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인터뷰는 스니커즈를 좋아하는 20대 훈남 전수빈(@strtftb)님과의 인터뷰(Interview with Jeon Su bin)입니다. 인터뷰는 이메일로 진행 되었습니다. 아시잖아요? 요새 코로나19로 인해 우리는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를 실천하고 있다는것. 네, 그러합니다.
꾸미는 것 좋아하는 20대, 전수빈님과의 인터뷰(Interview with Jeon Su bin)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전수빈입니다. 꾸미는 것 좋아하는 20대 청년입니다.
현재 직업이나 종사업종 밝혀주실 수 있을까요?(간혹 몇 분들은 무척 궁금해함)
오잉? 질문받았던 기억이 없는데, 궁금해하신다는 건 처음 듣는 이야기인데요. 한창 헤매는 중인 휴학생입니다. 아버지가 하시는 사업 도와드리면서 지내고 있구요. 바깥에서 처음 뵙는 분께 질문받을 땐 그냥 무직이라고 대답합니다.
보유중인 신발 수량과 컬렉팅/보관의 기준은 어떻게 되나요?
35~40개 정도 됩니다. 저는 컬렉팅에는 취미가 없고, 제가 신고 싶은 신발만 들여놓고 전부 신는 중이에요. 손이 가지 않는 신발은 바로바로 처분후에 통장을 충전합니다.
스니커즈 보관은 어떻게 하세요? 박스채 보관? 아니면 박스 버리고 보관? 실착러? ㅎㅎ
웬만하면 박스는 보관하는 편입니다. 중고 판매를 염두한다는 이유가 제일 크구요.두 번째 이유는 박스 모여있는거 보면 그냥 기분이 좋아요. 실착러는 실착러인데, 박스를 버리지 않는 실착러라고 보시면 되겠네요. 중고 판매할 일이 거의 없다시피한 컨버스 척테일러와 같은 소위 기본템 신발 박스는 공간 문제 때문에 그냥 버리는 편입니다.
신발 신고 따로 관리 해주시나요? 솔로 턴다던가의… 클린 작업이랄까?
가죽 신발은 전부 물티슈로 간단하게 해결하고 스웨이드 신발은 외출 후 모래 알갱이 정도는 털어주죠. 스웨이드는 혼자 세탁을 시도했다가 신발 버린 적이 있어서 무조건 세탁방 맡깁니다. 거의 대부분은 한두달에 한 번씩 물티슈로 닦는 간단한 세척이고요. 비에 흠뻑 젖거나 한 날에는 건조에 많이 신경 쓰긴 합니다.
정말 꼼꼼하신 분들은 착용 한 번에 관리 한 번하는 식으로 하시던데 저는 그런 성격이 아니기도 하고 저는 적당히 때 묻은 상태를 더 좋아해서요. 새것이 0, 세탁요망 상태가 10이라고 하면 한 3.5 정도 상태가 제일 자연스레 예뻐 보여요. 항상 생각만 했던 건데 풀어서 글로 적어보니 좀 변태 같네요.
저는 신발들을 전부 입는 옷에 따라 돌아가며 신다 보니 신발 오염은 엄청 천천히 진행되는 편이에요. 이런 이유로 저는 신발 전문 세탁 용품을 산다거나 한 적은 없구요. 제가 하는 관리중에 ‘세탁’ 범주에 들어갈 수 있는 클리닝은 캔버스 재질로 된 기본템 단화들이나, 메쉬 재질 신발들을 1년에 한번 정도 손세탁하고 있어요. 단화류는 다른 신발들보다 신는 횟수가 잦으니 때도 많이 타더라구요. 손세탁 할때 쓰는 세제는 다이소 메타(울샴푸, 과탄산소다, 베이킹소다 : 모두 다이소에서 5천원으로 구매에 성공함)로 해결합니다.
다른 관리로는 저는 모든 스니커 뒷축에 슈구를 바르고 신어요. 저는 정말 슈구라는 존재가 있어 감사합니다. ㅋ 컨버스 같은 비교적 저렴한 신발들도 슈구로 관리하면 수명이 상당기간 늘어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생각하면 엄청 경제적입니다.
슈구로 관리하며 가장 오래 신고 있는 신발은 2008년도에 중고로 구입한 조던 1 미드 블랙토(Jordan 1 mid Black Toe BMP Pack)를 슈구 바르면서 12년째 신고 있습니다. 다만 착용 횟수가 잦진 않기에 12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신을수 있는 것이긴 합니다. 신다보니 미드솔 변색이 심해져서 10년 전 쯤에 엔젤러스 페인트로 미드솔 전체를 한번 칠해준 이력이 있어요. 그래서 부분부분 뜯어진 곳은 노란 속살이 보이는데 적당히 뜯어진 그 느낌이 나쁘지 않아서 추가로 관리는 더 안하고 있습니다.
