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만드는 신명재님과의 인터뷰(Interview with Simonlab)
국내에서 드물게(?!) 아디다스 스니커즈를 컬렉팅하고, 꽤나 진지한 태도로 삶을 대하며, 신발을 만드는 일에 올인하고 있는 신명재님과의 인터뷰(Interview with Simonlab)를 2021년의 두번째 인터뷰로 소개한다.
아마 5년 전 즈음으로 기억한다. 신명재님은 아디다스의 파트너 사인 국내 기업의 해외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분으로 소개 받았고 첫 만남을 가졌었는데, 내가 예상치 못한 업무 연장이 생겨 그만 약속에 늦고 말았다. 5~10분 늦으면 나도 잊었을텐데 30분에서 1시간 가까이 그를 기다리게 했었던지라 두고두고 마음이 쓰였다.
그 후로도 몇 번 만남을 가지면서 그를 알아갔는데 20대의 어린 나이에도 신발에 대한 관심과 집중력이 사뭇 달랐다. 조금은 클래식한 감성을 지녔다고 해야할까? 살짝 보수적인 접근 방식을 가졌는데, 아무래도 매일 빠듯한 일정에 꾸준한 협업을 이어가야하고 작은 실수가 큰 타격으로 올 수 밖에 없는 제조업에 근무해서 그런것이라 생각된다.
확실한건 내가 지금껏 만나본 신발을 좋아하고 만드는 또는 관련된 사람들 중에 매우 진지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꾸준한 노력을 기울이고 한발씩 내딛는 뚝심은, 절로 그의 앞길을 응원하게한다. 이 인터뷰도 역시나 진지하지만 그의 신발에 대한 사랑을 엿볼 수 있다. 특히나, 신발 엔지니어들을 소개하는 이야기들은 어디가서 볼 수 없는 내용들이다. 참고로, 사진을 직접 찍어 제공해주었다. 유후~ 감사합니다. 😀
about 신명재(about Simonlab)
Adi Jang :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신명재 : 안녕하세요. Simonlabs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며 본명은 신명재(@simonlab52)라고 합니다. 작년까지 한국계 글로벌 신발제조공장에서 아디다스 신발의 설계를 담당했습니다. 소개하기 부끄럽지만 여러가지의 신발을 수집하고 있습니다.
Adi Jang : 아디다스를 상당히 좋아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타 브랜드들도 무척이나 좋아하시겠지만. 신발, 스니커즈를 언제부터 좋아하시게 된건가요?
신명재 : 초등학생 때 고모네 놀러 가서 받아온 중고 나이키 신발들이 계기가 되지 않나 싶습니다. 그때 당시만 하더라도 신발에 대해 별생각은 없었는데 마침 에어맥스 시리즈들을 한꺼번에 받아온 적이 있었거든요. 에어맥스 95 형광, 97 남극, 버스트 등등 받아왔었는데 이 신발들을 보면서 솔(Sole)의 사이에 공기 주머니가 들어있는게 정말 혁신적이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중학교 1학년 때부터 가지각색으로 튀는 신발을 많이 봐온 게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나이키사의 에어포스나 맥스를 자주 본게 계기가 되었고, 인터넷에 찾아보기도 하면서 이런 저런 신발이 문어발처럼 연관되다 보니 계속해서 알아가게 된 거죠.
Adi Jang : 물론, 어렵겠지만 명재 님이 소유중인 스니커즈 중 가장 좋아하는 Top 3와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신명재 : 제가 소유하고 있는 스니커즈 중에서 Top 3에 드는 신발이라.. 이건 좀 어렵네요. ^^; 저는 스니커즈보다 시리즈로 3가지 소개해볼까 합니다.
ZX 토션 시리즈(ZX Torsion)
1984년도에 ZX 시리즈가 출범 후, 1989년에는 ZX TORSION이라는 최초의 생체역학 러닝화가 등장하여 히트한 신발입니다. 재작년 초에 30주년 기념으로 ZX 10,000C라는 모델이 후속작으로 깜짝 등장하게 됩니다. 이걸 신호탄으로 ZX 4000, ZX 5000, ZX 6000, ZX 7000, ZX 9000이 재발매 됩니다. 그 후, ZX 8000 OG을 마지막 30주년 복각형태로 나오게 된거죠.
