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스포츠 리테일 삼국지 China Sports Retail-The era of Three Kingdoms
어릴 때 삼국지가 필독서여서 억지로 삼국지를 읽었는데, 그 이후로는 빠져들어서 여러가지 버전으로 다양하게 읽었다. 일본의 게임 제작사 코에이(KOEI)에서 나온 삼국지 시리즈와 영걸전, 조조전, 와룡전, 공명전도 즐겼는데, 모두가 그렇듯이 밤늦게까지 게임을 하다 부모님께 많이 혼난 기억이 있다.
그런데 오늘날 중국에서 또 다른 삼국지가 펼쳐지고 있으니, 바로 나이키(NIKE)와 아디다스(adidas), 안타 스포츠(ANTA Sprots)가 펼치는 스포츠 브랜드 삼국지(China Sports Retail-The era of Three Kingdoms)다. 3개 브랜드의 특징을 살펴 삼국지에 대입한다면 대략 아래와 같이 구분할 수 있다.
- 위나라(나이키) : 강력한 브랜드를 바탕으로 중원을 제압
- 오나라(아디다스) : 브랜드, 카테고리, 유통망 밸런스가 탁월
- 촉나라(안타스포츠) :중국 유일 순수 혈통의 브랜드
지난 20년간 나이키와 아디다스라는 두 거인이 대륙을 지배했고, 안타(ANTA)가 약 5년간 급성장하면서 현재의 삼국지 모습이 갖춰지게 되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현재 모습은 아래의 지도와 비슷하다.
촉나라가 형주/형남 지방을 적벽대전 이후에 가져오면서 가장 상승세를 타고 있고, 오나라는 힘만 빼고 기존의 영토만 지키는 상태이며, 위나라는 넓어진 전선에 대한 고민이 있는 시점이다. 이 상황을 각 브랜드에 접목시켜 보았다(China Sports Retail-The era of Three Kingdoms).
위(魏) : 나이키 – 중원을 제패하였으나, 상대적으로 강할 뿐
스포츠 리테일에서 ‘중원’은 중국의 1선 도시, 즉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과 같은 도시를 의미한다. 나이키는 1선 도시를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을 하여 성공적인 가도를 달리고 있었다. 2, 3선 도시에 대한 특별한 공략 없이도 회계연도 매출이 $8.3B(약 10조 원)이 넘었다. 물론, 나이키는 2, 3선 도시에 오프라인으로 전개하기보다는 온라인으로 해결했다.
그런데 “적벽 대전”이 터졌으니, 바로 신장면화 사태이다. 이 사건이 터지고 나서 나이키의 매출은 순간적으로 급감하였으나, 어느 정도 회복하였다. 하지만, 성장세가 꺾여 버린 것이 문제다. 한때 나이키에서 중국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에 분기당 최대 22%까지 갔으나, 지금은 10% 중반 정도로 줄어들었다.
이런 시기에 나이키 중국의 대장군 격인 마이클 마틴(Michael Martin)이 유튜브(Youtube)로 자리를 옮기고, 나이키 중국의 황제 안젤라 동(Angela Dong)이 나이키를 떠나면서 리더십들이 어수선하게 되었다. 조조가 적벽 대전 이후에 사망하고 조비가 등극하는 시점인데, 향후 나이키 중국의 다음 황제는 누가 될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아디다스와 안타를 공략할지 궁금하다.
- 안젤라 동(Angela Dong)
나이키에 2011년에 나이키 중국 CFO로 부임한 다음, 2015년부터 최근까지 나이키 중국 사장을 역임했다. 그녀가 2015년에 나이키 중국 매출이 1조 원이었는데, 2021년에는 10조 원을 기록하였으니, 나이키 중국이라는 제국을 만든 사람은 안젤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마이클 마틴(Michael Martin)
2019년부터 나이키 직영을 총괄했던 인물로 최근에 youtube로 떠남. 2019년부터 직영 총괄을 했었고, 2021년부터는 나이키 중국의 모든 세일즈를 총괄하는 자리까지 등극했다. 하지만, 어찌 된 이유에서 인지 2022년 5월에 자리를 유튜브(Youtube)로 옮겼다.