스니커즈 발매 정보는 어떻게 얻고 있나요?
예전엔 각종 패션 커뮤니티를 직접 들어가서 정보를 검색하고 열람했습니다. 요즘엔 팔로우 해놓은 국내, 해외 편집숍들/스니커 관련 인스타 계정에서 올라오는 피드들을 통해 얻는 빈도가 가장 많습니다.
이전과 달리 직접 찾으러 다닐 필요가 없어진 게, 인스타그램 버튼만 누르면 피드에 보이니까 자연스레 정보를 접하게 되죠. 워낙에 국내 해외 가릴 것 없이 신발 발매하는 곳도 다양해지고, 신발 정보를 공유하는 곳 또한 많아졌습니다. 접근성이 날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어요.
이제는 우리 엄마아빠도 관심만 있으시다면 충분히 얻으실 수 있는게 스니커 발매 정보죠.
스니커즈 발매 정보를 얻는 채널 몇 개 공개해주세요.
일단 스니커즈(뿐만 아니라 패션 전반적인)정보를 원하신다면 HYPEBEAST는 제가 생각하는 바이블입니다. .kr 말고 .com 이요. 물론 인스타그램 계정(@hypebeast)도 꼭 팔로우 하구요. 중소규모 매거진들은 에디터들이 정보를 직접 수배하여 업로드 하는 경우가 많겠죠? 그분들이 기계처럼 이 세상 모든것을 스캔할 순 없기에, 놓치는 정보 또한 있을 거에요.
하지만 하입비스트는 브랜드에서 “이것 좀 올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하고 자료를 보내오지 않을까 생각을 해봤어요. 충분히 그런 대우를 받을만한 상징적인 매거진이니까요. 그렇기에 보유하고 있는 정보의 양이 제일 많은데다 우리에게 전달하는 속도도 빠를 것이라 판단했고, 바이블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제 생각들을 차치하더라도, 일단 하입비스트에 들어가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럭셔리 패션 제품군부터 스트릿 샵 별주 제품들까지 정말 다양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핫하거나, 고가이거나, 되팔아서 돈 벌 수 있는 신발들만 다루는 편향적인 모습이 없습니다. 저는 정보를 한 군데에서만 얻어야 한다면 하입비스트를 택하겠습니다.
비슷한 이유로 Highsnobiety 또한 알고 있으면 좋은 매거진이구요. 무신사 뉴스 페이지에서도 다양한 정보가 올라오고 한국어라는 메리트가 있습니다.
대형 브랜드들에서 나오는 월드 릴리즈 형식의 스니커는 웬만하면 82sneakerinfo 라는 국내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거의 항상 올라옵니다. 구매 방식부터 친절하게 정리 잘 해주셔서 계정 이름대로 빠르게 올라오니 편하게 볼 수 있어요.
그리고 저는 국내,해외 샵-카시나(@kasina_official),아트모스(@atmos_seoul_official), 홍대스니커즈@nike_snkrs_hongdae), SNS 스토어(@snekaersnstuff), 엔드클로딩(@end_clothing), 보데가(@bodega), 스니커보이@sneakerboy), 블렌즈@blends), 빌리스(@billys_tokyo) 등등…- 인스타 계정들을 많이 팔로우 해놓고 있습니다.
제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간에 뭐 하나 나오면 인스타그램 피드에 무조건 발매정보가 한 무더기 보이게 됩니다. 그리고 ’샵 별주’ 형식으로 발매하는 신발은 해당 샵들을 팔로우 해놓고 있어야지 정보를 바로바로 얻을 확률이 높겠죠.
3년 전 부터 유튜브에서 구독하고 있는 와디의 신발장 채널에서도 정보 얻습니다. 나이키 쇼크 드로우 땐 개인 직장에서 업무 하시다가도 폰으로 셀카 영상 찍어서 빨리 응모하라 알려 주시더라고요 ㅋ 친구랑 영상통화 한 것 같은 셀카영상을 편집도 없이 날것으로 업로드 하시는데, 이거 꽤 재밌게 느껴졌어요.
추가로, 이분이 미국 등지로 출장 가실 때마다 지역 아울렛이나 오프라인 샵을 직접 방문하고, 영상으로 보여주시는데 스니커 관련 지식이 깊고 커뮤니케이션에 능통하셔서 매장 직원들의 반응도 호의적입니다. 그게 곧 좋은 영상으로 나오더라구요.
