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는 중국의, 중국을 위한 브랜드(Nike for China)
아마, 올해의 스니커즈 씬의 어록 중 하나로 길이 남을만한 말, Nike is a brand that is of China and for China(나이키는 중국의, 중국을 위한 브랜드)이 나이키 CEO 존 도나호(John Donaho)의 입을 통해 나왔다(Nike for China).
화제가 된 발언은 지난 6월 23일에 있었던 나이키 2021년 4분기 실적(Nike 2021 Q4 Report) 발표에서 나왔는데, 발표 이후 언론을 통해 빠르게 전해졌고 경우에 따라 많은 분이 서운하거나 실망했을 수 있다. 그러나 나이키 주가는 실적 발표 이후 15% 급등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나이키의 D2C 비즈니스가 빛을 발했고 중간 도매상들을 정리해서 이익률이 커졌다. 코로나 19로 늘어난 재택근무로 편한 옷들이 선호되면서 의류의 매출이 늘었다. 중국 내의 매출도 빠르게 회복했다. 참고로 미국은 회사마다 회계년도 기준이 다른데, 나이키의 4분기는 3~5월이라 이번 발표가 4분기다.
나이키 실적 발표 풀 리포트 : NIKE, Inc. Reports Fiscal 2021 Fourth Quarter and Full Year Results
존 도나호 CEO의 발언은 중국 관련 발언은 나이키(Nike)가 올 초에, 중국 신장에서 생산되는 면화나 제품들을 공급받지 않겠다고 밝힌 뒤 표출된 중국 내 나이키 불매 운동을 염두한 것이다. 중국의 매출은 상당히 큰 비율을 차지하므로 주주들에게는 불안감 해소, 중국 정부와 중국 국민들을 달래기 위한 적절히 계산된, 립서비스 멘트다.
표면적으로는 그렇다. 그러나 그 멘트의 뒤에는, 이제는 나이키(Nike)가 중국 로컬 브랜드 안타 스포츠(ANTA Sports)와 리닝(Li-Ning)의 성장을 더 이상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게 나이키의 입장이라는게 더 정확하다. 40년 전에 중국에 진출하여, 지금까지 중국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펼치던 나이키도 이제 느긋한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중국 브랜드 안타 스포츠와 리닝의 성장세는 글로벌 1위 나이키도 신경 쓰인다. 중국 시장은 아직 1인당 운동화/스포츠웨어의 소비 수준이 미국의 1/10의 수준으로 평가 받고 있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놓을 수 없다.
We’ve always taken a long term view. We’ve been in China for over 40 years. Phil Knight invested significant time and energy in China in the early days and today we’re the largest sport brand there. Nike is a brand that is of China and for China.
나이키는 장기적인 관점으로 접근했고, 40년이나 중국에서 활동했다. 필 나이트가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 중국에 투자했고, 중국에서 가장 큰 브랜드로 성장했다. 나이키는 중국의, 중국을 위한 브랜드다.
나이키 CEO 존 도나호(Nike CEO of John Donahoe)
중국 정부의 스포츠 산업 정책
나이키의 존 도나호 CEO가 언급한 40년간 이어온 사업을 물릴 수는 없다, 나이키는 중국을 위한 브랜드(Nike for China)란 말은 중국 시장에서 긴장을 늦추지 않겠다는 뜻이다. 글로벌 1위 나이키(Nike)는 2위 아디다스와의 격차를 꽤나 벌려 두었고, 여전히 1등을 지키고 있지만 중국 시장은 또 다른 세계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중국 스포츠용품 시장은 정부의 스포츠 산업 발전 정책에 따라 빠르게 성장중이다. 중국 국무원(国务院/중국 최고 국가행정기관)이 주관한 주요 스포츠 산업 장려 정책은 다음과 같다.
- 2014년 4월, 국무원에서는 2025년까지 스포츠 산업 규모를 5조 위안까지 육성하고 1인당 평균 운동 가능 면적을 2㎡, 정기적으로 운동하는 스포츠 인구 5억 명 달성이라는 목표를 세웠다.
- 2020년 8월, 체육 강국 건설에 대한 통지(关于印发体育强国建设纲要的通知)를 통해 2035년까지 전체 인구의 약 45%를 스포츠인구로 육성하고 인당 평균 운동 가능 면적을 2.5㎡로 설정했다.
중국 정부가 스포츠에 힘을 기울이는건 2050년이 되면 중국의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1/3을 넘어설 것이라는 통계들, 빠르게 증가하는 노년인구와 고령화로 인한 의료 비용의 부담, 연금 기금의 고갈. 그리고 저출산으로 중국의 성장을 견인한 저렴한 인건비라는 매력 포인트가 떨어지고 있는 상황 등이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은 당연 예방이다(나중보다 돈도 덜 든다). 고로, 중국 정부는 스포츠를 통한 국민 건강 증진을 추진한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드라이브는 스포츠 인구 증가 그리고 관련 기업들의 성장으로 나타나고 있다.
중국에서의 나이키 인기
중국에서 청소년 시기를 보낸 지인 O 씨는 다음과 같은 경험담을 들려주었다. “우리나라 청소년들 축구 할 때, 중국 청소년들은 농구를 많이 합니다. 탁구와 더불어 농구를 중국인들이 가장 잘한다고 생각합니다. 농구가 키 크는 데에도 도움도 되고, 만화 슬램덩크(Slamdunk)의 영향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당연히 나이키(Nike) 농구화를 좋아하고 환장합니다. 농구는 중국의 국민 스포츠입니다.”
