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와 온의 상대적 결핍 Nike and On Running Relative Deficiency
지난 글에서 나이키와 온의 비슷한 부분을 알아보고 온의 앞날을 기대해 봤다면, 이번에는 과거와 현재를 보며 두 브랜드의 차이점과 앞으로 갖춰야 할 부분들에 대해서 생각해 봤다. 위기의 나이키와 상승세의 온, 둘은 무엇이 필요할까(Nike and On Running Relative Deficiency)?
나이키가 가지고 있는 것들
1970년대에 일어난 러닝 붐도 80년대에 접어들면서 인기가 식기 시작했다. 나이키는 일찌감치 다른 종목의 신발도 출시했었지만, 육상과 러닝만큼 기술력이 갖춰 지진 않았기에 경쟁에서 뒤처질 가능성이 큰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NASA 출신 엔지니어 프랭크 루디가 1970년대에 제안한 에어 솔 기술과 NBA 신예 마이클 조던이 있었고, 다들 잘 알다시피 이 두 가지는 나이키를 운동화 시장에서 절대강자로 군림하도록 만들었으며 수 십 년의 헤리티지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혁신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고, 실제로 근 몇 년 간 특허 개발 건수가 네 자리에서 두 자리로 아주 심각하게 감소했다. 제품의 컬러나 소재, 심지어 나이키 최고의 장기였던 마케팅에서 마저 신선함이 없다는 얘기를 듣고 있는 실정이다.
온이 가져야 할 것들
온 러닝(On Running)은 아직까지 퍼포먼스 러닝을 중심으로 전개 중이다. 러닝 카테고리의 실적은 지금까지 좋았지만 카테고리 구성의 확대와 함께 유사한 모델이 많아지고 있다. 개성 강한 클라우드텍과는 또 다른 새로운 기술 개발과 함께 디자인 변화가 필요해 보이고, 러닝 시장이 축소되는 상황을 대비해 새로운 카테고리의 개척이 필요하다고 본다.
테니스에는 로저 페더러의 이름을 딴 제품들이 있지만 전체 가짓수에 비하면 아주 적은 숫자다. 그러나 여자 테니스 탑 랭커 수준의 이가 시비옹테크와 떠오르는 신예 벤 쉘튼과 함께 하고 있기에 뛰어난 제품들이 더욱 출시된다면 앞으로의 가능성은 충분히 보인다.
라이프스타일로 볼 수 있는 로에베(Loewe)와 PAF(POST ARCHIVE FACTION) 등의 콜라보 제품이 큰 화제와 인기를 끌며 패션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보다 많은 대중들이 쉽게 신을 수 있는 제품들이 출시되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본다. 지금까지 비교적 높은 가격과 함께 고급화 전략을 펼쳤지만, 적절한 시기에 보다 낮은 가격대에서도 클라우드 몬스터 같은 인기 제품을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
스포츠 브랜드에서는 일반적으로 과거의 모델을 레트로하여 라이프 스타일 카테고리를 확장 시키지만, 온에 있어서 적합한 방법인지는 의문이다. 앞서 얘기했던 호스 조각을 붙인 듯한 온의 초기 모델들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패션 아이템으로 신겨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혹자는 못생기기로 유명했던 초기 호카 제품들과 아저씨 신발의 대표주자였던 젤 카야노가 현재 길거리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만큼 가능성이 아주 없지는 않은 얘기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호카는 어글리 슈즈 트렌드가, 젤 카야노는 Y2K와 고프코어 트렌드의 영향이 매우 컸었다.
이들과는 다르게 온의 인기는 패션 트렌드의 영향이라기보다는 그 자체의 신선함과 편안함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온이 과연 어떤 방법으로 카테고리를 확장하고 영향력을 더 키워나갈지 매우 기대된다.
서로에게 필요한 것들 Nike and On Running
현재 온은 확실히 퍼포먼스에 집중하고 있다. 파리 올림픽 개막 전 라이트 스프레이(LightSpray)라고 하는 최신 신발 갑피 제조 기술을 공개하며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는데, 혁신적이고 친환경적인 이 기술은 운동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낼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해 보인다.
라이트 스프레이를 보자마자 개인적으로 2012년 런던 올림픽 전에 공개했던 나이키의 플라이니트(FlyKnit)가 떠올랐다. 플라이니트는 혁신적이고 친환경적이었으며 운동화의 패러다임을 바꿔놨다. 하지만 나이키는 정작 이번 올림픽에서 이렇다 할 혁신적인 제품을 보여주지 못했다.
오히려 나이키는 1976년 최초로 메쉬 소재를 적용했던 러닝화 LD-1000를 재발매 하며 다시금 대중들의 인기를 조금씩 얻는 모양새가 재미있으면서도 씁쓸하다. 아이러니하게도 혁신과 헤리티지, 두 브랜드가 서로에게 필요한 것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