이렇게 얻은 정보를 토대로, 제 어그로를 끄는 제품이 있다면 각종 패션 커뮤니티에 들어가서 상세정보를 수집합니다. 구매 경험자분들의 팁을 보러 네이버 나이키매니아 카페, 오랜 매니아분들이 제품에 대해 가지는 반응을 보러 나이키매니아 닷컴, 불특정 다수가 제품에 보이는 반응을 보러 디젤매니아 등등… 커뮤니티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은 다들 개인 이용자이실텐데 시간들여 정보 공유해 주심에 항상 감사한 마음입니다.
사실 저는 단순 발매 정보와 공식적인 내용들만 들어간 것이 아닌, 에디터의 주가 담긴 포스트가 더 재밌게 읽혀요. 다만 이런 형식은 아무래도 대규모 웹진으로 갈수록 보기 힘든 형태라 좀 아쉽죠.
weloveadidas에서 올라오는 아디다스 관련 포스팅들은 제가 좋아하는 형식의 포스트들이 많아서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아마 한국어 웹진 중에서 아디다스 만큼은 가장 심도있게 다루는 곳일거라 확신합니다.
그리고 발매 정보는 아니지만 컴플렉스 웹진에서 운영하는 인스타그램 계정 @complexsneakers에서 올라오는 피드들 즐겨 구경하고 있구요. 여기는 미국 현지에서 발생하는 흐름들에 대해 대략적인 분위기를 엿볼 수 있어요.
평소 전자음악, 댄스뮤직 씬에 관심이 많은데, 이런 씬을 포함한 여러 서브컬쳐들에 대하여 다루고 있는 국내 매거진인 visla magazine에도 패션 섹션이 있어요. 혹시나 제가 관심있는 문화와 관련된 제품이 올라오진 않을까 주기적으로 챙겨보고 있어요.
소유중인 스니커즈 중 가장 좋아하는 top 3와 그 이유는?
컨버스 척테일러 1970(Converse Chuck Talyor 1970)
다들 너무 익숙하셔서 미처 못느끼실수도 있겠지만 척테일러는 진짜진짜 이쁜 신발입니다. 너무 기본적이라는 이유로 오히려 기피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만, 저는 옷입을 때 어느 한 군데에서는 은근히 힘 빼는 코디를 즐겨하거든요. 그 목적에 너무 잘 맞는 제품입니다. 제발 한국인이면 1970좀 구매합시다.
아디다스 NMD R1 도쿄(adidas Originals NMD R1 Tokyo)
아디다스 부스트(BOOST) 대중화의 시작점이라고 생각하고, 제가 아디다스 신발을 다시 찾게 된 계기입니다. 칸예 웨스트가 아디다스로 막 이적했던 2014년도에 퓨어 부스트(PURE BOOST)나 울트라 부스트(ULTRA BOOST)를 착용한 모습이 많이 노출되었었죠. 칸예 웨스트 효과로 스니커씬에 boost가 알려지고 있었지만 라이트한 유저들한테까진 어필하진 못했어요.
2016년도 3월 경, 도시 이름들을 별칭으로 붙인 노마드 일반 버전(일명 보급형)이 전세계 발매했습니다. 패션을 가볍게 즐기는 대중들에게까지도 BOOST 기술을 차용한 신발이 알려지기 시작한 시점입니다. 이때 한국 오프라인 발매현장에 트럭까지 대동해서 싹 쓸어가던 리셀러가 기억에 많이 남네요.
저는 아디다스 브랜드 자체에는 항상 관심과 호감을 가져왔고, 스탠스미스나 니자 같은 클래식한 제품들을 어릴 적에 신어본 경험도 있어요. 하지만 성인이 되고나서 클래식한 느낌보단 트렌디한 신발을 찾다보니 아디다스 스니커는 이용할 일이 없어졌습니다.
그러다가 2014년도에 나온 신제품 튜블러 보면서 ‘아디다스도 이런 걸 만들어? 괜찮네?’ 이미지가 살짝 바뀌었구요. 2015년도에 이지 부스트 런칭했을 때, ‘와 멋있네..이건 좀 신어보고 싶다.’ 근데 전 안 주더라고요. 2016년도에 nmd를 보면서 ‘아디다스도 이제 짱 멋있는 신발을 만드는 곳이다.’ 이건 내가 꼭 신어야 겠다 싶었습니다.