오(吳) : 아디다스 – 난 누구 여긴 어디?!
독일과 중국의 역사를 살펴보면, 의외로 많은 독일 기업들이 일찍이 중국에 진출하였다. 즉, 중국의 정치 체제와 오랜 인연이 있다. 게다가 지금은 나이키가 중국 축구 국가대표 후원사지만 그 전에 오랜 기간 아디다스가 후원을 담당했다.
아디다스가 중국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자, 2015~16년에는 기세를 몰아서 총 12,000여개의 매장 오픈을 목표로 2, 3선 도시까지 발을 넓혔다. 지인에 의하면 충칭에 나이키 매장 1개에 아디다스 매장은 10개꼴이라고 하니 중국 전체에 유통망 확장에 얼마나 열을 올렸는지 알 수 있다. 그 외에도 중국 유소년 축구 프로그램 정식 후원사로 지정되는 듯 그 영역을 확실히 넓혔다.
적벽대전에서 오(吳)나라는 힘만 빼고 얻는 것은 없었다. 아디다스도 마찬가지다. 신장면화 사태 이후로 나이키와 함께 매출이 급감하고 성장세도 꺾여버렸다. 참고로 아디다스는 중국의 분기당 매출 비중이 최대 27%까지 차지했으나, 나이키와 마찬가지로 지금은 10%로 초반까지 내려왔다.
위나라는 적벽 대전에 패배해도 중원이 있으니 후일을 도모하면 되지만, 오나라는 격전지인 형주/형남을 가져오는 데 실패했다. 아디다스에게 격전지는 중국의 2, 3선 도시인데, 코로나로 인해서 공격적으로 확장했던 2, 3선 도시의 오프라인 유통망이 모두 타격을 입었다. 이와중에 이루어진 아디다스 아시아 조직 개편의 여파는 내부에서조차 어수선함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아디다스가 망한다는 건 절대 아니다. 브랜드, 제품력, 유통망 모든 것이 잘 갖춰져 있다(단, 그중에서 그 어떤 것도 압도적이지 않은 것이 문제). 결국 나이키와 맞불을 놓을 수 있는 브랜드는 결국 아디다스일 수밖에 없다.
촉(蜀) : 안타 – 중국 혈통의 대를 이어서 제국을 형성
사실 중국의 순수 혈통 브랜드의 시작은 리닝(LI-NING)이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정점으로 내리막을 걷기 시작해서 지금은 안타한테 자리를 내준지 오래다. 유장이 다스리던 서촉 지역을 바탕으로 유비가 세운 것이 촉나라인데, 안타스포츠도 리닝이 강세를 보이던 지역에서 승승장구하며 지금까지 오게 되었다. 참고로 리닝이 몰락의 길을 걷게 된 것도 참 아이러니하게 중국 내부의 정책이 주요 원인이었는데, 오늘은 여기서 갈음하고 안타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적벽대전의 최대 수혜를 촉나라가 가져갔듯이 신장면화 사건 이후에 안타스포츠는 확실하게 제국으로서 자리를 잡았다. 특히, 2022년 베이징 올림픽 공식 후원 브랜드로 선정되고 시진핑 주석이 올림픽 시찰에서 안타스포츠 옷을 입음으로써 마침표를 찍었다.
촉나라에 오호대장군이 있었다면, 안타스포츠에는 다양한 브랜드가 있다. 촉나라가 남만족을 포섭하듯 일본의 데상트(Descente), 한국의 코오롱(Kolon) 같은 브랜드들 포섭하여 중국 내 전개를 함께 하고 있으며, 그중에서 으뜸은 휠라로 2021년 기준 전체 매출의 40% 이상을 휠라 브랜드에서 창출하고 있다.