ZX 시리즈가 1989년 발매전에도 3자리 넘버들(000)이 존재했지만 4자리 넘버들(0000)로 시작하게 되면서 획기적인 기능이 등장하죠. 바로 토션(TORSION)인데, 중족부에 위치한 이 부품은 러닝 시, 후족부로 착지하여 전족부의 뒤틀림을 방지하는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신발 아래를 보시면 노랑색 색상의 플라스틱의 토션 바(Torsion Bar)를 확인할 수 있으며, 울트라 부스트(ULTRA BOOST) 시리즈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각 모델들마다 기능성이 저마다 다른데 ZX 8000C, ZX 8020C, ZX 8000C, ZX 5000C, ZX 5020C/ ZX 9000S, ZX 9020S, ZX 6000S/ ZX 7000G 등의 명칭 뒤에는 C, S, G가 붙어 있었습니다. 이것은 사람들 저마다 발의 형태와 보행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기능성 적용을 돕기위한 모델들의 약칭인데, C는 쿠션(Cushion), S는 서포트(Support), G는 가이던스(Guidance)입니다.
보통 발의 형태와 보행에 따라 정상, 과외전(회외), 과내전(회내)으로 나뉩니다. 자신의 발이 어떤 문제가 있는지 확인하고 싶다면 물감을 칠하고 종이에 찍은 후에 보시면 쉽게 알 수 있을텐데요. 중족부의 아치가 깊게 파여있을 수록 과외전 그리고 아치가 거의 없다면 과내전이라고 불립니다.
이제 신발을 설명해보겠습니다. 발의 형태가 정상이신 분은 ZX 쿠션 시리즈(ZX Cushion)인 ZX8000C, ZX 8020C, ZX 8000C, ZX 5000C, ZX 5020C을 추천드립니다. 그리고 발의 형태가 과외전이신 분은 ZX 서포트 시리즈(ZX Support)인 ZX 9000S, ZX 9020S, ZX 6000S이구요. 마지막으로 발의 형태가 과내전이신 분은 ZX 가이던스 시리즈(ZX Guidance)인 ZX 7000G을 추천합니다.
그리고 ZX 신발들에서 발을 좀 더 핏하게 잡아주기 위해 어퍼 설계에서도 고급 공정을 적용하였는데요. 현재는 클래식이지만 1989년에는 아주 혁신적인 신발로 ZX 시리즈를 꼽을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작년부터 A-ZX 시리즈가 발매되기 시작했는데 재미나고 역사적인 모델들이 발매하고 있으니 한번쯤 눈여겨 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아디다스 EQT 시리즈(adidas EQT)
2번째로 아디다스 EQT 시리즈입니다. 1991년 3월, 아디다스는 EQT 라인을 런칭합니다. 새로운 색상과 형태, 로고는 아디다스의 축구와 런닝, 배구 등 모든 스포츠를 포함합니다. 이 라인을 이끌었던 디자이너 피터 무어(Peter Moore)는 나이키에서 덩크와 조던 1, 윙 로고와 점프맨을 디자인하는 전설적인 디자이너입니다.
ZX 토션 시리즈 이후 2년 만에 신발업계는 엄청난 변화가 나타났는데 기존에 써왔던 형태의 신발들이 더 다양하게 진화를 합니다. 즉 솔은 솔대로 어퍼는 어퍼대로 진화가 활발히 이루어진 것이죠. 특히, 저는 이 시절에 나왔던 디자이너 사비노 보베(Savino bove)가 디자인한 EQT 셀베이션(EQT Salvation, 현재는 FYW 97로 발매), EQT 솔루션(EQT Solution, 현재 FYW 98로 발매)을 좋아합니다. 비대칭 구조이며 어퍼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까다로운 공정이 다 들어간 모델들이며, 요 근래에 복각한 신발 중 가장 잘 복각해낸 신발이라고 봅니다.
나이키 에어맥스 시리즈(Nike Airmax)
마지막으로 나이키 에어 맥스(Nike Airmax) 시리즈입니다. 에어 맥스 1의 외장형 에어는 정말 센세이션 했죠. 진짜로 ‘공기 위를 걷는 모습을 볼 수 있다’라는 말이 사실이었으니까요. 외장형 에어 맥스 기술은 대만 계열의 회사도 두손 두발 다 들었던 공정이었는데, 한국 기업이 개발을 성공시킴으로써 나이키가 아디다스를 역전 할 수 있었던 혁신적인 결과였습니다. 그 외에도 에어맥스 95, 97, 플러스, 2003 등등 희대의 걸작들이 나왔으며 이런 에어맥스 시리즈 발달로 인하여 몰드 기술력 또한 엄청나게 발달합니다.