저는 바닥으로 갈수록 넓어지는 NMD의 아웃솔 디자인을 엄청 좋아합니다. 그리고 NMD R1 시리즈의 어퍼 디자인은 이 아웃솔이랑 너무 찰떡궁합이에요. 이 신발은 약간 측후방에서 봤을때 엄청난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4년 지난 지금봐도 세련된 디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찬양하는 것 같은데.. 제가 좋은걸 어떻게 하겠습니까. 한번만 봐 주세요 ㅋㅋㅋ
수많은 nmd 시리즈 중에서도 R1 도쿄를 제일 좋아하고 아직까지 신고 있습니다. 힐컵 부분 흰색 고무 배색이 엄청 매력있어요. 다만 무서운 기세로 치고 올라오던 이 아디다스 부스트가 패션 트렌드 쪽에서는 고작 1년 천하였다는게 참 아쉬울 따름입니다. 이지 부스트도 나올 때마다 아직까진 잘 팔리지만, 이제 조금씩 매니아만 찾는 신발이 되어가고 있는 느낌입니다.(사실, YEEZY의 팬으로서는 이런 분위기가 오히려 좋을 수도 있습니다.) boost도 요즘의 나이키 신발들처럼 돌고 돌아 다시 찾게되는 시기가 오면 재밌겠네요.
저는 당시에 NMD를 사면서 스니커씬에 관심이 더 깊어졌고, 이 신발을 더 멋있게 신어보고 싶어 옷입는 스타일링의 스펙트럼도 넓어졌어요. 나름 애정있는 제품입니다. 그래서인지 당시 기억이 더 생생하게 남아있고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됐네요.
나이키 덩크 로우(Nike Dunk Low)
청소년기에 들어서면서 제 취향으로 제가 직접 골라서 사본 첫 신발이 나이키 덩크입니다. 15년 전에도 좋아했고, 지금도 좋아하는 신발이에요. 비슷한 디자인인 에어포스나 조던 1 시리즈도 멋있지만, 덩크는 멋있음에 귀여움을 한 스푼 더한 디자인이라 여기저기 자연스러운 느낌으로 코디가 가능하죠. 손이 자주 가게 됩니다.
덩크는 3년 전부터 다시 신게 되었습니다. 디스이즈네버댓(thisisneverthat) 17s/s 룩북에서 덩크를 신기고 착장을 꾸몄는데, 따라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열심히 검색해서 모델명 까지 알아내고, 이베이에 찾아보니 동일한 제품이 올라와 있었습니다. 박스까지 전부 있는 새제품을 단돈 8만원에, 내가 필요할 때 바로 구할 수 있었죠. 최근 제품도 아니고 ‘VNTG PACK’이라는 10년 전 신발이거든요. 이거 운명인가..? 싶었습니다.
제 스타일이랑 너무 잘 맞아서, 2017년 한 해는 이 신발을 제일 많이 신었어요. 이후로 심심할때 마다 ebay, poshmark, grailed, 라쿠텐, 일본 옥션 까지 각종 해외 마켓은 전부 들어가서 덩크를 찾았고, 괜찮은 가격대의 제품이 보이면 한 켤레씩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타오바오에 설마 있겠어? 하면서 장난삼아 검색 해봤는데 이전에 구매했던 VNTG PACK 덩크가 또 나왔습니다. 처음 살 때 처럼, ‘이거 운명인가..?’ 생각하며 스페어용으로 바로 구매했죠. 빈티지 매니아분들 보물 캐시는 손맛을 간접체험 해 본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올해는, 나이키에서 오프 화이트 덩크 발매와 함께 DUNK 밀어주기를 시작했습니다. 이전처럼 비주류 제품은 10만원 아래로 구매할 수 있었던 상황이 끝나버렸어요. 저는 어린 시절 덩크 일반 모델들이 7~8만원에 흔하게 팔리던 때를 겪은지라, 올해 새로 나온 덩크들 개인거래 시세 보면 이거 실화인가 싶어요. 저와 비슷하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으실거에요. 아마 저의 세대 친구들 조던 사고파는 모습 보면서 윗세대 분들이 이런 느낌이시지 않을까요?
Top 3 개 뽑기가 너무 힘들었던게 위의 3개 이외에도 이지 부스트(YEEZY BOOST), 반스(VANS), 나이키 루나트레이너(NIKE Lunartrainer), 아디다스 울트라 부스트(ULTRA BOOST), 컨버스 잭 퍼셀(Converse Jack purcell) 등등. 제가 구매한 것들은 위 3개와 큰 차이 없이 다 똑같이 애정갖고 열심히 신고 있어요.
개인적으로 사연 깊은 스니커즈는?