닉네임 찌끼찌끼 님은 다음과 같은 견해를 전해주었다. “중국 사회에서 나이키 한정판 스니커즈, 롤렉스 시계 등 부를 과시하는 문화와 인플루언서의 활동 등도 영향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나이키는 중국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애플(Apple)을 롤모델로 하는 것 같습니다. 미국 정부 눈치를 보면서, 중국 정부 눈치를 보면서요. 시장이 크니까 끊지 못하는 마약 같은 매력이 있다고 해야 할까요? 이미테이션 마켓이 큰 것도 그만큼 소비자들이 큰 관심을 보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농구는 탁구와 더불어 중국인들의 국민 스포츠입니다.
중국에서 청소년 시기를 보낸 지인 O씨
나이키는 중국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애플(Apple)을 롤모델로 하는 것 같습니다.
닉네임 찌끼찌끼 님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
2021년 7월 14일, 미국 상원에서 신장 위구르 지역에서 생산된 재화의 수입을 금지하는 법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 법안 시행 전 하원 의회를 통과해야 하지만, 바이든 정부가 중국과의 무역 전쟁을 이어가고 있으므로 큰 무리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미국은 신장에서 생산된 면화와 토마토 수입이 금지되었고, 지난 5월에는 유니클로의 셔츠가 LA 항에서 압수되었다.
‘위구르 강제노역 예방 법안’은 특별한 추가 입증이 없는 한 신장산 물품을 강제 노역을 통해 생산된 것으로 간주한다. 신장에서 기업 활동을 하는 글로벌 브랜드들은 답답해진 상황이지만, 인권 문제인 만큼 H&M, 나이키, 아디다스, 버버리, 뉴발란스, 퓨마, 타미 힐피거 등의 브랜드들이 신장 위구르 생산 면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와 같은 소식들은 중국 내에서 글로벌 브랜드의 불매 운동으로 번졌고, 중국 로컬 브랜드들은 반사이익으로 매출이 증가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에 따른 애국 열풍과 마케팅, 중국 로컬 브랜드의 저품질에서 가성비 좋은 제품으로의 인식 개선, 중국 정부의 로컬브랜드 강화 정책 ‘중국 브랜드의 날 제정(2017년부터 매년 5월 10일)’ 등이 함께 엮이며 중국 로컬 브랜드의 성장은 더 거세질 예정이다.
참고로, 신장은 중국산 면화의 85%가 제작되며, 세계 5위 면 생산지다.
중국 로컬 브랜드의 부상 – 안타 스포츠와 리닝(ANTA Sports & Li-Ning)
중국 시장은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의 각축장이다. 나이키(Nike), 아디다스(adidas), 언더아머(Under Armour), 뉴발란스(New Balance), 룰루레몬(Lululemon) 등이 중국 소비자들을 공략하기 위해 현지화와 온라인 마케팅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글로벌 브랜드의 힘이 크지만 중국 로컬 브랜드의 활약도 거세다. 안타 스포츠(ANTA Sports), 리닝(Li-Ning), 터부(XTEP), 탄루저(探路者/Toread) 등의 성장세는 매년 가파르다. 그 중 우리가 주목할 만한 브랜드는 단연 안타 스포츠와 리닝(ANTA Sports & Li-Ning)이다.
안타 스포츠(ANTA Sports)는 2021년 하반기에 아디다스(adidas Group)의 시가 총액을 곧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중국 내수 시장만으로도 이만한 성장세를 보이는 것은 대단하다. 아예 또 다른 세계다. 안타 스포츠는 중국 내에서만 활동하는게 아니라 이미 세계 진출을 시도했다.
2019년 안타스포츠가 인수한 핀란드의 아머 스포츠(Amer Sports)는 산하에 살로몬(Salomon), 아크테릭스(Arc´teryx), 윌슨(Wilson), 순토(Suunto) 등의 브랜드를 두고 있다.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브랜드들이 사실 안타스포츠를 모기업으로 둔 셈이다. 그리고 휠라(Fila)가 중국 파트너로 안타스포츠와 함께 하고 있다.
리닝(Li-Ning) 역시 자국 내에서만 머물지 않고 있다. 2018년 뉴욕 패션위크와 파리 패션 위크에 단독 컬렉션을 선보여 독특한 디자인의 어글리 스니커즈로 전세계 스니커헤드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디자인 정말 좋다. 그리고 지금도 꾸준히 파리와 뉴욕에서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다.
참고로, 두 기업 모두 홍콩 증권거래소(HSKE)에 상장 되어 있으며 2021년 7월 20일 기준으로 안타스포츠(ANTA Sports Products Ltd) 1주당 184 HKD, 리닝(Li Ning Co Ltd) 1주당 95.30 HKD에 거래되고 있다.
글로벌 브랜드 vs 중국 정부
나이키는 글로벌 시장 1위 브랜드지만, 앞으로도 성장 가능성이 큰 중국 시장의 유지, 나이키 주주들에게는 성장과 미래 제시를 위해 열심이다. 다만, 존 도나호 CEO의 발언 Nike for China는 그동안 나이키가 제시했던 스포츠 정신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 인권과 평등에 관한 꾸준한 메시지와 정반대의 관점이기에 논란이 되었다고 본다. 나이키는 자본주의란 무엇인가, 기업의 속성에 대해 충실히 따랐다. 자신들의 메시지를 뒤엎을 정도로. 나이키가 이정도인데 다른 기업들은 과연 어떻게 중국을 대할 것인가?
세계 최대의 시장을 갖춘 중국이지만, 갑자기 사라져서 다시 나타났던 배우 판빙빙(范氷氷),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马云), 뉴욕 상장과 동시에 괘씸죄에 걸린 디디추싱(滴滴出行) 등이 공존하는 곳이다. 앞으로 치열하게 펼쳐질 글로벌 기업들의 전략과 중국 정부의 압박/견제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