그중에서도 저는 에어 맥스 95(Airmax 95)를 가장 좋아합니다. 중학생때 보았던 만화 ‘GTO 반항하지마’에서 주인공이 에어맥스95를 BMW와 교환하는 웃기는 장면이 있었죠. 디자인적인 면으로 봤을 때 제가 정말로 만족했던 디자인이었습니다.
에어백도 에어백이지만 어퍼 또한 측면부가 길다란 라인의 형태가 일반 신발의 형태가 아니었으니까요. 그리고 에어맥스 95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는데, 작년에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 기념 에어맥스 95가 발매가 되었습니다. 저도 새로 발매된터라 매장에 가서 신발을 보던 중 삭 라이너(깔창)에 새로운 대한민국 국가대표 로고가 있습니다. 이게 학교 선배님이 하셨던 프로젝트인데 그 선배님이 제작했던 로고가 쓰였던거라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Adi Jang : 스니커즈를 만드는 사람이고, 또 무척 좋아하는만큼 스니커즈 컬렉팅과 보관의 기준은 남다르실 것 같습니다.
신명재 : 신발 수량은 대략 70족 정도 되는것 같네요. 주로 비주류 모델이며 히스토리가 담긴 신발을 컬렉팅합니다. 아까와 같이 소개했던 아디다스 ZX 토션, 아디다스 EQT, 나이키 에어맥스, 나이키 알파프로젝트 시리즈를 주로 구매하고 그 외로는, 제가 신발업에 종사하고 있어서 공정이 복잡하거나 특이한 공정이 적용된 신발도 구매를 합니다.
예로 들자면 많은 조각이 있는 모델이라든지 신기술들이 적용된 신발이라고 볼 수 있죠. 그런 신발들은 개발하기도 힘들고 생산에 들어가더라도 굉장히 까다롭기 때문에 그런 신발을 사게 되면 깊은 생각에 잠기곤 합니다. ‘어떻게 만들었을까?’, ‘왜 여기는 이렇게 설계했을까?’라구요. 그러면서 이렇게하면 더 좋지 않을까?라는 의문도 던지기도 하죠. 그런 생각에 잠기는게 좋아서 여러가지 신발을 많이 찾아보고 구매합니다.
Adi Jang : 비주류 모델의 컬렉팅, 마음에 듭니다. 저도 비주류 모델들을 좋아하거든요. 그렇다면, 가장 좋아하는 스니커즈 브랜드와 그 이유는?
신명재 : 역시 나이키와 아디다스겠네요. 어디까지나 저의 생각이지만 각 브랜드를 좋아하는 이유를 생각해본다면 나이키는 ‘혁신’, 아디다스는 ‘장인정신’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이키는 신발 브랜드 중에서 그렇게 오랜 역사를 가진 브랜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짧은 시간 안에 혁신을 거듭한 결과 세계 최고의 기업을 일구었습니다. 이 혁신은 나이키의 모토인 ‘Just do it’이 바탕이 되어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두렵고 막막하고 확신이 서진 않지만 그럼에도 도전을 통하여 혁신을 일구어 낼 수 있었던 결과가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아디다스는 브랜드가 런칭된 72년의 역사와 더불어 창업주인 아디 다즐러(Adi Dassler)가 그전부터 신발 공장을 해왔던 과거를 더하면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합니다. 아디 다즐러가 했던 말인 ‘Test, test and test again.’이 기억에 남습니다. 즉, 완벽할 정도로 끊임없는 시도를 하여 완벽에 가깝게 가려고 하는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걸작의 헤리티지 모델들이 많이 탄생한 것이라 봅니다.
Adi Jang : 컬렉팅에도 높은 기준을 적용하시는데, 혹시 드림슈즈가 있나요? 그리고 보내주신 사진들 보면 택까지 그대로인 새것들이에요.