제가 초반 질문에서 컬렉팅을 하지 않는다 말했지만, 예외적으로 신지 않고 몇년 째 쌓아두고 있는 제품이 딱 한가지 있어요. 정확히 말하자면 신지 않는게 아니고 신을 예정입니다. 그러나 아직은 때가 아닙니다. ㅋㅋ 비장하죠?
컨버스에서 나오는 잭 퍼셀 레더입니다. 국내 웹에선 ‘잭 퍼셀 구형’이라고 불리는 텅 부분에 잭퍼셀 로고자수가 박혀있는 제품이에요. 2010년대 초반까지 나오다가 지금은 단종되었는데, 고등학생 때 캔버스 재질로 나온 제품을 자주 신었어요.
2014년도에 군 전역을 하며 데일리 스니커를 찾고 있었는데, 그때 한국 패션에서 나이키 맥스 테아를 필두로 검/흰 컬러링 스니커들이 대유행이었거든요. 저도 검흰 컬러링의 슈즈들을 원하긴 했지만, 청개구리 심보에 남들 사는건 괜히 또 사기 싫었구요. 고민을 하다 잭 퍼셀 구버전 중에 레더로 된 제품을 이베이에서 구해 신어봤더니, 아 이거 너무 맘에 드는거에요.
당시애 정말 자주 신었고, 이 제품의 거래가는 평균 60불 남짓하는 신발입니다. 근데 이 신발 신을 땐 그 날 기분도 좋고 자신감도 막 생겼어요. 60만원짜리 신발 신은 사람처럼요. 일단 제가 입는 바지들이랑 궁합이 잘 맞았고, 나만 신는 신발이라는 것에서 오는 만족감이라는게 저는 엄청 크더라구요. 물론 이건 유니크한게 아니고 그냥 수요가 없는거에 가깝습니다.
똑같은 신발 신은사람 5년동안 딱 한명 봤어요. 같이 알바 하던 여자 동생인데 그냥 집에 남는거 작업화로 신는다 하더라고요. 너무 반가워서 제 얘기를 5분동안 해줬더니, “우와 그렇구나~ 아 근데 쥬시 딸바 먹고싶다.”.
데일리로 오랜 기간 신기에는 내구도가 부족한 단화이기 때문에, 몇개 더 구비를 해야겠다 생각했어요. 중고나라랑 이베이를 가끔 디깅하다 1년에 한 개씩 구매했습니다. 지금까지 총 다섯개를 구했는데, 사이즈도 다 달라요. 제가 265mm을 신는 사람인데 구한 건 250mm부터 280mm까지.. 그냥 신발에 제 발을 맞추는 겁니다.
2개는 수명이 다 해서 보내 주었고, 이제 3켤레 남아있네요. 보관중인 2개는 첫 문장에 말했듯이 몇년 째 쌓아놓고 신겨질 순번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남들이 인생신발이 뭐냐고 물어보면 항상 “아직은 없다”라고 대답해왔는데요. 이 신발 얘기를 하면서 생각이 든게, 이정도면 제 인생 신발 중 하나라고 해줘도 될 것 같아요.
앞으로 갖고싶은(구매 예정인, 드림슈즈) 스니커즈 Top 3
뉴발란스 993(New Balance 993) : 요즘 들어 새삼 느끼는게 뉴발란스에서 쓰는 회색 스웨이드 색이 참 이쁜 것 같습니다. 흰색이나 검정이 기본 아이템 색상이라고 많이들 생각하시지만 저는 회색이 진정한 기본템이라고 생각해요 8년 전에 산게 있는데 사이즈가 작아져 다시 사려고 합니다.
생로랑 클래식 코트서프 SL/37 스니커즈(Saint Laurent Court Classic Surf SL/37 Sneakers) : 다시 나오면 사고 싶은데 아마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아요 ㅠ
반스 x 타카 하야시 코트 로우(VANS x Taka Hayashi Court Low) : 이건 기회되면 한번 신어보고 싶어요. 매물이 안나와요 매물이… 드림슈즈는 아닙니다(이렇게 밀당을 해야 저한테 옵니다). 2015년도에 나온 콜라보 제품이구요. 하이 버전을 갖고 있는데 너무 만족스럽게 신고 있어요. 가죽 질감이랑 색상 배치가 정말 짱짱맨입니다.
그리고 제가 구두를 정장 코디용으로 딱 한개만 가지고 있는데, 캐주얼하게 신을 구두나 부츠 종류를 요즘엔 좀 갖고 싶어요.
닥터마틴 구두 : 마냥 각잡고 격식차린게 아닌 느낌이라 좋아요. 브랜드 컨셉도 맘에 들고 다양한 브랜드와 콜라보를 한 다는 점이 쿨한 매력으로 느껴집니다.
