미엄을 붙인 리셀은 존재했지만, 칸예의 이지 부스트는 신발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까지 ‘돈이 된다’는 이유로 끌어들이기 시작했죠.
2020년 현재 다행히도 칸예가 처음 약속한 대로 원하면 신을 수 있을 정도의 많은 수량의 이지 모델들이 발매되었고 나름 다양한 제품들도 나오긴 했지만, 이지 브랜드의 초기 발매로 인해서 리셀 문화가 만연해졌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일 겁니다.
스니커 씬의 전체적인 파이는 넓어진 것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지만 다양성과 깊이가 부족한 점이 아쉽습니다. 또한 인플루언서는 계약된 제품뿐만 아니라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알려주는 역할을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울트라부스트 검보 컬러를 신고 파파라치에게 찍힌 사진이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울트라 부스트의 본격적인 성공이 칸예의 2015년 빌보드 시상식 공연에서 시작되었다고 봐도 무방할겁니다. 칸예가 직접 울트라 부스트를 신고 싶어서 신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브랜드 측에서 요청을 했다고 생각이 듭니다. 물론 결과적으로는 울트라 부스트라는 아주 좋은 제품을 널리 알리게 된 기폭제가 되었지만요.
꼭 디자이너가 아니더라도 좋은 기회만 있다면 기획이나, 집필, 강연 및 교육 등 신발 제조 및 스니커 문화에 기여를 할 수 있는 일을 해나갈 생각도 있습니다.
국슈
국슈가 바라보는 스니커즈 씬
Adi Jang : 팟캐스트 스니커월드에 어떻게 합류하게 되었는지, 진행하면서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국슈 : 팟캐스트 스니커월드는 로건님과 신덕후님이 먼저 시작하셨고 평소에 친분이 있던 신덕후님의 제안으로 출연을 하게 되었고 이후 제가 좋아하거나 특별히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한 에피소드를 같이 준비하며 출연했습니다. 지인들끼리 알고 나눴던 조금은 어렵거나 깊이 있는 스니커 관련 이야기들을 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다는 사실이 굉장히 기뻤고 재미있었습니다. 지금은 아쉽게도 여러 이유 때문에 스니커 월드가 중단된 상황이지만, 좋은 제안이나 기회가 생긴다면 매체나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함께 건강한 스니커 문화를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Adi Jang : 국슈님이 생각하시는 건강한 스니커 문화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국슈 : 우리 몸이 건강하려면 다양한 영양소를 섭취해야 하는 것 같이 스니커 문화 또한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즐길 거리가 많이 생기는 것이 건강한 문화라는 생각을 합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스니커가 수단이 되기보다는 그 자체로 목적 혹은 주체가 되는 문화라면 더 건강하고 튼튼한 문화이지 않나 싶네요.
Adi Jang : 오래전부터 국내 스니커즈 씬을 지켜보셨을텐데 2021년 현재의 상황을 어떻게 보고계시나요?
국슈 : 제가 처음 운동화를 좋아했던 2000년대 초반보다 확실히 한국은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위상이 높아졌습니다. 특히 문화적인 측면-패션, 디자인 등 스니커와 관련된 분야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거기에 국내 브랜드나 편집샵과의 협업 제품들도 많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고 스니커 관련 컨텐츠를 즐기는 소비자들 또한 훨씬 많아졌습니다.
우리나라는 7~80년대를 거쳐 90년대까지 유명 스포츠 브랜드의 운동화의 많은 수량을 제조해오며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우리나라의 문화와 기술력을 잘 결합한다면 성공적인 다양한 선례 같이 지금의 학생들이나 어린 친구들이 충분히 새롭고 멋있는 신발 제품이나 관련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보다 다양하고 높은 수준의 스니커 문화가 꼭 필요할 거라 생각합니다. 또한 현재 국내 스포츠 및 신발 브랜드들의 선전을 기원하며 관련된 문화 콘텐츠 양성에도 힘써주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Adi Jang : 지금의 국내 언론에는 매일 스니커즈 관련 리셀 문화, Z세대의 용돈벌이, 신발중개플랫폼(무신사 솔드아웃, 크림 등) 등으로 하루에도 1~3건씩 쏟아내더라구요. 사실, 모든 스니커즈가 다 리셀되는 것도 아닌데. 기사들만 보면 모든 신발이 그런걸로 오해하기 딱 좋겠더라구요. 이러한 열풍이 전세계에 가득한건 수긍은 하는데 언론 참 너무나 오버하고 여론몰이해서 참 눈쌀 찌푸립니다. 뭐, 이러한 흐름은 막을 수도 없고 또 그래서도 안되는 것 같아요. 그냥 시간 지나면 어느 정도 풀리겠죠. 최근 국내 리셀 마켓 시장의 경쟁이 심해지고 있는데 리셀 마켓에 대한 의견은 어떻습니까?
국슈 : 지금은 어느 정도 스니커 문화의 한 부분으로 인정하고 있지만, 여전히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물론 누구든 한정판 신발을 구매했고 차익이 크다면 판매를 고려하겠지만 그것을 개인이나 소량의 범위가 아닌 조직적으로 활동하며 프로그램 등을 사용하여 대량 구매를 하는 행위는 건강한 문화를 저촉시키는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리셀 문화가 만연하게 되면서 신발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금전적 이득 때문에 유입되는 사람이 많아지게 되어 문화의 다양성을 해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높은 리셀가로 신발을 구매하는 것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는 것 자체가 이미 좋아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인식할 수 있고,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것을 금전적 이득과 교환을 하려고 하는 고민하는 행위가 정말 좋아하는 것에 대한 감정을 흐리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논란이 있고 브랜드에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지만 확실한 건 보다 건강한 스니커 문화를 위해선 리셀이나 그것을 통한 금전적 이득이 스니커 문화의 주류가 되어선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확실한 건 보다 건강한 스니커 문화를 위해선 리셀이나 그것을 통한 금전적 이득이 스니커 문화의 주류가 되어선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국슈
책 – 스니커 100(스니커 마니아를 사로잡은)
Adi Jang : ‘스니커 100(스니커 마니아를 사로잡은)’ 책을 통해서도 좋은 글 봤습니다. 이 책이 어떻게 진행되었나요? 저도 스니커즈 관련 책들을 많이 좋아하는터라 관심이 많았습니다. 생각보다 괜찮았고요.