신명재 : 글쎄요. 드림슈즈라고 하기엔 너무 많은 신발들이 많아서 제가 단정지어서 이야기하긴 어려운 것 같습니다. 2개씩 사는건 ZX 위주로 하고 나머지는 한족씩 샀습니다. ㅎㅎㅎ
Adi Jang : 신발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신명재 : 하루는 신발 디자이너로 일하는 학교 선배의 회사에 들린 적이 있었어요. 학교 선배와 함께 회사 구경하던 도중 창고에 들르게 되었는데, 거기에 신발들을 모아둔 박스가 보이더라구요. 물론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양해를 구하고 하나씩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곳에는 여러가지 재미난 신발들이 많아서 좋았는데 나이키 덩크 SB 주욕(Nike SB Dunk Zoo York)을 보게 되었습니다. 말 그대로 보물이었던거죠. 정말 놀랐고 학교 선배에게 이 신발 주인이 누구냐 물었더니 회사 전무님이 보관하시던건데 신을 일이 없이 창고에 보관하고 있더랍니다. 혹시나 하고 가져가도 되냐고 여쭤보니 그냥 가져가라고 해서 얼씨구~하고 받았갔던 재미난 일화가 있었어요.
Adi Jang : 저도 아디다스를 좋아하고 명재 님도 아디다스를 좋아해서 이렇게 인연이 되었습니다. 2년 전 부터인가 아디다스가 ZX 컬렉션을 본격적으로 다시 띄우면서 다양한 모델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아디다스의 제품 라인업 중에 특별히 ZX 시리즈를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신명재 : 제가 산업디자인과를 나온 특성상 맥시멀리즘이나 미니멀리즘에 관심이 많아요. 그런 이유에서 ZX 시리즈는 맥시멀리즘이 가미된 신발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패턴 조각들이 정말 한 신발 안에 꽉차게 들어있고 조합이 잘 어우러진다’라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게다가 기능성을 고려한 설계 덕분에 피팅감 또한 좋은 신발이죠.
게다가 시리즈가 많은 덕분에 다양한 컬러들이 많이 포진되어있어 선택하는 재미도 있어요. ZX 시리즈처럼 기능성을 고려하되 최소한을 남긴 결과가 아주 깔끔하고 피팅도 좋아요. 각 신발의 컨셉이 극과 극의 디자인이지만 역사적인 관점과 디자인적인 측면이 각각 잘 녹아난 제품이 아닐까합니다.
물론, 그에 반대되는 미니멀리즘의 신발이 있는데 나이키사의 에어 프레스토 모델입니다. 기능성 부분이 적용된 사출을 제외하면 정말 양말같은 신발인데 사이즈 선택이 일반 신발과는 다르게 티셔츠 처럼 XXS ~ XXL까지 되어 있어요. 기존의 5mm 단위의 신발 개념을 깨트린 혁신적인 신발이죠.
아디다스 ZX 시리즈는 맥시멀리즘이 가미된 신발입니다. ‘패턴 조각들이 정말 한 신발 안에 꽉차게 들어있고 조합이 잘 어우러진다’라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게다가 기능성을 고려한 설계 덕분에 피팅감 또한 좋은 신발이죠.
신명재(Simonlab)
신발을 만드는 사람, 신명재(Shoemaker Simonlab)
Adi Jang : 신발 제조 업계에 몸 담고 계시는데 어떻게해서 발을 들여 놓으신건지?
신명재 : 신발을 만드는 일은 늘 제가 꿈꿔왔던 일이라 항상 신나고 즐겁습니다. 물론 새로운 제품을 개발한다는게 결코 쉬운일이 아니며 스트레스도 많이 받아요. 그래도 개발과 생산이 끝나고 실제 스토어에서 판매가 되는 것을 보거나 실제로 사람들이 신고 지나가는 모습을 볼때 정말 뿌듯합니다.
제가 신발에 빠져든 계기는 어릴적 고모네 댁에서 중고 나이키 신발을 받아 오면서 입니다. 비록, 낡은 상태의 에어맥스 95, 97 버스트 등등 모델들이였고 사이즈도 커서 착용은 힘들었습니다만 제 눈에는 아주 혁신적이었죠. 외장형 에어백을 보면서 외측에서 내측이 보이는게 정말 신기하더라구요. 게다가 쿠셔닝 또한 신세계였죠.