마르셸 구두 : 위의 닥터마틴 구두와 같은 이유에 퇴폐미 한 스푼 투척.
구찌 홀스빗 로퍼 : 구찌에 꺾어신는 홀스빗 로퍼 있던데 이거 너무 멋있어요.위에 언급한 3개의 구두는 당장 필요하지는 않지만 언젠간 살 것 같습니다!
위에 언급한 3개의 구두는 당장 필요하지는 않지만 언젠간 살것 같습니다!!
저도 뉴발란스 좋아합니다. 뉴발란스 993 그레이는 참 클래식하면서 멋진 신발이죠. 최근 뉴발란스 992가 다시 발매되어 화제가 되고 있는데 992는 어떠세요?
저는 뉴발란스 992라는 모델을 이번 재발매때 처음 알았고, 스티븐 잡스가 신은 신발이 여태까지 993인줄 알고 있었거든요. 제가 입고 다니는 옷이랑은 궁합이 잘 맞지 않는다 생각해서 뉴발란스 신발을 신을 일이 없었어요. 그렇기에 다른 분들보다 뉴발란스 제품군에 대한 지식은 많이 부족한 편이에요.
구매해 본 뉴발 신발은 8년전에 구입한 뉴발란스 993 그레이가 처음이자 마지막이구요. 그래서 현재까지 992라는 모델에 관심이 가진 않습니다. 992나 993이나 그냥 비슷하게 생긴 둘다 이쁜 신발이구나 싶은 생각입니다. 정보를 찾아본 적이 없어서 992의 인기요인은 제가 잘 모르지만 현대인들 소비에 있어서 ‘감성’은 절대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고, 992에서 그런 부분이 크게 다가와 다들 앞다퉈 높은 가격에도 구매를 하시는 게 아닐까 싶던데요.
존중합니다. 저도 나중엔 매력을 알게 되어서 992를 구매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죠. 아직은 초보라 그냥 993 사려구요…ㅋㅋㅋㅋ 저는 평소 펑키한 무드나 스트릿한 무드에 코디할 수 있는 신발들을 선호하고 많이 구입했었어요. 그런데 요즘 이 취향에만 너무 갇혀있지 않나 싶어서 게임 체인저 같은 느낌으로 993을 다시 영입할 생각이 생긴거구요.
같은 이유로 올해 50주년을 맞이한 아디다스 슈퍼스타 기본 흰검 모델도 사봤는데 굉장히 만족하면서 신고 있습니다. 코디에 자연스레 힘 빼기 좋아요.
가장 좋아하는 스니커즈 브랜드와 그 이유는?
좋아하는 브랜드는 많은데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는 없습니다. 다 각각의 이유를 가지고 좋아하는거라 우위를 정할 수가 없어요. 솔직히 무언가 기준을 억지로 대입해서라도 정할 수는 있을테지만 다른 브랜드들한테 미안해요.
그런데 최근에 실망스러운 브랜드가 있긴 합니다. 저는 휠라(FILA)가 10대 문화를 대표하여 뭔가 새로운 움직임을 보여줬으면 하는 기대감과 은근한 호감을 가지고 있었어요.
좋아하는 브랜드는 많은데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는 없습니다. 다 각각의 이유를 가지고 좋아하는거라 우위를 정할 수가 없어요. 솔직히 무언가 기준을 억지로 대입해서라도 정할 수는 있을테지만 다른 브랜드들한테 미안해요.
전수빈
2016년도에 브랜드 리뉴얼을 하고, 어글리 슈즈 유행과 함께 내놓은 디스럽터 모델이 대성공 하면서 10대 학생들 사이에선 주류가 되었잖아요. 우리가 평소 휠라에 대해서 생각했던 ‘올드스쿨’이 아니고 10대들 사이에선 ‘뉴스쿨’ 현역 플레이어로서 자리 잡은 브랜드가 된거죠. 이런 변화와 성공이 꽤 멋지게 느껴졌습니다. 저희 어머니가 90년대~00년대 초반에 휠라 매니아였어요. 모자부터 신발까지 풀 장착하고 다니시곤 했거든요. 최근에 학생들이 많이 이용하는 모습을 재밌어 하시더라고요.
나이가 20대 중후반 쯤 되거나 여러 패션 브랜드에 대한 지식들이 쌓이면 휠라를 무시하고 놀리기 시작하죠. 속된 표현으로 ‘급식 브랜드’ 취급을 하잖아요? 이런 말 하고있는 저 또한 휠라신발 누가 준다면 절대 안 신습니다.
