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러닝의 라이트스프레이는 어디로 향할까? 혁신 기술이 시장에 안착하기까지(ON Running LightSpray: Where Does the Innovation Go From Here?)
2024년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나이키와 온의 평행이론’, ‘나이키와 온의 상대적 결핍’이라는 글을 썼었다. 당시 온(ON)은 라이트스프레이(LightSpray™)라는 새로운 제조 기술을 공개했고, 이를 보며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2012년 런던 올림픽에 맞춰 공개됐던 나이키의 플라이니트(Flyknit)였다. 온이 올림픽에서 어떤 결과를 낼 것인지도 궁금했지만, 그보다 라이트스프레이가 이후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 것인지가 더 궁금했다.
결과적으로 온은 라이트스프레이를 통해 금메달을 차지하지는 못했지만, 올림픽 여자 마라톤 동메달이라는 성과와 함께 기술의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줬다. 그리고 2년이 지난 지금, 라이트스프레이는 조금씩 다음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부산 생산시설을 확충하며 생산 규모를 늘렸고, 레이스화를 넘어 훈련화인 클라우드몬스터 하이퍼 3 LS(LightSpray Cloudmonster 3 Hyper)를 출시했다. 이를 기반으로 로에베(Loewe) 협업 모델까지 선보이며 본격적인 시장 확장에 나섰다. 최근에는 단색 위주였던 갑피에 컬러를 입힌 버전까지 공개되며 기술적 진보도 보여주고 있다.








온은 로봇이 수백 개의 기존 공정을 대체하는 생산 방식을 앞세우며, 라이트스프레이를 하나의 신제품이 아닌 다양한 제품군으로 확장 가능한 제조 기술로 발전시키고 있다.
이 지점에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두 가지 사례가 있다. 하나는 앞서 말한 나이키의 플라이니트이고, 다른 하나는 아디다스의 퓨쳐크래프트(FUTURECRAFT)다. 이 세 기술은 모두 새로운 소재나 디자인만을 이야기한 것이 아니라, ‘신발을 만드는 방식’ 자체를 바꾸려 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2012년 세상에 공개된 플라이니트 역시 처음부터 완성된 기술은 아니었다. 초기에는 높은 설비 비용과 낮은 생산성, 디자인 제약 등 여러 과제를 안고 있었다. 하지만 시장의 긍정적인 반응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설비 투자와 기술 개선이 이어졌고, 결국 신발 갑피 전반으로 확장되며 지금은 전 세계 대부분의 브랜드가 니트 갑피를 사용하는 시대가 됐다. 혁신 기술은 더 이상 혁신처럼 보이지 않을 때, 비로소 산업에 안착한다.
반면 퓨쳐크래프트는 조금 다른 길을 걸었다. 3D 프린팅이라는 제조 혁신은 업계에 큰 인상을 남겼지만, 높은 생산 비용과 제한적인 생산성은 대중화의 벽이 됐다. 지금도 기술은 이어지고 있지만, 당시 기대했던 ‘미래의 제조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기술의 우수성과 산업의 표준이 되는 것은 결국 다른 문제였다.







그렇다면 현재 라이트스프레이는 어느 쪽에 가까울까?
아직은 단정하기 이르다. 분사 방식이라는 특성상 디자인 자유도와 컬러 표현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어 보이고, 현재 구조에서 얼마나 다양한 디자인을 효율적으로 구현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기술적 진보와 생산시설 확충, 적용 모델 확대는 라이트스프레이가 본격적인 상용화 단계로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라이트스프레이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다만 분명한 것은 더 이상 ‘가능성’만 이야기하는 기술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제는 실제 시장에서 검증받기 시작하고 있다. 혁신 기술의 성패는 기술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시장의 선택은 지속적인 투자와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고, 혁신 기술은 그 과정을 거쳐 비로소 산업에 안착할 수 있다. 라이트스프레이가 새로운 기준이 될지, 하나의 상징적인 기술로 남을지는 앞으로 시장이 답해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