그러면서 제가 중학교 1학년 때쯤 신발에 완전 빠져들 만한 전성기가 찾아옵니다. 바로 나이키 덩크 SB와 나이키 포스의 시대가 접어들 때라 완전히 매료되었어요. 신발이라는 게 같은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컬러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히스토리가 담긴 내용을 읽음으로써 한층 더 재미를 더했습니다. 그게 지금까지 이어지면서 업으로 이어지게된 계기입니다.
Adi Jang : 역시 청소년 시기가 중요합니다. ㅎㅎㅎ. 스니커즈 좋아하시는 분들은 신발 디자이너까지도 알고 있지만 제조 과정에서의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는 엔지니어들은 많이들 모릅니다. 명재 님은 디자이너가 아닌 엔지니어의 길을 선택하셨는데 그 과정이 궁금합니다.
신명재 : 저도 한때 디자이너가 꿈이었지만 대학교에 진학하면서 신발을 배워감에 따라 설계가 저와 더 잘 맞고 매력적이라 느꼈습니다. 패턴 엔지니어는, 디자이너의 그림을 보고 그걸 현실화해내기 위해 굉장히 많은 기계와 공정들을 조화시켜 하나의 신발을 만드는 일입니다. 스케치를 바탕으로 바로 눈앞에서 만들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죠. 이러한 점들이 제가 패턴 엔지니어로의 진로를 정하게 된 요소입니다.
패턴 엔지니어는 자재의 특성과 공정의 순서, 기계의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로 일을 진행하면 나중에 대량 생산에서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많이 보고 연구해야하는 직업입니다.
Adi Jang : 으음. 그러면, 이 바닥에서 유명한 스니커즈 엔지니어나 장인들을 소개 해주세요.
신명재 : 제가 나이키 쪽은 너무 잘 알려진 분들이 많아서 아디다스 쪽을 소개하겠습니다.
아돌프 다즐러(Adolf Dassler)
아돌프 다즐러(Adolf Dassler)는 아디다스의 창업주이며 엔지니어 출신입니다. 다즐러 신발공장을 운영할 당시 형인 루돌프 다즐러(Rudolf Dassler)이 영업을 당당하고 동생인 아돌프가 신발 개발에 매진했죠. 그 결과 최초의 스터드화 신발을 만든 사람이며 스포츠화를 개척한 장인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디다스 트레이드마크인 3선을 까르후(karhu)에 사오게 됩니다. 말도 안되는 조건인 1,600유로와 위스키 2병으로 로고를 사오게 됩니다.
루돌프 다즐러(Rudolf Dassler)
루돌프 다즐러(Rudolf Dassler)는 퓨마(PUMA)의 창립자이며 영업 출신입니다. 동생과 다르게 영업에 재능이 있어 판매직을 주로 맡았습니다. 안타깝게도 세계 2차 대전 당시 서로의 오해가 쌓여, 형과 동생이 완전히 갈라서게 되었고 헤르초게나우라흐 강 사이에 퓨마 브랜드를 설립하였습니다.
호르스트 다즐러(Horst Dassler)
호르스트 다즐러(Horst Dassler)는 아돌프 다즐러의 아들이며 수영복 브랜드 아레나(Arena)의 창립자입니다. 아버지와 성향이 다르게 마케팅과 영업쪽을 공략합니다. 유럽 시장을 넘어 미국 시장의 돌파구를 모색하던중 크리스 세번의 말을 듣고 농구시장에 대박을 치게 됩니다. 이때, 아디다스 슈퍼스타(Superstar)라는 아디다스를 대표하는 신발이 탄생하게 되었죠.
크리스 세번(Chris Severn)
크리스 세번(Chris Severn)은 아디다스 슈퍼스타(Superstar) 디자이너로 알려져 있습니다. 반세기동안 농구화의 발전이라곤 척 테일러나 프로 케즈 로얄에 머물러 있었고, 캔버스 재질로 인해서 잘 터지는 것을 보았던터라 당시 아디다스 사장이였던 호르스트 다즐러에게 스탠 스미스(Stan Smith)를 베이스로 슈퍼 그립(adidas Super Grip) 모델을 고안합니다. 슈퍼 그립이 미국 농구시장에 진출한 후 대박을 치게 되는데, 발가락 부상을 안당하게 하기 위해 쉘토를 붙여 개선한 모델이 바로 슈퍼스타(Superstar)입니다. 아시다시피, RUN DMC와 함께한 슈퍼스타는 80년대 후반 스트릿 시장까지 영영을 넓히는 역사적인 모델이 됩니다.