저는 휠라가 이런 시선들에 대해 반항적으로 “뭐 어쩌라고? 싫으면 안녕히 가세요 멀리 안 나갑니다.” 하면서 더 적극적으로 00’s 키즈들을 이끌고 나가는 모습을 기대했어요.
10대 시절은 어느 때 보다 에너지 넘쳐 흐르는 시기니까, 휠라가 이끌어 준다면 좁디 좁은 대한민국에서 반응은 바로 왔을거라 생각합니다. 그런 행보들 사이에서 어른들도 흥미를 느낄 만한 새로운 문화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급식체’가 어른들 사이에서도 유행했던 것 처럼요. 이 단계까지 오면 이제 반대로 휠라가 어른들을 놀릴 수 있어요. “고상한척은 다 하더니, 뭐 하세요 지금?ㅋㅋ” 되게 속 시원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제가 머리속으로 망상해 본 소년만화 같은 스토리와는 정 반대로, 최근 휠라 신발의 여러 카피 사례들을 알게 되면서 굉장히 실망했습니다. 너무 다양한 브랜드의 다양한 제품들을 카피했어요.
카피 자체를 지금 이 인터뷰에서 비판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제가 휠라에 기대했던 모습이 있었는데, 그것과는 정 반대의 양상으로 흘러가는 그림이 너무 아쉬울 따름입니다.
스니커즈에 관련된 에피소드가 있나요?
거창하게 풀만한 에피소드는 없고, 그냥 생각나는 얘기는 제가 원래 흰신발은 신을 게 못된다 절대 안산다라는 신조가 꽤 오랜 기간 있었어요. 주위 친구들한테도 공언하고 다닐 정도로 정말 쳐다도 안봤습니다. 너무 순백적인 느낌은 멋이 없다라고 생각해서요. 그런데 최근들어 신조라고 정해놓은 게 깨졌습니다. 올해들어 새하얀 흰 신발을 2개나 샀어요. 사면서도 뭔가 민망하더라구요 ㅋㅋ 이 이야기의 결론은 취향에 영원한건 없습니다.
취향에 영원한건 없습니다.
전수빈
최근 전세계적으로 폭발 성장중인 스니커즈 마켓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시나요?
개인간 거래에서 정가품 구별은 가장 중요하지만 가장 어렵고 피곤한 일이잖아요. 높은 검수 기술과 프로세스가 갖춰진 업체는 중간에서 판별을 해주고, 구매자에게는 그것을 보증해줌으로써 원활한 거래가 이루어 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판매자에게나 구매자에게나 양측 다 긍정적인 효과죠.
제품을 중고장터 게시판에서 검색 할 필요없이 어플 내에서 사이즈별로 가격까지 전부 정리해주고 시세 변동같은 데이터들도 한 눈에 보여줍니다. 가품 구별에 실패할 수도 있겠지만 이것 또한 플랫폼에서 사후 처리를 원만하게 해주니 구매자 입장에선 정말 맘 편해요.
판매자 입장에선 기존 개인거래처럼 제품 사진을 찍고,판매글을 올리고,구매 희망자들에게서 오는 소모적인 메세지 문의에 고통받을 필요가 없습니다. 물건에 이상만 없다면 아무 과정 없이 마켓에 물건만 보내면 끝이죠. 너무 편하지 않나요?
플랫폼에서 취급하고 있는 제품을 구매할 경우가 생긴다면 저는 거의 무조건적으로 이용할거에요. 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딱히 없습니다. 시간이 지나 중고 거래 프로세스도 갖춰지고, 미국의 GOAT 처럼 취급하는 제품의 스펙트럼도 넓어진다면 사용자는 점점 더 늘어나겠죠.
특히나 운송료가 저렴하고 속도까지 빠른 우리나라에 최적화된 플랫폼 형태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기존의 1:1 직거래 형태가 사라지진 못 할거에요. 정말 나밖에 모르거나 수요가 없는 비주류 상품이거나, 오래 된 제품들은 플랫폼에서 취급하지 않을테니까요. 이런 제품들은 웹상에서 직접 거래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제가 가진 신발들을 국내 플랫폼에서 검색해보면, 30%정도는 등록이 안 되어 있었어요.
각자 자기만의 멋있는 취향을 가지신 분들도 곳곳에 숨어 계실텐데, 이런 분들도 웹상에서 많은 활동 좀 해주셨으면 합니다.
전수빈
국내 스니커즈 씬의 현재 상황을 어떻게 보고계시나요?