국슈 : 스니커 유튜버이신 와디(@wadism)님께서 먼저 출판사로부터 제의를 받았고, 와디님께서 저를 비롯한 9명의 작가님과 함께 책을 같이 써보자고 제의하셔서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각자 쓰고 싶은 스니커를 10개씩 선정한 뒤 집필을 시작하고 편집과 촬영 등을 거쳐 책이 나오게 됐습니다.
Adi Jang : ‘스니커 100’ 책을 진행하면서 있었던 에피소드가 있나요? 아니면 아쉬운 점이나 앞으로의 바램?
국슈 : 작가님들 중에 저만 지방에 거주했던 터라 여건상 스니커 촬영 당시에 함께 하지 못했던 것이 아쉽습니다. 참여했었다면 조금 더 멋지게 혹은 특징을 살린 사진들을 책에 넣을 수 있었을 거 같아요. 그래도 이후에 충분히 출판사 측과 협의를 거쳐서 사진이 실렸기 때문에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온 것 같습니다.
또한, 1인당 10가지 모델이라는 제한이 아쉽기는 한데 더 많은 모델이었다면 조금 힘들었을 것 같기도 하고… 더 하고 싶은 얘기는 많지만 그래도 10가지 모델에 최대한 많이 담으려고 했습니다. 이 외에도 여러 아쉬운 점이 있긴 하지만 다음에 좋은 기회가 생긴다면 모두 보완해서 정말 좋은 한글로 된 스니커 서적을 선보이고 싶네요.
앞으로의 계획
Adi Jang : 최근 유튜브 와디님 채널에 등장해서 아주 재미나고 해박한 스니커즈 강의 저도 잘 보았습니다. 이런 컨셉으로 하나씩 영상 공개하셔도 좋을 것 같더라구요. 발매소식보다 저는 이런 영양가 가득한 콘텐츠가 좋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많은 분들이 놓치는 부분들이 이 부분이기도 하고. 이러한 부분을 좀 시원하게 긁어주셨으면 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에 꼭 추가해 주셨으면 해요. 와디 님과의 협업 영상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촬영 후기나 에피소드 소개 부탁드립니다.
국슈 :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기회만 되면 다양하고 깊은 스니커 이야기들을 많이 전하고 또 나누고 싶은 마음입니다. 혼자서는 생각만 많이 하는 스타일이라 뭐가 됐든 혼자서 당장 하기가 좀 어려운데 자리 하나 깔아주면 엄청 열심히 하거든요.
와디님과의 영상도 처음에는 그냥 1대1로 신발 리뷰나 제가 하고 싶은 얘기를 와디님과 함께 촬영하려 했는데 스케줄과 장소 등 여러가지에 대해 협의하다 보니 와디님께서 “기왕 이렇게 된 거 유튜버 분들을 모시고 국슈님이 강의를 해보는 게 어떻냐”고 해서 진행하게 됐습니다.
사실 준비 기간도 매우 짧았고 장소 섭외에도 어려움이 생기는 등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는데 다행히 와디님과 스택하우스 측에서 도와주셔서 잘 마칠 수 있었습니다. 내용을 준비하다보니 또 욕심이 생겨서 PPT를 60장 넘게 준비를 했었는데 강의 시간은 2시간이어서 일단 오늘 할 수 있는 데까지 하고 다음에 2부 식으로 또 촬영을 하자고 했는데, 다행히 분량 조절을 잘해서 2시간 안에 끝내긴 했습니다. 그런 바람에 지나고 보니 놓친 부분도 좀 있어서 나중에 강의에 참석해 주신 분들께 강의 자료에 내용을 보강해서 드렸답니다.
그리고 촬영이 일요일이었는데 아쉽게도 다음날 출근 때문에 뒷풀이는 참석 못 하고 촬영 끝나자마자 집에 갔답니다. 아, 그리고 제 강의가 끝나고 오렌지킹님 주관으로 퀴즈쇼를 했는데 엄청 재밌었습니다. 퀴즈 쇼 1등은 스택하우스의 그랜트님이 하셨는데 본인이 내걸었던 경품 ‘에어포스1 로우 올백’을 자신에게 주기보다는 강의한다고 고생했다고 저한테 주셨는데 정말 고마웠어요. 슈브제 대표님도 참석하셔서 퀴즈쇼 경품으로 주셨는데 저한테 또 특별히 두 개나 주셔서 정말 감사한 자리였습니다.
Adi Jang : 신발 디자이너로의 길을 가시고 계신데 그 꿈 잘 진행되고 있나요?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국슈 : 신발을 너무 좋아하고 제 적성과 맞는다고 생각해서 신발 디자이너를 꿈꿔왔지만 사실 제가 잘 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주어진 환경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오고 있지만 스스로에게 후회되거나 아쉬운 부분도 많습니다. 일단은 신발 업계에서 계속해서 커리어를 쌓아나가면서 제가 진짜 원하는 것들을 구체화 해나가고 더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갈 생각입니다. 꼭 디자이너가 아니더라도 좋은 기회만 있다면 기획이나, 집필, 강연 및 교육 등 신발 제조 및 스니커 문화에 기여를 할 수 있는 일을 해나갈 생각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