자크 샤생(Jacques Chassaing)
자크 샤생(Jacques Chassaing/@jacqueschassaing)은 1981년 아디다스에 입사하여 현재는 아디다스의 본사 디자인 고문으로 계시는 분입니다. 아디다스의 1980~90년대를 이끈 전설이며 ZX 시리즈부터 포럼(Forum), 유잉 등을 담당했습니다.
마커스 탈러(Markus Thaler)
마커스 탈러(Markus Thaler)는 14살에 아디다스에 입사하여 아돌프 다즐러와 일을 하신 아디다스 설계 파트 고문이십니다. 자크 샤생과 같이 유수의 모델 개발에 참여하며 슈즈 마스터로 불리우는 분입니다.
미무라 히토시(Mimura Hitoshi)
미무라 히토시(Mimura Hitoshi)는 아식스(asics)에서 전설적인 슈마스터로 불리던 분이시며, 유수의 선수들 신발을 전문적으로 만드시는 아주 유명한 분입니다. 한국에서는 이봉주 마라토너의 신발을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아식스를 나오신 뒤 미무라 히토시 랩(Mimura Hitoshi Lab)을 설립하였습니다.
그리고 아디다스와 협업을 진행하여 오모리 토시아키씨와 같이 아디제로 타쿠미 센(adidas Adizero Takumi Sen)과 렌(adidas Adizero Takumi Ren)의 제작을 하였습니다. 계약이 끝난 뒤, 2018년부터 뉴발란스 재팬과 손을 잡고 트랙 앤 필드 신발을 위주로 개발 중입니다. 현재 나온 제품으로 한조 S와 R, T 그리고 1300번 등 다양한 모델을 개발중입니다.
오모리 토시아키(Omori Toshiaki)
오모리 토시아키(Omori Toshiaki)는 아식스(asics)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다, 현재 아디다스 재팬에서 1999년부터 일하고 있는 라스트(신골 장인입니다. 물론, 신발의 패턴 설계까지 다 하실 줄 아시는 슈마스터구요. 아디다스 재팬이 2017년 고베에 신설한 아디다스 신발 연구소(adidas Footwear Lab)가 있는데 이곳의 총책임자로 근무하시는 분입니다.
유수의 아디다스 라스트(신골)를 개발했으며, 저 또한 이분이 만든 라스트를 쓴 경험이 있습니다. 특히, 미무라 히토시 랩이나 아디다스 신발 연구소 등이 고베에 집중되어 있는데, 아식스도 고베에 위치해 있기때문에 여기에 터를 잡으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Adi Jang : 엔지니어 분들을 많이 소개해주셔서 너무 좋네요. 모르던 분야와 정보라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이 중 어떤 분을 가장 좋아하세요?
신명재 : 물론 다 대단한 분들이지만 그중 마커스 탈러(Markus Thaler)를 같은 엔지니어 출신이라는 점에서 가장 좋아합니다. 그 이유는 엔지니어는 디자이너의 의도대로 만들기 위하여 끊임없이 생각하고 연구해야하는데, 특히 아디다스 독일 본사에서 여러 디자이너들의 작업물들이 개발에 성공할 수 있도록 아낌없는 조언과 지원을 마다하지 않는다고 하더라구요.
또한, 자크샤생 고문과 마커스탈러 고문을 기념하기위한 신발인 ZX 8000 자크샤생 & 마커스 탈러(adidas ZX 8000 Jacques Chassaing & Markus Thaler)를 대표작으로 들 수 있습니다. 이 신발은 무재봉 공정을 쓴게 아니라 지누이(재봉 후, 재봉 흔적을 안 보이게 말아넘기는 방식) 작업을 모든 공정에 넣음으로써 어퍼 부분의 재봉을 찾아볼 수 없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저 모델을 처음 본 것은 스니커즈 한정판 완벽 가이드 책에서 봤습니다.