파이가 커지면서 관련 사업,행사도 여러가지 생겨나고 있고, 이 문화를 즐기기 참 좋아졌죠. 진입장벽도 많이 낮아졌고요. 예전엔 신발 좋아하고 아끼는 사람 자체가 약간 오타쿠, 서브컬처계 취급을 받았습니다. 한 10년 전 까지만 해도 신발에 슈구 바르고 색깔별로 모으는 행위들이 비 매니아가 보기엔 “그래서 이걸 왜 하는데?” 식의, 그게 무슨 의미가 있냐 어이없다는 반응이었어요. 그런 말 하면서 본인은 아이폰4 켜고 애니팡 순위 내려갔다며 화내는 모습 보면, 저는 저대로 억울했죠 ㅋㅋㅋ
그래도 이제는 일반적인 취미 선으로 진입하기 시작했고 사람들 인식도 말 그대로 취미로서 인정해주잖아요. 스트릿 문화나 패션의 하위 영역이었던 스니커즈 씬이, 이제는 그것들과는 별개로 단독적인 문화가 되어가고 있어요. 가정이 있으신 형님들 께서는 자동차 트렁크에 새로 산 신발박스를 숨기고 계실테지만, 상황은 점점 나아 질 겁니다. 우리 다함께 영차 영차 해봅시다.
하지만 나만 즐기는 듯한? 묘한 재미는 좀 줄어들었어요. 이런거 부질없지 싶으면서도 여기에서 오는 만족감 또한 무시할 수 없습니다. 친한 형이 해준 이야기를 빌려오자면, 옛날 덩크sb 유행하던 시절 즈음엔 모든 신발들이 돈만 있다고 다 구할 수 있는 게 아니었어요. 저도 동의합니다. 한정수량 신발 구매 전쟁에 참가하는 선수들 대부분이 매니아적인 마인드로 실착,컬렉팅 하려는 목적이였으니까요. 어렵게 구매한 신발들을 거의 개인화기처럼 취급하며 닦고 조이고 기름치고 소중히 다루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이러니 내가 돈 많고 사고 싶어도 매물이 없어 구할 수가 없었어요.
이때만 해도 저는 아쉽게 못 사더라도, 승리자들한테 만큼은 “잘 신으세요.”하고 축하해주는 마인드였습니다. 요즘엔 “오오 당첨됐다 10치킨 개이득~” 이런 말씀 하시는 분들이 더 많이 보이는데, 아 정말 배아픕니다. 국내 스니커 씬이 소수문화 였던 시절에서 모두가 인정해주는 활력 넘치는 모습으로 변한 건 너무너무 좋아요. 근데 이게 예전처럼 멋있는 그림으로 보이질 않아요. 제가 아직 적응을 못 하는 것 일수도 있습니다.
저는 신발을 단지 패션의 한 부분으로 대하고 있고(대다수가 저와 같은 마인드이실테지만) 저와는 다른 시선을 가진, 깊고 매니악하게 파고 들어가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이런 분들의 지식을 전수 받거나 재미있는 얘기도 듣고 의견을 나눠볼 수 있는 행사나 매체가 많아지면 씬 자체가 좀 더 발전적인 느낌이 날 것 같아요. 그리고 그런 매체들이 수익성을 추구하는 광고들 뒤에 숨어있는 게 아닌, 당장 반응이 없더라도 전면에 내세워져야 합니다. 대만 카스테라,포켓몬 GO 마냥 한 순간에 왔다 흘러간 유행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면요.
아무튼, 이제는 비주류를 무시하는 사람들이 비주류인 시대가 왔습니다. 멋있는거 있으시면 자랑 좀 많이 하세요. 인스타에 올리고 해쉬태그 당당하게 수십개 달아주세요!!!
비주류를 무시하는 사람들이 비주류인 시대가 왔습니다. 멋있는거 있으시면 자랑좀 많이 하세요.
전수빈
나중에 종사하고 싶은 직종이나 분야가 있는지?
여러 산업에서 소비자들 욕구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작전을 구상해서, 수익을 이뤄내는 일이 제가 열심히 할 수 있는 일이겠다 생각은 해왔습니다. 마케팅입니다.
패션 커뮤니티를 보다보면 거짓 과장정보나 수준 낮은 낚시질로 마케팅을 하려다 유저들에게 들키는 경우들을 봐왔습니다. 이런 방법들은 이제 유저들이 똑똑해져서 더이상 성공하기 어려울텐데도 주기적으로 등장하더라고요.
꼭 제가 관심있어하는 패션 분야가 아니더라도, 신뢰를 기본 바탕으로 두고 소비자들에게 감응을 이끌어내는 마케팅을 추구하는 곳이 제 성향과 잘 맞을거라 생각하고, 기회가 생기면 종사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원하는 바를 이루려면 열심히 준비를 해야겠죠.