또한, 2018년 에이머 스포츠(Amer Sports)를 컨소시엄 형태로 인수함으로써 아크테릭스(Arc’teryx), 살로몬(Salomon) 브랜드를 품었다.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 시진핑 주석이 아크테릭스코트를 입은 것은 바로 안타 스포츠 산하의 브랜드였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아래의 2022 베이징 올림픽 위원회(2022 Olympic and Paralympic Winter Games)에서 공개한 사진에서 시진핑 주석이 입었던 아크테릭스 파카(Arcteryx coat)는 Tmall에서 9,000위안(약 $700)에 판매되는 제품이었다.
안타 스포츠는 나이키의 DTC 전략을 잘 따라 하면서 코로나 시기에도 매출의 감소가 없었고, 신장면화 사건 이후에는 애국 소비(궈차오)가 불타오르며 2021년 매출은 49,328M RMB(약 $7.2B/한화 9조 원)으로 전년대비 +38.9%나 성장했다.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기업의 규모 매출을 따지자면 나이키, 아디다스 그리고 그다음이 바로 안타 스포츠다. 그리고 대부분이 국내 매출이기 때문에 안타는 규모로만 보면 나이키에 맞먹는 수준이다.
Final. 삼국지로 미래 예측
이제 중국 스포츠 리테일 삼국지(China Sports Retail-The era of Three Kingdoms)를 정리해본다. 촉(蜀)나라가 형주/형남을 취하고 나서는 이야기에서는 관우와 장비가 죽고 오(吳)나라가 형주/형남을 차지하게 되고, 촉나라는 중원을 향해 끈임 없는 도전을 하고, 오나라는 번번히 합비를 공략하는데 실패하는데.
– 안타
중국의 코로나 상황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지만, 코로나가 올해 연말에는 끝나간다는 가정을 해보자. 먼저, 안타는 출사표를 던져 1선 도시에 대한 공략을 끊임없이 할 것이다. 신장면화 사건 이후에 자국 내에서 일어나는 애국 소비(궈차오)의 바람이 계속될 것이기 때문에 이를 잘 활용해야 한다.
공략도 중요하지만, 내실을 다지는 것도 필요하다. 현재 “안타(ANTA)”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매장과 “휠라(FILA)”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매장의 매장당 평균 매출이 2배 이상 차이 난다. “안타”라는 이름을 가진 매장이 9천여 개가 넘기에 이를 어떻게 끌어 올리느냐가 중요한 숙제다.
– 아디다스
아디다스는 2, 3선 도시에서 안타스포츠를 격퇴해서 기존의 유통망이 가지는 장점을 최대한 레버리지하는 게 가장 급선무다. 신장면화 사태는 나이키를 포함한 해외 브랜드가 함께 영향을 받았지만 향후 국제 정치상(미국과 중국의 갈등)으로 나이키보다는 나을 것이기에 중국에서 선방하지 않을까 한다.
중국의 축구 굴기의 에너지가 줄어들었다고는 하나, 중국 정도의 경제 수준에서 가장 대중적인 스포츠 중 하나인 축구의 끈을 놓으면 안 될 것이다. 나이키만큼이나 전선이 넓은 아디다스이기에 선택과 집중을 필요한 시점이 되겠다.
– 나이키
이런 안타스포츠와 아디다스의 공격을 나이키가 어떻게 막아 내야 할까. 그전에 새로운 황제를 뽑고 조직부터 먼저 추슬러야 한다. 국제 정치상 미국/중국 갈등으로 나이키에게 시장 상황은 더욱 안 좋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고 중국 사람들이 나이키를 버릴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앞으로 어떻게 마케팅을 전개할지 기대된다.
항상 어려운 비즈니스를 이야기했기에 한 번은 재밌게 이야기를 풀어내고 싶었다. 때마침 안타 스포츠의 약진을 보아하니, 자연스레 삼국지가 떠올랐고 이를 통해 중국의 스포츠 리테일에 대해서 간략하게 다뤄봤다(China Sports Retail-The era of Three Kingdoms).
결국 삼국 통일은 위촉오가 아니라 진(晉)나라인데 누가 알겠는가? 나이키, 아디다스, 안타스포츠 외에 다른 인물이 나와서 중국을 평정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