참고로, 2008년 AZX 프로젝트가 진행될 때 자크 샤생과 마크 틸러에 대한 존경의 의미로 아디다스 ZX 8000 자크 샤생 & 마커스 탈러(adidas ZX 8000 Jacques Chassaing & Markus Thaler)가 발매되었다. 전세계 22족만 발매된 슈퍼레어템이다. 특별 제작된 박스에는 설계도도 포함되어 있다.
Adi Jang : 해외에 근무하면 국내와 달리 재미난 일이 많을 것 같습니다. 고국을 떠나 일하는게 무척 힘든 일이지만 그래도 인상적인 에피소드를 하나 소개해주신다면?
신명재 : 인상적인 일화를 생각해보면 해외 근무 시절, 아디다스 독일 본사에서 제품 개발팀이 방문했었습니다. 디자이너, 프로젝트 매니저, 마케터가 함께 왔는데 그 정도의 멤버 구성은 꽤나 큰 구성의 미팅입니다. 그때 마르셀이라는 마케터가 있었는데 미팅이 끝난 직후 화장실에 가서 옷을 갈아 입고 나왔습니다. 그리고는 개발 미팅에 맞추어 만들어 놓은 따끈따끈한 신발을 신고 바로 러닝 테스트를 하였습니다. 공장 밖의 비포장 도로를 10킬로를 달리고 오더라구요.
정말 어메이징 했습니다. 공장 밖은 정말 오토바이가 많고 거칠어서 위험하기도 한데, 신발을 테스트하기 위해 직접 실착하는 모습은 꽤나 인상적이였습니다. 아마 그때 이후로 저 또한 더 열정적으로 신발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신명재가 바라보는 국내의 스니커즈 씬
Adi Jang : 최근 국내 리셀 마켓 시장도 커지고 새로운 유저들도 많이 생기고, 관련 업종이 활발합니다. 이때만큼 국내에서 비주류에 불과했던 스니커즈 컬렉팅이 주목 받았나 싶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신명재 : 저는 장점과 단점이 있다고 봐요. 일단, 장점으로는 한국의 스니커즈 컬쳐가 이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10년 전 한국의 상황을 생각해본다면 한국을 제대로 기념해줄 콜라보 제품이 나올까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요? 전혀 그런 생각을 못했다는 거죠.
그러나 지금 정말 급변했다고 봅니다. 한국을 기념해서 나온 나이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 에어 프레스토나 에어맥스 95, 에어조던 3 서울, 카시나 덩크나 아디다스 카시나 테렉스 프리 하이커나 슈퍼스타 등등 많은 협업 모델들이 발매했죠. 이를 계기로 한국 시장이 작음에도 한국 시장도 해외에서 통할 수 있다라는 점을 보여준 좋은 계기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스니커즈와 관련된 아티스트나 샵들이 더 많이 생겨나야 재미난 문화가 형성되고 그로 인해 한국 시장이 해외로 나아갈 수 있다고 봅니다. 예로 들어 스니커즈앤스터프(Sneakersnstuff) 스토어처럼 스웨덴 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등 해외로 진출하듯이 한국의 스니커즈 컬쳐도 보여줄 것 많다라고 알릴 수 있는 중요한 시기라고 봅니다.
반면에, 단점 같은 경우는 리셀 시장이 과열됨으로 인해 한정판이나 유행하는 신발이 높은 리셀가로 형성됨에 따라 과시용으로만 비춰지는 현상이 종종 보입니다. 또한, 리셀 마켓에서 릴리즈 데이트를 보면 비주류 모델들이 제외된 경우가 있는데 이로 인해 신발을 편향적으로 알게될 것 같아 아쉽습니다.
예로 들자면, 영국이 주도한 캐주얼의 발판이 된 역사적인 모델들이나 신발 역사의 한획을 긋거나 히스토리가 있는 재미있는 모델들이 꾸준히 발매됩니다. 한국에서는 비주류로 취급되어 소량으로 들어오고 품목도 매우 한정적이라 무척이나 아쉽습니다. 이런 비주류로 평가받는 모델들이 자주 들어와 소개되고 히스토리도 함께 홍보 되어야 다양성이 발전될 뿐만 아니라 스니커즈 시장이 더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는 비주류로 평가받는 모델들도 자주 들어와야 다양성이 발전될 뿐만 아니라 스니커즈 시장이 더 성장할 수 있습니다.
신명재(Simonla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